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원각이 운용하는 원각사노인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의 무료 배식을 6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급식소는 많은 노인의 요청에 따라 3월 16일부터 5월 말까지는 대체식 도시락을 나눠줬다.

기자가 6월 5일 탑골공원 오른쪽의 골목에 들어서자 급식소 앞에서 기다리는 노인들을 볼 수 있었다. 대략 200명이 넘었다. 이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아는 얼굴과 대화를 나누며 배식을 기다렸다.

배식은 매일 오전 11시 20분 시작한다, 자원봉사자가 준비한다. 이날 배식을 맡은 파고다로타리클럽 김성일 회장(75)은 “코로나로 탑골공원이 문을 닫았어도 무료 급식을 찾아오는 노인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전이나 지금이나 무료 급식을 찾는 노인은 비슷하다. 250~300명이다. 급식소 달력에는 날짜마다 배식받은 숫자가 보인다.

▲ 원각사노인무료급식소의 달력

탑골공원 문이 닫혔어도 노인들은 달리 갈 곳이 없어 주변을 배회한다. 서울시가 2018년에 65세 이상 노인 승객의 무임교통 카드 거래(570만 건)를 분석했더니 탑골공원이 있는 종로3가역이 승‧하차 횟수 1위였다.

급식소 앞에서 만난 정동기 씨(84·서울 종로구)는 탑골공원을 매일 찾는다. 그는 “(탑골공원이) 문 닫으니까 노인이 갈데없이 골목을 왔다 갔다 한다”며 “역 앞에 맥도날드 커피가 1000원이라 거기서 죽치고 많이 앉아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1호선 종로3가역의 1번 출구 앞 맥도날드에서 만난 김종건 씨(80·서울 은평구)는 1층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는 “집 주변에서 밥을 먹으려면 8000원 정도 하는데 종로는 5000원이다. 낙원 악기상가 쪽으로 들어가면 2500원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급식소 뒤편 골목에서 영자신문을 읽던 이만복 씨(82·서울 종로구)는 “공원이 문을 닫아도 사람들이 주변을 돌아다녀서 몰리는 건 마찬가지”라며 “왜 문을 닫아놓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왔다는 김성철 씨(66)는 원래 낮 12시에 무료 급식을 먹고 탑골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갔다. 요즘은 서울울역 광장이나 용산가족공원으로 옮긴다.

흩어진 노인의 대부분은 탑골공원 옆의 종묘광장공원에 다시 모인다. 걸어서 10분 거리.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상학 씨(70)는 무료 급식을 먹고 종묘중앙공원으로 간다. 급식소 뒤에서 만난 그는 무료 배식 번호표를 꼭 쥐고 있었다.

▲ 노인들은 종묘광장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종묘광장공원에 노인들이 모였다. 일부는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일부는 옆에서 훈수를 한다. 우두커니 앉아 허공을 바라보는 노인도 적지 않았다.

풀밭에 3명이 앉았다. 탑골공원에서 처음 만났다는 박정택(84·서울 종로구) 이기혁(75·서울 강동구) 김영기 씨(71·서울 마포구). 무료로 받은 주먹밥을 먹었다.

이 씨는 “풀밭에 누워있다가 관리자에게 쫓겨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간을 보낼 곳이 사라지자 일부는 종묘중앙공원 맞은 편의 교회에 나간다. 박 씨는 “교회에서 1주일에 4일 정도는 노인에게 빵이나 주먹밥을 준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오룡 씨(76)는 종묘광장공원의 편의점 앞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는 “탑골공원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였지만 여기는 사방이 개방돼 불편하다”며 “탑골공원이 더 조용해서 좋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종묘광장공원에 모이기 시작하자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공원 곳곳에 화분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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