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씨(서울·25)는 쓱세권에 산다. 쓱(SSG)과 역세권을 합친 말. SSG닷컴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지역이다.

전날 주문한 음식이 오전 6시면 집 앞에 도착한다. 강 씨는 “쿠팡 로켓배송과 SSG닷컴 새벽배송을 주로 이용한다”면서 “코로나19 이후로 횟수가 늘어 1주일에 네 번 정도 온라인으로 장을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 수요가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올해 3월에 12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특히 농축수산물과 음식 서비스, 음·식료품은 50%포인트 넘는 성장을 보였다.

새벽배송 서비스도 마찬가지. 쿠팡은 지난 2월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서버가 다운됐다. SSG닷컴은 2월 이후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신선식품 배송시장 1위인 마켓컬리도 2월부터 평균 주문량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수도권을 벗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배송품목이 다양하지 않거나 아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방의 주민은 마켓컬리로 장보기가 아직 낯설다는 뜻이다.

▲ 문 앞에 배송된 쿠팡 상품

서울의 대학을 다니는 이찬하 씨(24)는 요즘 본가인 전남 광양에서 지낸다. 집에 내려온 뒤 수도권과 지방의 배송 인프라 차이를 체감한다. “신선식품은 지방까지 새벽배송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반 상품도 서울만큼 빠르지 않아 새벽배송의 이점을 누리지 못한다.”

박예솔 씨(충북 청주·25)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일이 늘었다. 하지만 수도권에만 제공되는 서비스가 대다수여서 불편을 겪는다. 박 씨는 “마켓컬리, SSG닷컴 등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는 품목이 많다”고 했다.

온라인이 아니어도 빠른 배송은 가능하다. 집 근처 마트로 전화로 주문해서 받으면 된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많다.

이찬하 씨는 반찬을 급하게 만들 때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신선식품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중장년층도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고 빠르게 받아들인다”면서 지역 새벽배송의 활성화를 기대했다.

박예솔 씨도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업체는 웹이나 어플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면서 “동네 마트에 주문할 때는 특가 행사를 하는 제품을 알기 힘들다. 전단지를 미리 받지 않으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지방에서 새벽배송이 왜 어려울까. 기존 택배업체가 아니라 판매업체에서 직·간접 고용한 배송기사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쿠팡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마켓컬리 샛별배송, SSG닷컴 새벽배송은 업체가 관리한다. 우체국택배나 CJ대한통운을 통한 배송은 일반배송이다.

▲ 마켓컬리 배송 안내(출처=마켓컬리)

인력을 무작정 충원할 수 없어 ‘총알배송’ 지역은 한정된다. 마켓컬리 샛별배송은 서울, 그리고 인천 경기의 일부만 가능하다. SSG닷컴은 서울, 그리고 경기도의 성남 용인 일산 파주 일부에서만 제공한다. 쿠팡은 두 업체보다 범위가 넓지만 시 단위로만 내려가도 어렵다.

판매업체는 지역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택배가 주 사업이 아니어서 전국에 인력을 고루 투입하기 어렵다. 택배 전문업체조차 수도권과 그 외 지역은 배송 시간에 차이가 나므로 새벽배송 수요가 있다고 해도 쉽게 확장할 수 없다.

지역 판매자도 소비자 못지않게 답답하다. 오프라인 위주인 중소 도시와 농어촌에서는 장바구니를 든 손님 숫자와 수입이 직결된다. 전자상거래 업체는 수요가 있어도 못 팔고 지역 상인은 팔 곳이 없어 못 판다.

핵심은 판로 확보다. 예를 들어 농협몰의 e-하나로마트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농협몰은 농협중앙회가 직접 운영하는 농산물 전문 인터넷쇼핑몰이고, e-하나로마트는 구매 시 희망 배송지와 가까운 하나로마트에서 상품을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다.

품목이 한정적이지만 지방에도 새벽배송 업종이 있다. 우유와 신문. 영세업장이 대기업 수준의 유통망을 갖추기 어렵지만 인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마켓컬리 인사이트’에서 “그동안 온라인 마켓 이용자의 저변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었다”면서 이커머스 채널의 꾸준한 성장을 예견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돌발적인 재난은 트렌드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기존에 떠올랐던 트렌드를 더욱 강화시키고 기존에 저물던 트렌드는 더욱 약화시킨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모바일 소비는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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