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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4시 (3) 지문 감식
김혜연‧이다현‧이연우‧임정연 기자 | 승인 2019.07.21 15:36

 

보안경, 장갑, 특수 분말, 붓, 번호판.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지문을 채취하고 컴퓨터에 입력한다. 데이터베이스에 범인정보가 나타나면서 검거에 성공한다. 드라마에서 한 번쯤 봤을 지문감정 요원의 모습이다.

서울경찰청 김희숙 경감(과학수사대)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문감정의 달인이지만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지문감정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범인을 바로 지목하는 컴퓨터는 현실에 없다. 감정요원의 육안으로 일일이 분석하고 대조해 찾아야 한다. 취재팀은 서울경찰청 광역 과학수사 1팀을 찾았다.

▲ 증거 분석실 모습

김 경감은 낯선 기계와 약품이 늘어선 곳으로 취재팀을 데려갔다. 그는 취재팀이 버린 음료수 병을 가져와 지문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빈 병에 형광 분말을 바르고 특수한 광원등을 비추자 기자의 지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김 경감이 보여준 분말법 외에도 기체법, 액체법이 지문 채취에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세 방법은 화학반응을 기본원리로 한다. 손가락 분비물은 수분과 1.5%의 유·무기물질로 구성된다. 여기에 반응하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던 지문을 찾아낸다.

액체법은 닌히드린 용액을 이용한다. 용액이 땀에 포함된 아미노산(단백질)과 반응하면 지문이 자청색을 띈다. 여기에 열을 가하고 접사(接寫) 촬영해 지문을 검출한다. 기체법은 옥도가스나 오스믹산을 이용한다. 지문의 염분, 지방분 및 아미노산이 약품과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 분말법으로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국내 과학수사는 19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때부터 누적된 지문을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채취한 지문을 입력하면 검색조건을 충족하는 이미지가 출력된다.

약 5억 개의 지문은 모양에 따라 궁상문(弓狀紋), 와상문(渦狀紋), 제상문(蹄狀紋) 등 12개의 번호로 분류된다. 성별, 추정 나이, 거주 지역에 따라서도 나뉜다. 같은 부류의 지문이라도 사람마다 융선 모양과 특징, 개수가 다르다.

지문 감정관은 이런 특징을 직접 비교, 분석해 지문의 주인을 찾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은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김 경감은 “눈에 보이지 않는 특징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검색 조건을 설정하는 일은 모두 지문 감정관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 김희숙 경감이 지문모양을 설명하고 있다.

강원 원주경찰서 김상혁 경위는 “사건현장에서 지문감정의 필요성을 느끼면 과학수사대에 의뢰한다.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필요성을 느끼면 반드시 지문을 채취한다”고 말했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김양중 경장은 지문을 활용해 음식점 무전취식 사건의 피의자를 검거한 경험이 있다. 피의자가 주문한 콜라병에서 지문을 채취하면서다. 그는 “피의자를 특정하기 힘든 현장에서 지문의 역할과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지문감정 기법은 세계적 수준이다. 매년 2개국 이상을 방문해 현지 전문가에게 감정기법을 전수한다. 국내 지문감정 시스템은 2010년 8월 국제공인인증서(KOLAS)를 획득했다.

변사자 지문채취 기법인 ‘고온습열처리기법’과 같은 기술도 개발했다. 끓는 물에 손가락을 3초 정도 담근 뒤 꺼내면 땀구멍이 열리면서 속살이 팽창한다. 이 과정을 통해 더 선명한 지문을 확보할 수 있다. 2004년 동남아 일대를 강타한 쓰나미 인명피해 현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서울 동작구의 사우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2004년의 일이다.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불을 질렀다. 화재로 인한 그을음이 피해자의 몸에 범인의 지문을 남겼다. 과학수사대 요원은 이를 채취해 범인을 검거했다.

이런 사례는 많지 않다. 피부에서 지문을 채취하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김 경감은 “피해자 몸에 남은 범인의 지문으로 사건을 해결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어려운 조건에도 지문감정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오후 9시에 과학수사팀을 방문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이 일을 했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그들은 “우리는 언제 출동할지 몰라요. 그래서 돌아가며 밤샘을 해요”라고 말했다.

김희숙 경감 역시 16년 동안 2, 3일에 한 번 정도로 집에 가는 불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건강도 많이 상했다. “지문채취 시 다양한 분말이나 유독 화학약품을 사용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그는 시력이 나빠졌다.

그는 2016년에 여성 최초로 ‘대한민국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했다. 김 경감의 행보를 보며 과학수사의 꿈을 키우는 학생도 있다.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박서영 씨는 “김 경감의 존재가 힘이 된다. 과학수사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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