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치~.” “타~치~.” 컴퓨터가 켜지지 않은 컴퓨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60대 강사의 말에 수강생들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검지로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시니어 스마트 강사 김완기 씨(65)를 만나러 서울 도봉구 쌍문동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4월 9일과 17일. 김 씨의 수업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동영상 만들기다. 15명 정원의 컴퓨터실이 꽉 찼다. 수강생 대부분이 70~80대다.

김 씨가 영상에 글자 넣기를 끝내고 사진 넣기 설명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선생님!”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강생은 김 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 “안되는데요?”하고 물었다. 그럴 때마다 보조강사 이경신 씨(59)와 김한응 씨(65)가 다가가서 도움을 줬다.

▲ 김완기 씨가 강의를 하는 동안, 보조강사는 수강생을 도왔다.

스마트폰 수업인데 많은 수강생이 펜을 들었다. 내용을 복습하기 위한 필기 때문이라고 한다. 터치를 하면서 필기를 하느라 손이 분주하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바로 질문하고 적는다. 필기내용을 볼 수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수강생이 강의실 끝의 김주형 씨(77)를 가리켰다.

김주형 씨는 “글씨가 못나서. 필기 못해”라며 말하면서도 노트를 슬쩍 보여줬다. 버튼모양의 그림과 설명이 빼곡했다. 김 씨는 눈 건강을 위해 스마트폰은 최소한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 수강생 김주형 씨의 필기 노트

김주형 씨는 스마트폰을 잘 쓰고 싶다고 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김선주 씨(71)가 “당연히 쓰고 싶죠!”라고 덧붙였다. 김선주 씨는 자녀가 너무 바빠서 미안한 마음에 물어볼 수가 없었다. 복지관에 스마트폰을 배우러 오는 이유다.

“야! 요렇게 깨끗하게 넣었다?” 가장 앞자리에서 수업을 듣던 방경옥 씨(77)가 뒷자리의 오영자 씨(68)에게 자랑했다. 이들은 사진을 편집하고 영상에 넣었다.

‘봄바람 휘날리며~.’ 조용하던 강의실에 노래가 울려 퍼졌다. 벚꽃놀이 다녀온 영상에 넣을 배경 음악으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넣은 뒤였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받은 시 한 편으로 엔딩 크레딧까지 만들어 마무리 했다.

몇몇 수강생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김완기 씨에게 달려가 개인적으로 질문을 했다. 방경옥 씨는 “교회, 산악회나 행사에서 찍은 사진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다들 너무 좋아한다. 영상 만드는 건 내가 아이들보다 낫다”며 크게 웃었다.

▲ 수업 후 김완기 강사에게 질문하는 모습

쌍문동노인복지센터의 스마트폰 수업 경쟁률은 3대 1이다. 신청자가 많아 매달 추첨으로 수강생을 정한다. 센터의 이희정 과장은 신청자가 적으면 재수강이 가능하지만, 대기자가 많아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고 강사인 김완기 김한응 이경신 씨와 만났다. 그들 역시 수업 전에는 IT기기를 잘 다루지 못했다. 3년 전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이하 50플러스센터)에서 스마트SNS 교육을 받고 스스로 많은 연구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상제작 수업 전문가인 김완기 씨는 평소 손주의 영상을 만든다고 말했다. 친구의 딸, 아들의 결혼식 때도 영상을 만들었다.
공무원이었던 김한응 씨는 퇴직 후 스마트폰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수업 때 만나는 70~80대 수강생의 모습을 보며 배우는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능을 하나씩 배우면서 즐거워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김완기 씨는 다음 일정을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면 종로 3가의 50플러스센터에서 수업준비에 필요한 공부를 한다. 저녁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컨설팅을 한다.

50플러스센터의 스마트폰 수업은 50세 이상만 신청 가능하다. 매 수업이 마감된다. 디지털 소외, 디지털 정보격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장•노년층이 겪는 문제를 가리킨다. 하지만 스마트폰 활용에 도전하는 시니어 디지털 군단 역시 많다. 그들의 행군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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