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하 씨(34)는 1년 전, 결혼했다. 부부는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원룸에서 시작해 혼수는 없었다. 집안일과 생활비는 동거했던 시절부터 반반씩 부담했다. 딩크족인 강 씨는 비슷한 조건과 가치관을 가져야 반반결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이지연 씨(34‧가명)와 김 모 씨(35) 부부는 9월이면 결혼 2년이 된다. 이들 역시 양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이들은 사이가 좋아 보였다. 인터뷰 내내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반반결혼이 로망이었다는 이 씨는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한다.이유진 씨(35&
“직업(career)으로서 일은 마차가 지나는 길을, 일자리(job)로서 일은 짐수레로 싣는 물건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학자인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의 말이다.그는 라는 책에서 일(work)의 어원과 의미를 위와 같이 설명하면서 “노동의 유연성이 강조되는 지금, 한 우물만 판다’는 직업으로서 일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의 문법이 바뀌었고, 일의 의미도 변했다는 뜻이다.일과 함께 퇴사의 의미 역시 달라졌다. 청년층에게는 특히 그렇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이하 해바라기센터)의 신선옥 경사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사복으로 출근한다. 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 및 의료, 심리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전국에 39개소가 있다. 유형은 통합형, 위기지원형, 아동형 등 세 가지로 이 중에서 위기지원형과 통합형은 365일 24시간 운영한다. 취재진은 위기지원형인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를 찾았다. 센터는 아동과 장애인 피해자를 위해 수사를 한다. 아주대 병원 치료실에서 체내 DNA 증거를 채취하는 동안, 수사관은 피해자 사전
영화 ‘배심원들’이 5월 15일 개봉했다.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에서 일반인이 배심원이 되어 진실을 찾는 이야기를 그렸다. 관객 정민지 씨(23)는 영화를 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손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험을 주는 의미 있는 제도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제도다. 시범기간에 이어서 6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향상과 국민 주권주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을까. 국민참여재판은 일반재판보다 열리는 횟수가 매우 적
서울 서대문구의 오피스텔. 집에 가려고 승강기를 탔다. 화재 경보음이 들려 승강기에서 내렸지만 방화문이 닫혀있었다.승강기를 타야 하나? 불이 났을 때는 승강기를 타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방화문이 열리지 않아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다른 오피스텔 입주민 역시 경보음이 들리지 않는 듯 승강기를 이용했다. 관리사무소는 업무시간이 아니라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비상연락망으로 전화를 했다.“저 OOO호 사는데요, 지금 방화문이 닫혀있어 집으로 못 들어가는데 어떻게 하나요?”“아, 방화문은 그냥 열면 열려요.”“그래
영화 은 2014년 개봉했다.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와 동료들은 독일에 파견돼 광산 갱도에서 석탄을 캔다. 아내 영자(김윤진 분) 역시 파독근로자다. 간호사로서 시체를 닦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수발을 든다.독일에 파견된 근로자는 1963년부터 1977년까지 광부가 약 8000명, 간호사가 약 1만 명이다. 노동력이 부족한 국가에 인력을 제공해서 외화를 벌고 한국의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국에서 힘들게 돈을 벌어 모국으로 송금했다.이창근 씨는 1977년부터 1993년까지 광부로 근무했다. 일의 종류는 다
경북 경주시 성건동, 이혜숙 씨(62) 집의 장식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6년 9월 12일이었다. 이 씨는 근처 편의점으로 곧바로 대피했다. 같은 동의 박무혁 군(11)도 진동을 느꼈다. 처음에는 층간소음으로 생각했다가 지진임을 알고 황성공원으로 대피했다.이날 경주에는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기상청이 1978년 지진을 공식적으로 기록한 이후로는 가장 큰 규모다. 규모 5의 지진이 일어나면 그릇과 창문이 깨진다. 규모 6에서는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며 벽의 석회가 떨어진다.진앙은 경주시청과 약 9km 떨어진 곳이었지만 경
경기 용인 흥덕지구의 더 헤어 프레스티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4월 1일이었다. 커트 후 머리가 사방으로 뻗쳤지만 그냥 집에 갔다. 미용사가 머리를 감겨주는 샴푸 서비스를 평일에 받으면 4000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미용실 거울에는 이런 내용의 안내문이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직원은 여성의 머리카락이 길어 손이 많이 간다고만 대답했다. 하지만 기자는 단발이었다.이렇게 여성에게만 샴푸비를 받는 미용실이 상당수다. 여성이 커트를 하면 샴푸비로 4000원~1만 5000원을 더 청구한다.지노헤어 서울대점 미용실은 여성 샴푸비로
보안경, 장갑, 특수 분말, 붓, 번호판.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지문을 채취하고 컴퓨터에 입력한다. 데이터베이스에 범인정보가 나타나면서 검거에 성공한다. 드라마에서 한 번쯤 봤을 지문감정 요원의 모습이다.서울경찰청 김희숙 경감(과학수사대)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문감정의 달인이지만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지문감정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범인을 바로 지목하는 컴퓨터는 현실에 없다. 감정요원의 육안으로 일일이 분석하고 대조해 찾아야 한다. 취재팀은 서울경찰청 광역 과학수사 1팀을 찾았다. 김
“타치~.” “타~치~.” 컴퓨터가 켜지지 않은 컴퓨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60대 강사의 말에 수강생들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검지로 스마트폰을 두드렸다.시니어 스마트 강사 김완기 씨(65)를 만나러 서울 도봉구 쌍문동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4월 9일과 17일. 김 씨의 수업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동영상 만들기다. 15명 정원의 컴퓨터실이 꽉 찼다. 수강생 대부분이 70~80대다.김 씨가 영상에 글자 넣기를 끝내고 사진 넣기 설명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선생님!”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강생은 김 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
“육지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배야.”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주인공 대니의 대사다. “보육원에서 퇴소한 후에도 시설 근처를 맴도는 아이들이 있어요. 자립해서 사회에 스며들지 못하고 자신의 집이었던 보육원에서 정신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시민단체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는 5월 22일 서울 구로구 온수동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났을 때, 대니를 언급했다. 배에서 태어나고 배에서 버려져, 평생 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니. 보육원을 떠난 아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화 주인공처럼 더 큰 세상을 두려워한다.조 대표는 19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9번 출구로 나왔다. 4월 6일 오후 2시 반. 제주 4.3사건 71주년 추모행사가 한창이었다.그 때였다. ‘대북제재 해지하라’ ‘개성공단 재개하라’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열린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의 시위였다.이곳에서는 토요일마다 반미시위가 열린다. 참가자 30여 명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자, 옆을 지나가던 여성이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서울 종로구 세종로네거리의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매주 토요일 태극기집회가 열린다. 전광판이 달린 2t 트럭이 동원된다. 연
“예슬아 어디갈래?” 남자친구의 익숙한 질문 뒤로 익숙한 정적이 흐른다. “밥부터 먹을래?” 문예슬 씨(25)는 정적을 깨고 휴대폰으로 ‘창원 맛집’을 검색한다. 두 사람은 경남 창원에서 유명하다는 맛집은 대부분 가봤다. “오빠 여기 쌈밥집 갈까? 평점도 괜찮네.” 그들의 하루 일과 가운데 하나인 데이트 코스가 결정됐다. 문 씨는 밥을 먹고 나면 평소처럼 카페나 동전 노래방에 가고, 영화를 보겠거니 생각해 다음 코스는 따로 계획하지 않았다. 문 씨는 창원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중이다. 남자친구는 사귄 지 3년 가까이 됐다. 대구에서부
서울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는 4호선과 환승하는 구간이 있다. 여기에 100인치짜리 스크린이 설치됐다. 성인 여성이 두 팔로 안을 정도의 크기다.대형 스크린 앞에서 남성은 4인치짜리 휴대폰 화면만 봤다. 옆에는 여성이 장바구니를 든채 스크린을 등지고 개찰구를 향했다. ‘디지털 시민시장실’이 4월 여의도역·홍대입구역·창동역에 설치됐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시는 시민이 시장의 눈높이로 서울을 한 눈에 보도록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창동역에서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통해
황민아 씨(27)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행복주택에 1월 당첨됐다.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거주할 곳이 생겼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행복주택이 ‘은평환경플랜트’라는 쓰레기 소각장 바로 앞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을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짓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라고 소개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경기도시공사가 참여한다.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SH공사가 청년에게 할당한 행복주택을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다솔지역아동센터는 작년까지 운영한 영어수업 프로그램을 올해 폐지했다. 구로구 구로동의 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는 먼 곳에서 다니는 아동을 위한 차량 서비스를 큰 폭으로 축소했다.김은영 다솔지역아동센터장(43)은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체능 프로그램을 못하게 돼, 공부를 봐주거나 내부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센터의 운영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0.9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강원경찰청 광역과학수사팀 사무실 입구에 적힌 문구다. 수사팀은 춘천경찰서 1층에 있다.수사팀을 만난 날은 4월 12일이었다.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인터뷰를 오후 2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조금 늦어졌다. 시신 하나에 의사 2명이 이중으로 사망진단서를 교부한 사건 때문이라고 했다.이미정 검시조사관(45)은 오늘따라 더 바쁜 것 같다며 증거물 분석실로 취재팀을 안내했다. 지문감식에 필요한 찰흙, 잉크, 전사지와 약물이 가득했다. 검시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넓은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