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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의 안전 불감증
김재연·박나영 기자 | 승인 2019.08.11 18:27

 

서울 서대문구의 오피스텔. 집에 가려고 승강기를 탔다. 화재 경보음이 들려 승강기에서 내렸지만 방화문이 닫혀있었다.

승강기를 타야 하나? 불이 났을 때는 승강기를 타면 안 된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방화문이 열리지 않아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다른 오피스텔 입주민 역시 경보음이 들리지 않는 듯 승강기를 이용했다. 관리사무소는 업무시간이 아니라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비상연락망으로 전화를 했다.

“저 OOO호 사는데요, 지금 방화문이 닫혀있어 집으로 못 들어가는데 어떻게 하나요?”
“아, 방화문은 그냥 열면 열려요.”
“그래요? 근데 지금 경보음이 울리는 건 뭔가요?”
“제가 지금 거기 없어서 상황을 몰라요, 저희 직원이 가고 있거든요? 그때 다시 말씀드릴게요.”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경보음이 왜 울렸는지, 방화문은 왜 열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안내는 6시간이 지나서야 문자로 왔다. 다른 곳은 어떨까.

▲ 오피스텔의 화재감지 시스템

서울 성동구 오피스텔에 사는 김영빈 씨(25)는 “문만 살짝 열어 냄새나 연기를 확인하고 만다”고 말했다. 그는 경보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했다. 화재 경보기의 오작동이 잦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수민 씨(21)는 작년 3월, 서울 서대문구의 오피스텔에서 살다가 경보음을 처음 들었다. 당황해하다가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대피했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정확한 원인을 알려고 다음날, 관리실에 전화했다. 관리인은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을 했는데 신축건물에서는 다반사라고 했다. 그 후에도 경보음이 3, 4회 울렸으나 모두 오작동이었다. 대피하는 주민은 크게 줄었다.

김동현 씨(22)는 대전 서구에 오피스텔에 산다. 경보음이 울려도 이웃이 대피하지 않으면 자신 역시 집에 머문다고 했다. 취재 중에 만난 시민 대부분이 경보음에도 밖으로 대피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화재경보기의 잦은 오작동.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해 소방관이 3만 2979건 출동했다. 2017년에는 오작동 신고가 1만 1310건으로 2013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송유철 씨(51)는 서울 서대문구의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장이다. 그는 대피방송이 나오면 무조건 대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재감지 시스템을 통해 기계 오작동을 판단하고 방송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된 재난에도 불구하고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소방재난본부 현장대응단의 김정현 소방위(44)는 “시민이 화재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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