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현재속도 19. 서울 서대문구 대신초등학교 앞의 어린이보호구역 전광판에 숫자가 찍혔다. 기자가 휴대폰 카메라를 켰더니 승용차가 속도를 더 늦췄다. 숫자가 14로 바뀌었다.

뒤따르던 배달 오토바이의 속도도 비슷했다. 어느 할머니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지나갔다. 기자가 “왜 자전거를 안 타시냐”고 묻자 “학교 앞이잖아”라고 대답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일부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학생들은 안전해졌을까. 6월 16일 오후 2시~3시 30분 경 서울 서대문구의 대신초등학교와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와 창서초등학교와 창천초등학교, 노원구의 태릉초등학교를 찾았다.

대부분 차량이 제한속도 시속 30㎞를 지켰다. 대신초와 창천초 교문 앞에서 지나가는 차량 속도를 30대씩 확인했다. 전광판에 찍힌 속도 기준으로 과속 차량이 1대뿐이었다. 오토바이 1대는 잠시 시속 32㎞였다가 25㎞정도로 돌아왔다.

▲ 대신초 앞에서 오토바이가 천천히 지나는 모습

이대부초는 등하교 시간에 보안관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한다. 학교 둘레길에 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 경찰서에서 학교당 4명의 아동안전지킴이를 보내서 지켜본다.

이대부초에서 지킴이 활동을 하는 임종성 씨는 “지키는 사람이 워낙 많아 위험을 크게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창천초 권오주(68) 학교보안관도 “통제를 다들 잘 따른다”고 말했다.

과속과 함께 스쿨존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불법 주정차는 1대도 보이지 않았다. 불법 주정차 벌금은 민식이법 전후에 차이가 없지만 스쿨존에 대한 관심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식이법의 영향으로 등하굣길이 안전해졌는지는 모르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대신초 조성희 보안관은 “원래 이면도로라 차량이 쌩쌩 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초 앞 CU 이대럭키점 직원도 “이 앞에서 속도 내는 차는 전에도 못 봤다”고 했다.

이대부초와 대신초를 관할하는 신촌지구대는 “학교 앞 교통사고 사례가 원래 많지 않다”며 민식이법 전후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서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도 “정확한 통계는 내지 않았지만 체감이 되지 않을 만큼 사고 건수가 적다”고 언급했다.

학교 앞이 안전해 보였지만 상당수 학부모는 학생을 데리러 왔다. 김보경 씨(46)는 “학교 앞이 안전해도 집이 멀지 않나. 차로 픽업하거나 스쿨버스를 타고 하교하는 학생이 많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성희 보안관은 “1~2학년 학부모는 거의 (자녀를) 데리러 온다”고 말했다. 창서초 보안관은 “저학년 학부모의 5분의 1 정도는 부모가 데리러 오고, 학생 절반은 스쿨버스로 통학한다”고 말했다.

▲ 창천초 앞에는 불법주차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노원구 태릉초등학교 김영수 보안관은 저학년 학생의 하굣길 안전을 담당한다. 학교 건물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교문을 바로 나서지 않고, 보안관실 앞에 멈춘다. 김 보안관은 집 방향이 같은 학생들을 모아 횡단보도를 건너도록 했다.

김 보안관은 “선생님들은 도움이 되는 줄 아는데, 난 그렇게 안 본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으로 태릉초 주변에는 신호등 6개가 5월에 생겼다. 전에는 점멸기능의 차량 신호등만 있었다.

그는 “신호등 대기시간이 너무 길고 아이들이 기다리기에는 날씨가 뜨겁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은 신호를 지키지만 중학생만 해도 다르다고 한다.

주민들은 신호등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박지은 씨(25)는 “대부분이 다 같이 무단횡단을 해서 신호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과 함께 귀가하던 오지현 씨(36)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좁은 길에 횡단보도가 굳이 있을 필요를 모른다고 했다. 원래 차들이 천천히 다녀 크게 위험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 생긴 신호로 아파트에서 큰길로 나가는 차가 밀린다며 불편해했다.

두 사람이 언급한 횡단보도의 폭을 핸드폰 앱으로 측정했다. 7.5m. 기자의 보폭으로는 8걸음 정도였다. 길을 건너는 데 4초가 걸리지 않았다. 신호대기 시간은 50초였다. 주민에게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4시까지 관찰했다. 어린이가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빨간불에 길을 건넜다. 길을 건넌 46명 중 신호를 지키지 않은 사람은 24명이었다. 신호를 지킨 사람은 22명. 그 중에서 빨간불일 때부터 멈추고 기다린 사람은 5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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