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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결혼, 양성평등 시발점 되나
이지혜 기자 | 승인 2019.09.08 18:06

 

강수하 씨(34)는 1년 전, 결혼했다. 부부는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원룸에서 시작해 혼수는 없었다. 집안일과 생활비는 동거했던 시절부터 반반씩 부담했다. 딩크족인 강 씨는 비슷한 조건과 가치관을 가져야 반반결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지연 씨(34‧가명)와 김 모 씨(35) 부부는 9월이면 결혼 2년이 된다. 이들 역시 양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이들은 사이가 좋아 보였다. 인터뷰 내내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반반결혼이 로망이었다는 이 씨는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유진 씨(35‧가명)는 결혼한 지 3년 반이 됐다. 결혼비용은 양가 하객 수에 따라 나눠서 부담했다. 신혼집은 시댁에서 8000만 원, 이 씨가 3500만 원을 보태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았다. 예복과 한복 그리고 혼수의 대부분은 이 씨가 부담했다.

세 부부 모두 반반결혼을 위한 계약서를 쓰지는 않았다. 구두로 약속해 결혼생활을 하는 중이다. 반반결혼은 결혼비용을 신랑과 신부가 절반씩 부담하는 식이다. 가사노동이나 생활비도 공평하게 나눈다.

웨딩 컨설팅 회사 듀오웨드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부부 1000명(남 508명, 여 4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 비용 실태 관련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반반결혼이 24.4%로 나왔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는 옛말이다.

이지연 씨 부부는 남편의 자취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전세 대출금과 이자 상환은 같이 부담했다. 생활비나 가사노동 역시 같이 나눈다.

이들은 ‘구글 스프레드’를 통해 수입과 지출을 정리한다. 수입이 상대적으로 많은 남편 김 씨에게는 더 많은 용돈을 준다. 이 씨는 “집안일을 정할 때는 남녀 역할을 구분 짓지 않고 서로가 잘하는 일을 맡아서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 이지연 씨 부부의 월별 지출 내역서(출처=이지연 씨)

통계청의 <2014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인한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평균 4시간 19분, 남성은 50분이었다. 최근 이 씨가 임신하면서 김 씨의 가사노동이 늘었다. 김 씨는 “제가 집안일을 많이 한다고 하기 보다는, 전체 집안일의 양을 줄여서 필요한 일만 한다”고 했다.

2015년 12월에 결혼한 이유진 씨도 집안일과 생활비를 반반으로 나눈다. 남편은 고정급여를 받지 않으니까 생활비를 완벽하게 나누기 어렵다. 그래서 보험료, 교통비, 카드값은 각자 내고 공통으로 들어가는 아이 보험료나 생활 공과금을 나눈다.

기성세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인천에 사는 천성택 씨(56)는 “결혼할 때는 내가 다 해갔다”며 “내 딸이 반반결혼을 해도 상관은 없지만 결혼생활도 반반으로 한다면 반대다. 여자가 애를 낳기 때문에 더 힘들 것이다”고 했다.

이지연 씨는 “처음에는 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결혼한다니까 좋아했지만 혼수, 예단 아무것도 안 해간다고 하니 어머니가 서운해 하기도 했다”고 했다.

11월에 결혼할 한 모 씨(34)는 신랑이 80%, 신부가 20%를 부담해 결혼을 준비한다. 신혼집은 신랑과 신부가 8대 2로, 혼수는 2대 8로, 기타 비용은 5대 5로 한다. 반반결혼 얘기가 나오기 전에 많은 부부가 택한 방식이다.

한 씨는 “반반결혼의 본질적인 의미에 동의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결혼을 당사자 외에도 가족이 함께 준비하니 부부의 뜻만으로는 쉽지 않다”고 했다.

결혼 8개월 차인 한세희 씨(26)는 부정적이다. “결혼 후 여자가 겪는 변화가 남자가 겪는 변화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결혼비용은 남자가 더 내야 한다.”

반반결혼을 했던 강수하 씨도 같은 생각이다. “저희 부부는 비슷한 나이와 환경과 수입 그리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 점이 맞아서 반반결혼이 가능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경택 씨(27)는 반반결혼이 너무 계산적이라 주장한다. “각자 형편에 맞게 부담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결혼을 계약과 같이 반반으로 나누기보다는 서로 배려해야 한다.”

서울여대 민가영 교수(여성학)는 반반결혼의 배경과 관련해 “여성의 자아실현 욕구가 커지고 결혼, 출산, 양육이 장애물이 된다는 인식이 증가하면서 자신의 삶과 가정을 균형 있게 하고 싶다는 의지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완벽한 반반결혼은 쉽지 않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임금이 여성은 244만 9000원, 남성은 356만 2000원이었다.

고려대 황명진 교수(공공사회학부)는 “서양과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가 혼인 관련한 경제적 부담을 크게 진다”면서 “반반결혼은 여성의 경제수준이 남성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반영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양성평등에 다가가는 지표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배정원 대표는 “반반결혼을 주제로 남녀가 대립해 온라인에서 싸우는 걸 봤다. 반반결혼은 계산적으로 나누면서 부부가 싸우는 게 목표가 아니다. 성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와 싸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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