“날이 더우니까 사람들이 음료는 많이 마시는데, 버릴 곳은 없지. 그러니까 다 저런데 버리더라구요.”6월 1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 근처를 지나던 주민 송수지 씨(26)가 인상을 찌푸렸다. 역 근처의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가 가득해서다.음료가 반쯤 남은 페트병부터 바나나 껍질까지. 날이 더워지면서 음식물이 썩어 날파리가 모였다. 송 씨는 “쓰레기통이 없으니까 한 명, 두 명 쓰레기를 버리면서 저렇게 쌓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 이후 해마다 쓰레기통을 늘렸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미준 씨(50)는 오프라인 개학 전을 ‘패턴이 무너지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집중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딸 윤서 양(19·월계고3)에게 과외를 더 많이 시켰다.주 2회이던 영어·수학 과외를 3회로 늘렸다. 공부 습관을 다시 잡았지만 과외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 등교가 탐탁지는 않다. EBS 수능 연계율이 70%임을 고려하면 고등학교 3학년은 온라인 수업을 해도 된다고 본다. 물론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내용이 필요해서다. 이 씨는 “(온라
친구와 마주 보며 먹는 급식.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떨며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즐기는 스포츠. 이런 모습이 모두 사라졌다.복장과 지각을 단속하던 교사는 체온과 마스크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학생들은 2m 간격으로 떨어져 차례차례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해야 등교할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5월 20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면서 생긴 풍경이다.교육부에 따르면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2, 유치원과 초‧중학교 및 특수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내에서 등교해야 한다. 고 3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입시까지 준
사회복지원각이 운용하는 원각사노인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의 무료 배식을 6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급식소는 많은 노인의 요청에 따라 3월 16일부터 5월 말까지는 대체식 도시락을 나눠줬다.기자가 6월 5일 탑골공원 오른쪽의 골목에 들어서자 급식소 앞에서 기다리는 노인들을 볼 수 있었다. 대략 200명이 넘었다. 이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아는 얼굴과 대화를 나누며 배식을 기다렸다.배식은 매일 오전 11시 20분 시작한다, 자원봉사자가 준비한다. 이날 배식을 맡은 파고다로타리클럽 김성일 회장(75)은
“쓰레기가 1.5배는 늘었죠. 쉴 수가 없어요.” 환경미화원 하상민 씨(57)는 말을 하면서 쓰레기봉투와 택배 박스를 쉴 새 없이 집어 들었다. 그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골목 쓰레기를 수거한다. 구청과 계약을 맺은 위탁업체 소속.코로나19로 골목 쓰레기가 크게 늘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지면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의 배달 음식 등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1년 전보다 83.7% 증가했다.이에 따라 골목을 담당하는 위탁 고용 미화원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 지방
강수연 씨(서울·25)는 쓱세권에 산다. 쓱(SSG)과 역세권을 합친 말. SSG닷컴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지역이다.전날 주문한 음식이 오전 6시면 집 앞에 도착한다. 강 씨는 “쿠팡 로켓배송과 SSG닷컴 새벽배송을 주로 이용한다”면서 “코로나19 이후로 횟수가 늘어 1주일에 네 번 정도 온라인으로 장을 본다”고 말했다.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 수요가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올해 3월에 12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특히 농축수산물과 음식 서비스, 음·식
서울 동작구 지하철1호선 노량진역 근처. 기자가 6월 16일 오후 3시 찾았을 때, 컵밥 거리는 조용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40%는 넘게 줄었어요.” 10년 넘게 컵밥 가게를 운영하는 장현주 씨(61)는 한숨을 지었다.컵밥 거리는 길에 서서 컵밥과 토스트, 팬 케익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노량진의 ‘명물’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학원생과 고시촌 수험생이 자주 찾는데 최근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장 씨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몰라서 더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수입은 나날이 줄기만 하는데 재료비가
당신의 현재속도 19. 서울 서대문구 대신초등학교 앞의 어린이보호구역 전광판에 숫자가 찍혔다. 기자가 휴대폰 카메라를 켰더니 승용차가 속도를 더 늦췄다. 숫자가 14로 바뀌었다.뒤따르던 배달 오토바이의 속도도 비슷했다. 어느 할머니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지나갔다. 기자가 “왜 자전거를 안 타시냐”고 묻자 “학교 앞이잖아”라고 대답했다.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일부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학생들은 안전해졌을까. 6월 16일 오후 2시~3시 30분 경 서울 서대문구의 대신초등학교와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와
모두 사라졌다. 여름을 맞아 헬스장으로 향하는 사람도, 수영을 배워보겠다는 사람도, 체육대학을 준비하겠다는 학생도.나현지 씨(24)는 서울 종로구의 체대입시 학원에서 근무한다. 코로나19 초기만 하더라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는데 정부가 체육 시설 방문 자제령을 내리며 학원 내 운동이 불가능해졌다.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학원이 문을 다시 열었다. 몇 가지 지침이 생겼다. 원내에서는 마스크 착용하기, 샤워시설 이용 시 개인 물품 지참하기, 모여 있지 않기 등. 또 학원에 들어오는 사람은 발열체크를 하고 방문 사실을 기록하고 손을 소
공사소음. 자재를 나르는 인부. 골목길을 가로막은 트럭. 주민이 버린 냉장고와 이불과 의자. 산책 명소였던 소금길 흔적은 빛바래고 찢긴 표지판뿐이었다.서울 마포구 염리동은 지하철 2호선 이대역 뒤편의 달동네였다. 좁은 길 사이로 낡은 주택이 빼곡했다. 밤이면 걷기 무서웠지만 2012년부터 달라졌다. 서울시가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활용해 ‘소금길’로 부르며 정비하면서다.해바라기와 능소화 등 꽃 이름을 붙인 길과 벽화가 입소문을 타며 관광객이 늘었다. 위치를 알리려고 1~69의 번호를 노란 안전 전봇대에 붙였다. 노란 대문의 ‘
“오늘 학교에 갔는데 수업을 듣기가 너무 힘들어요.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을 알아볼 수가 없고, 말소리도 둔탁하게 들려서 공부하는데 한계가 있어요.”한국난청인교육협회의 투명 마스크 제작은 고등학생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협회의 오은주 이사장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어린이 1000명 중 1~2명이 난청으로 태어난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국내 청각장애인은 학생 6200여 명을 포함해 약 34만 명이다. 소통을 위해 청각장애인은 상대방의 입 모양을 읽어야 하지만 이
기자가 찾아간 인천 미추홀구의 보습학원은 썰렁했다. 개강일이지만 학생보다 강사와 상담 교사가 더 많았다. 강의실 10곳 중 2곳에서만 강의 소리가 들렸다. 6월 1일 오후 6시였다.상담 교사는 “코로나 때문에 학원생이 부쩍 줄었다”고 했다. 상당수가 수강을 연기했다.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모이는 환경을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다. “원래 같았으면 학생들로 붐볐어야 하는 시간인데….”지난 5월, 학원 강사 A 씨(25)의 거짓말은 인천의 학원가 상황을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그는 서울 이태원의 클럽을 찾았는데 역학조사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김동현 씨는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워서 질문을 잘 하지 않던 대면 수업과는 다르게 질문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다. 타자 소리만 가득하던 강의실보다 교수님과의 소통이 더 원활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원격수업은 학생 스타일에 맞춰 학습환경을 만드는 장점도 있다. 김동현 씨는 강의실보다 큰 책상에 여러 권의 책을 놓고 수업을 듣는다. 앞쪽 자리만 슬라이드를 잘 볼 수 있는 강의실과 달리 누구나 슬라이드를 앞에서 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한양대 강영민 씨(의대 본과 1학년)는 “비대면 강의는 영상의 질이 좋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5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의 마로니에홀에서 ‘전임 기관장 초청 경영자문회의를 개최했다. 포스트 코로나19에 대응한 한국형 원격교육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KERIS는 e학습터, 위두랑 등의 플랫폼으로 초중고의 온라인 개학을 지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비대면 수업을 원격수업이라는 용어로 통일했다. 대학에서는 줌이나 구글 미트와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 또는 녹화 영상으로 수업을 한다.학기 초반에는 모두 원격수업을 낯설어 했지만 대부분은 점차 정착하리라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수업
중앙대 대학원생인 중국 학생 정등원 씨(26)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착짱죽짱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의 줄임말임을 나중에 알았다.그는 한국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에브리타임에서 이런 표현을 보고 놀랐다. 평소에는 한국 학생이 중국 학생에게 호의적이고 친절하다고만 생각했다. 커뮤니티를 접한 뒤에는 행동을 최대한 조심하려 한다.이화여대에 다니는 중국 학생 시가 씨(25)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에브리타임에서 중국 학생은 ‘민폐덩어리’나 ‘배제 1순위’ 등으로 표현됐다.그제야 한국 학생이 자신을 멀리했
중국 학생인 강호 씨(23)는 지난 학기 교양수업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4명끼리 팀을 만들어 학생의 토의로 진행된 수업이었다.나머지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그가 의견을 낼 때마다 팀원들은 반대하거나 묵살했다. 쉬는 시간에도 말을 걸지 않았다. 학기 초에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지만 강호 씨는 더이상 수업에서 입을 열지 않기로 다짐했다.중국 학생과의 팀플은 공공연한 기피 대상이다. ‘중국인 유학생과 팀플 중인데 오늘도 생각하는 착짱죽짱’, ‘팀플 한번만 하면 누구라도 싫어하게 됨’이라며 혐오를 공유한다.중앙대 이지연 씨(25)는
경희대 에브리타임에는 1월 31일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지킵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국 학생도 같은 학교이니 혐오 표현을 자제하자는 내용이었다.글이 올라온 지 10분이 안 돼서 혐오 표현 댓글이 달렸다. ‘같은 학교 학우더라도 짱깨는 짱깨임 진짜 존나 싫어…개 역겨움’과 같은 내용이었다. 댓글 7개 중 6개가 중국인을 비하했다.작년 11월 국민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에는 ‘네다짱(네 다음 짱깨)’, ‘말하는 거에서 짱깨 냄새남’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중국을 옹호하면 다 중국인인 줄 안다’는 글에 달린 표현이었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주변. 주말을 맞아 놀러 나온 시민이 가득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부쩍 짧아진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위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길거리로 나왔다. 5월 16일 낮 12시였다.같은 시각, 지하는 달랐다.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평소에는 발길이 몰리지만 코로나19로 지하철 이용이 줄면서 지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른바 ‘지하 공동화’ 현상이다.사정이 이러니 지하상가의 많은 점포가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풀렸지만 감염 우려에 지하철 이용이 줄면서
에이드리언 뉘비트 씨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산다. 은행의 투자관리사. 회사에서 서류작업을 할 때는 방역 장갑을 꼭 착용한다. 주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기 위해서다.그는 코로나19에 대해 “두렵진 않지만 굉장히 유념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젊고 건강하기에 바이러스가 치명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사는 여자친구는 천식을 앓는 중이고 어머니는 당뇨병 환자다. 주변에 고위험군이 많아서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 들인다.하지만 상당수 시민은 바이러스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시민은 도심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식당 주점 상점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사람은 못 봤어요. 철저하게 일밖에 몰랐던 사람이에요. 오로지 환자를 위하겠다는 이런 생각만 갖고 있었어요.”김연욱 마이스터연구소 대표(53)가 평전 을 쓰기 위해 윤한덕 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등 90여 명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이다.윤 전 센터장은 2019년 2월 사무실에서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다. 설 연휴에 몰려드는 응급환자를 돌보기 위해 일을 하던 중이었다.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 체계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해 그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민간인의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