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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버림받는 아이들
모세영 기자 | 승인 2019.07.14 19:11

 

“육지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배야.”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주인공 대니의 대사다. “보육원에서 퇴소한 후에도 시설 근처를 맴도는 아이들이 있어요. 자립해서 사회에 스며들지 못하고 자신의 집이었던 보육원에서 정신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시민단체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는 5월 22일 서울 구로구 온수동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났을 때, 대니를 언급했다. 배에서 태어나고 배에서 버려져, 평생 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니. 보육원을 떠난 아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화 주인공처럼 더 큰 세상을 두려워한다.

조 대표는 1985년 여름 고속버스터미널에 버려졌다. 7살 때였다. 보육원에서 자란 그는 100만 고아의 눈물을 외면할 수 없어 고아권익연대를 만들었다. 아파트 상가 2층, 고아 및 보육원 퇴소자를 위한 인권 단체다.

MBC 보도에 따르면 해마다 시설을 나서는 청소년은 평균 2400명이다. 보육원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자립해야 한다. 이 때 지방자치단체는 최대 500만 원을 지급한다. 홀로 서기에 턱없이 부족해서 생계를 걱정하거나 대학진학을 포기한다.

가장 심각한 점은 주거. 지원금으로는 월세 방을 얻기조차 힘들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시내 원룸의 월세는 평균 52만 원(보증금 1000만 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시설 퇴소자와 신혼부부도 대상.

그러나 신혼부부의 주택임대 기간은 최장 20년이지만 시설 퇴소자는 6년이다. 조 대표는 둘이서 미래를 꾸려 나가는 신혼부부와 달리 시설 퇴소자는 의지할 가족이 없으므로 주거문제 만큼은 평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보도에 따르면 보육원 퇴소자를 위한 자립지원시설은 전국에 12곳이다. 수용기간이 최장 5년이며, 25세부터는 이용할 수 없다.

중앙대 최영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자립지원시설이 적고 대부분 도시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 있어 아이들이 이곳에 살면서 직장이나 아르바이트 출퇴근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육원을 나오고 시설에 다시 들어가는 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도 있다. 서울 용산구 영락보린원 김병삼 원장은 “시설 아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시설이 아닌 곳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서울에는 자립지원시설 외에도 ‘자립형 그룹홈’이 있다. 시설 퇴소자가 일정 기간 모여 살 수 있는 30평 아파트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곳에는 전혀 없다.
 
지자체가 시설 퇴소자에게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한다면 중앙정부는 어떨까. 정부 대표포털 ‘정부24’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지원사업으로 아동발달지원계좌(CDA)가 있다. 후원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국가가 월 4만 원까지 같은 금액을 입금한다.

하지만 CDA는 주택가격이나 대학 등록금의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다. 또한 적립금을 후원에 의지하므로 아동마다 모이는 액수가 천차만별이다.

보호유형별 아동통계 (출처=디딤씨앗통장 홈페이지)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부터 보호종료 아동에게 매달 30만 원을 지원한다. 영락보린원 김병삼 원장은 “보편적·일률적 서비스인 자립수당은 연구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금 사용목적을 규제하지 않아 아이들이 효율적으로 쓰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설에서 나온 만 18세 아이들이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쓰기는 어렵다. 처음 사회를 경험하므로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보육원은 사회로 나오기까지 충분한 훈련을 하는 가정역할을 하지 못한다.

한국아동복지협회 이혜경 부장은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은 심리적 상처로 인해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시설에 사는 동안은 의식주가 해결 가능하므로 삶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결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진정한 자립을 위해서는 상처받은 마음부터 치료해야 한다. 마음의 힘을 얻은 후에 그들 특성에 맞는 재능을 발굴하여 생업기술을 습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전민영 씨는 서울 성북구의 지역아동센터에서 2년간 영어교육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가까이서 아이들을 지켜봤는데 일반가정의 아이들과 같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육원에서 지내든, 나와서든 관심과 사랑을 계속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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