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소재다. 내 머리 속에 지우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꽃보다 아름다워…. 마음이 아프다며 빨간 약을 가슴에 바르고,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어린이가 되는 어른.이정순 씨(90)는 치매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할 일을 스스로 정하고, 빨리 하지 않으면 못 견뎠다. 아침이면 매일 돋보기를 쓰고 성경을 읽고, 텔레비전을 볼 때면 화면자막을 이면지에 받아 적었다.꽤 먼 거리의 미용실을 혼자 걸어 다녔고, 분리수거와 빨래와 설거지를 능숙하게 했다. 다음날 일어나야 하는 시각을 전날
청년 전태일이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외치면서 숨진 지 49년이 흘렀다. 서울시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을 설립했다.지하철2호선 을지로3가역 1번 출구를 나섰다. 5분 정도 걸으면 갈색 벽돌의 건물이 보이는데 외벽에 은색글자를 새겨 놓았다. 전 씨가 1969년 노동청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자필편지 전문이다. 기념관은 6층 건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전시공간은 3층에 있다. 나머지 층에는 공연장, 소규모 노동단체의 사무
“담배는 싫어요…2층에 어린이집이 있어요.” 어린이들이 노란색 도화지에 색연필로 눌러 쓴 글씨가 눈에 띈다. 어린이가 마스크를 쓰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아래로 보인다.서울 중구 을지로 19 삼성빌딩 1층에는 어린이들이 올해 1월 만든 금연푯말이 5개 있다. 점심시간마다 담배연기가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곳이다. 금연구역이지만 흡연자들은 매일 이곳에 모인다.보건복지부는 2018년 12월 31일부터 ‘어린이집·유치원 1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전국의 금연구역은 2016년 24만여 곳, 2017년 26만여 곳,
“눈을 감고 미적분 같은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기자가 시각장애학생의 수학교육에 대해 물었을 때 한빛맹학교 이윤택 수학교사가 했던 말이다.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수식을 종이에 써가며 계산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프나 도형, 좌표평면이 있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서울맹학교를 졸업한 한재희 씨는 서강대 사회학과에 다닌다. 고등학생 시절, 수학을 제외한 과목에서는 1, 2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수학은 4등급 정도에 그쳤다.남들은 한눈에 보는 함수 그래프를 풀려고 일일이 손으로 짚어야 했다.
“엄마, 여기 빠지면 죽을 것 같은데?”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 앞, 어린이가 환기구에 서 있다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엄마에게 이야기했다.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의 야외공연장에서 아이돌 공연을 보려고 지하철 환기구 위에 올라갔다가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환기구 덮개가 무너지면서다.사고는 2014년 10월 17일 일어났다. 지하철 환기구의 위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서울 시내 환기구는 2242개. 인도 위의 환기구(높이 10cm이하) 56개 중에서 12개를 찾아갔다.시민들은 인도를 차지한 환기구 위를 지나다녔
‘가정 내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과 폐의약품 회수·처리 시범사업’이 2009년 4월 전국적으로 시작됐다. 환경부와 대한약사회 등 7개 기관과 단체가 참여했다.가정에서 나오는 폐의약품은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생활계 유해 폐기물로 분류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5년 주기로 계획을 수립하고 성과를 환경부에 보고해야 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잘 되는지 궁금했다.서울 숙명여대 앞의 온누리 약국을 찾았다. 서유진 약사 실습생(26)은 “최근 한 달 동안 한 명도 폐의약품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기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 25
지난여름의 일이다. 버스 뒷좌석 승객이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말했다. 버스기사가 듣지 못하자 그는 화가 난 듯이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서울 시내버스 승객은 하루 평균 407만여 명. 버스기사는 승객을 어떻게 볼까.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현대교통 차고지에서 버스기사 양우정 씨를 만났다. 그는 스마트폰 화면만 보면서 승객이 버스에 오르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승하차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안 보면 좋겠다고 했다.버스기사 양병엽 씨는 이어폰 문제를 지적했다. 내리고 타거나 앞의 차량 때문에 급정거를 하는 상황에서 버스기사가
한국 관광객이 줄자 쓰시마를 비롯해 일본 관광지가 타격을 받았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국내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되는 중이다. 사정이 궁금해서 서울 용산구 이촌1동(동부이촌동)의 재팬타운을 7월 30일 찾았다. 일본식 주점의 종업원은 “불매운동 때문에 매출에 영향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출은 전부터 조금씩 감소했다고 한다. 손님의 80%는 한국인이다. 일본의 선술집 문화를 참고해서 만들었지만 직원은 한국인이고 식재료도 주로 국내산을 사용한다.“굳이 우리 가게를 찾아와서 욕을 하거나 따지는 경우는
이른 아침 어린이집 앞에 아빠들이 몰렸다. 기원일 씨(34)는 뒷자리 카시트에서 잠이 덜 깬 다인이(2)를 달래며 머리를 매만졌다.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으로 향했다. 어린이집 바로 옆이다.기 씨처럼 아이와 함께 직장에 다니는 워킹 대디가 늘어나는 중이다. 한인성 씨(38)는 유진이(3)를 데리고 아침에 집을 나선다. 2년째다. “갑자기 다치거나 열이 나면 제가 곧장 달려가죠.”전에는 직장어린이집 우선입소 기준으로 여직원을 선정한 회사가 많았다. 여성이 육아를 전담한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가 늘어나
인현동 참사 유족회의 김폰삼 총무는 딸 김춘효 양을 잃었다. 유족회는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2000년 2월에 시작했다. 사는 이야기, 남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재원 유족회 회장은 같은 처지여서 마음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김 총무는 모임에 매번 오는 사람은 15명 정도라고 했다. 더 많이 모이지 못해서 아쉬워한다. 그러면서 “잊어버리고 싶다고 잊어지나 그런 일이…”라며 말을 흐렸다.장례를 치르고 김 총무는 일에 집중했다. 아내와도 함께 다녔다.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보상금을 요구하며 장
세 명은 같은 날, 한 곳에서 딸을 잃었다.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참사에서다. 이 일로 모두 57명이 숨졌다. 기자는 희생자 유족인 김윤신 김영순 김폰삼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화재는 1999년 10월 30일 오후 7시 쯤, 4층짜리 상가건물의 지하 1층 노래방에서 일어났다. 희생자 대부분은 2층 호프집에 있던 고등학생이었다. 이들이 대피하려고 하자 당시 호프집 관계자는 돈을 내고 가라며 문을 잠갔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불길과 연기 속에 갇혔다.김진선 양의 아버지 김윤신 씨는 딸이 갑자기 사라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정문 근처의 다세대주택. 3층 건물의 좁은 복도를 따라 방이 이어졌다. 기자가 8월 1일 찾아가서 복도를 걸었지만 소화기는 없었다. 방 안도 마찬가지. 5세대가 있는 건물에 소화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근처 원룸 5곳을 돌아다녔는데 복도에 소화기를 설치한 건물은 2곳이었다. 취재를 하며 점검한 대학가는 이렇게 화재 무방비 지대였다.현행법상 원룸 같은 공동주택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소화기는 세대별로 그리고 층별로 1개 이상, 감지기는 방이나 거실 등 구획된 실마다 필요한다.하지만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양다혜 양(19)은 프리미엄 독서실로 이름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조용하고 깨끗해서 좋다고 말했다. “24시간 열려있어서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어요. 어른들도 진짜 많이 와요.”스터티 카페는 누가 이용할까. 수능특강을 들으며 책에 밑줄을 치는 고등학생, 방학을 맞아 토익을 공부하는 대학생. 눈에 띄는 건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이다.서울 서대문구의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김지연 씨(30)가 그런 직장인이다. 여의도에서 퇴근하고 짐을 챙겨 카페로 가는게 일상이
서울 관악구의 공동주택에 사는 안현희 씨(24)는 이사를 준비하는 중이다. 화랑곡나방 때문이다. 안 씨의 집에는 해충과 싸운 흔적이 가득했다. 살충제, 전기 파리채, 간이 트랩. 많은 나방이 트랩에 붙어 있었지만 전기 파리채를 휘두르자 여기저기 숨었던 나방이 떨어졌다.안 씨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해충이 들어오기 전에 방역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에 15세대가 사니까 모든 세대를 방역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여름만 되면 해충이 집으로 들어와 번식한다. 방역에는 의외로 많
이 기사는 이대학보 2019년 9월 23일자 3면(한·중 학생들의 조별과제···왜 채팅방에서 언성을 높였을까)을 보완한 내용이다. 취재팀은 국내 여러 대학의 사례를 모은 뒤에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정리해 이대학보에 기고했다. 이어서 다른 대학교 실태를 반영하여 수정본을 완성했다.“아, 팀플이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사실 회의내용도 잘 못 알아들어요.” 중국 하얼빈에서 온 이화여대 4학년 밍훼이 씨(24)는 팀 프로젝트 얘기를 꺼내며 울상을 지었다. 한국학생과 회의를 할 때는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간호조무사를 의료인으로 인정하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글이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간호조무사 명칭을 조무사로 수정해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간호조무사 단체의 정부정책 및 공익사업 참여를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따른 반응이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개정안이 발의된 2월부터 현재까지 반대청원 20개 이상이 올라왔고 7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간호조무사의 권리와 간호사의 업무가 충돌하며 두 집단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현행 의료법 제
작년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에서 새끼오리 체험이 동물학대라는 논란이 일었다. 관람객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서 오리가 맞거나 밟혔다. 함평군은 새끼오리 체험행사를 폐지했다.하지만 같은 축제의 나비 날리기 체험행사는 올해도 열렸다. 많은 나비가 다치고 죽었지만 곤충학대라는 지적은 거의 없었다. 동물학대의 동물 개념이 포유류나 조류에만 국한되는 인식 때문이다.함평 나비축제와 경기 부천식물원에서는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나비 날리기’ 행사를 연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나비를 가뒀다가 한 번에 날린다.경북 예천의 곤충체험축제에서는 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통계를 보면 자궁경부암 환자는 2009년 3만 1553명에서 2017년 4만 9672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만 20세 이상 여성이 무료검진을 2년마다 받도록 하고 국가 예방접종에 자궁경부암 백신(이하 HPV백신)을 포함시켰다.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생활환경, 유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생기는 여성암이다. 세계 여성암의 15% 정도를 차지하는데 백신접종 대상, 부작용과 비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대표적인 증상은 질 출혈, 분비물 증가, 골반통 및 요통, 체중 감소다. 문제는
7월 26일 오후 5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경희대 주변 원룸. 초록색 페트병, 잔반이 남은 컵라면 용기, 감자칩 봉지와 우유통이 나뒹굴었다. 비둘기는 갈색 종이박스 속의 치킨 다리뼈를 먹었다. 벽에 붙은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CCTV 실시간 감시 중’ 스티커가 무색했다.기자가 8월 3일 찾았던 이문동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20개의 다세대 주택 건물 중 17개의 건물 앞에 쓰레기가 가득했다.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 비둘기와 파리가 들끓었다.1인 가구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악성쓰레기도 늘어나는 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