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학생인 강호 씨(23)는 지난 학기 교양수업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4명끼리 팀을 만들어 학생의 토의로 진행된 수업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이었다. 그가 의견을 낼 때마다 팀원들은 반대하거나 묵살했다. 쉬는 시간에도 말을 걸지 않았다. 학기 초에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지만 강호 씨는 더이상 수업에서 입을 열지 않기로 다짐했다.

중국 학생과의 팀플은 공공연한 기피 대상이다. ‘중국인 유학생과 팀플 중인데 오늘도 생각하는 착짱죽짱’, ‘팀플 한번만 하면 누구라도 싫어하게 됨’이라며 혐오를 공유한다.

중앙대 이지연 씨(25)는 조별과제를 할 때마다 불성실한 중국인 유학생을 만났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학생은 평상시 한국말을 잘하다가 자신이 불리할 때만 말이 어눌했다. 조별과제에는 소극적이다가 불이익을 받을 때만 불합리하다고 따졌다. 이 씨는 “모든 중국인은 상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커뮤니티에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다른 학생이 중국 학생과 조별과제를 하다 불이익을 받은 또 다른 경험을 댓글로 달았다. 이 씨는 이렇게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재확인했다.

홍익대 에브리타임에서도 ‘(중국 학생들은) 미대에서 쓰레기 저질 작업을 양산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동조 댓글이 이어졌다. ‘일반화 안하고 싶어도 나는 걸리는 중국인마다 다 지뢰임.’

강호 씨 사례처럼 중국 학생으로부터 겪은 피해경험을 공유하면 한국 학생들은 다른 중국 학생을 만나기도 전에 배척한다. 도서관에서 떠드는 중국인의 인상착의나 흡연하는 학생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올리는 식이다.

▲ 경희대 에브리타임

익명을 요구한 한양대생 A 씨(20)는 작년 11월 발생한 홍콩 민주화 시위가 유학생을 혐오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에브리타임에 ‘짱깨’ 등의 표현을 남겼다. 중국 학생이 교내 홍콩 민주화 시위지지 대자보를 훼손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국 학생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고 반감이 생겼다고 했다.

고려대생 B 씨(23) 역시 작년 11월을 계기로 중국 학생을 혐오하게 됐다. 원래 중국어를 배울 정도로 중국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일부 중국 학생이 홍콩을 지지하는 한국 여학생을 향해 ‘화낭년’과 같은 심한 욕을 하자 중국과 중국 학생이 싫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학생들이) 과도한 민족주의에 불타 내정간섭하지 말라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싫어졌다”고 말했다.

한양대 건축공학과 서강토 씨(24)는 올해 1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학생을 향한 혐오가 극에 달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확산 이후 중국이 대처하는 방식과 태도를 보며 평소 갖고 있던 혐오가 증폭됐다.”

그는 이번에 새로운 학교로 편입했는데 새내기 배움터, 입학식 등 학교 행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자 중국 학생을 향한 혐오 감정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 혐오표현 추이

실제 중국 관련해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2019년 8월보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2019년 11월에는 혐오표현이 11배가량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월에는 15배 넘게 증가했다.

8월에는 혐오표현이 128개에 그쳤다. 짱깨, 착짱죽짱 등 모욕적 언사와 무지하다, 미개하다, 더럽다, 안 씻는다는 등 중국인에 대한 일반적 편견을 조장하는 혐오표현이 주를 이뤘다.

2019년 11월에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학생과 반대하는 중국 학생 사이의 갈등이 심해졌다. 특히 경희대 고려대 한양대에서는 대자보를 놓고 물리적인 충돌까지 발생했다.

이후 홍콩을 지지하며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다. ‘중국 분열했으면’, ‘여러 개의 중국 지지한다’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죽어라’, ‘꺼져라’,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등 증오선동형 혐오표현도 크게 늘었다.
 
12월 종강과 함께 혐오표현이 잠시 조용해졌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월 다시 급증했다. ‘더러운 짱깨들’, ‘박쥐 먹는 미개한 놈들’, ‘민폐 국가’, ‘중국인 유학생 입국금지해라’같은 표현이 늘었다.

문제는 중국 학생 혐오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조사 기간에 중국 학생을 향한 혐오표현이 줄어든 달은 있었지만 없는 달은 전무했다. 혐오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대 C 씨(22)는 이전에도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편견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혐오는 이미 뿌리 깊게 제 마음속에 자리 잡았고, 제 또래 사람들도 저와 비슷할 거라 믿는다.”

경희대 D 씨(21)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중국인의 열악한 위생 관념을 이유로 “평소에도 중국인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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