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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행복을 위한 선택이 되다
김예슬 기자 | 승인 2019.08.18 18:10

 

“직업(career)으로서 일은 마차가 지나는 길을, 일자리(job)로서 일은 짐수레로 싣는 물건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학자인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의 말이다.

그는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라는 책에서 일(work)의 어원과 의미를 위와 같이 설명하면서 “노동의 유연성이 강조되는 지금, 한 우물만 판다’는 직업으로서 일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의 문법이 바뀌었고, 일의 의미도 변했다는 뜻이다.

일과 함께 퇴사의 의미 역시 달라졌다. 청년층에게는 특히 그렇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근속기간이 평균 4년 6개월이지만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근속 기간은 1년 5.9개월에 그쳤다.

청년 이직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첫 직장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보수, 노동시간 등의 노동 여건 불만족(51%)’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16년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014년에 비해 2.5% 포인트 늘어난 27.7%를 기록했다.
 
평생직장의 신화가 무너졌다. 대신 개인적 행복감과 자아실현이 중시된다.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과는 별개로, 쉽게 일을 그만두는 젊은이들이 늘었습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과정을 강조했다. 그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이들이 유년기부터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연히 인생에서 중시하는 가치가 다를 수밖에요.”  

이런 가운데 직장인의 진로탐색을 위한 교육 스타트업 ‘퇴사학교’가 2016년 5월 등장했다.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강의·워크숍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를 나와 압구정역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노란 벽면에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무실에선 회의가 열리는 중이었다. 퇴사학교 장수한 대표(34)는 수강생에게 교장 선생님으로 불린다. 그의 첫 일터는 삼성전자였다.

▲ 서울 강남구 신사동 퇴사학교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대기업에 들어간 것도 성장하고 싶어서였죠.” 입사 5년 차에 퇴사를 결정했다. 불안과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거기선 온전히 제 색깔을 가지기 힘들 것 같았어요. 어디까지나 제가 한 선택이었으니, 후회는 없네요.”

그 뒤 3개월간 100권의 책을 읽었다. 주로 기업경제나 조직문화, 현대인의 커리어에 대해서였다. 기억에 남는 건 찰스 핸디(Charles Handy)의 경영 철학서.

“특히 <텅 빈 레인코트>를 읽고선 개인이 대기업 중심의 산업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교육 서비스에 대한 철학을 정립해가는 과정에서 대기업 생활을 담은 <퇴사의 추억>을 출간했다. 장 대표는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였다. 지금은 그를 포함해 6명이 같이 일한다.

퇴사학교 페이스북 페이지는 개설 1주일 만에 조회 수 100만, 좋아요 1만 건을 달성했다고 카카오의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에 밝혔다. “미디어에 많이 나온다고 매출이 더 오르는 건 아니더라고요.” 기업 홍보는 페이스북 외에도 뉴스레터, 관련 도서, 자체 블로그 또는 수강생 추천 등을 통해서 한다.
 
다양한 연령대가 찾지만 20~30대가 가장 많다. 남녀 성비는 비슷한 편인데 대부분 직장인이다.  찾는 목적도 다양하다. 퇴사 후 미래설계, 진로탐색, 겸업이나 창업 준비. 현재까지 퇴사학교를 수료한 수강생은 7000여 명이다. 지금까지 개설한 수업은 50여 개다.

▲퇴사학교 장수한 대표(출처=퇴사학교)

올해 1월부터는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수업의 참여율이 더 높지만 맛보기 수업을 경험하거나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수강생에게는 온라인 수업이 꽤 도움이 된다. 현재 온라인 수업은 13개. 셰어하우스, 에어비앤비, 유튜브 크리에이터 관련이 인기다.

장 대표에게 콘텐츠 기획과 강의, 글쓰기는 재미있는 동시에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수업을 쉰 지 1년이 넘었다. “일에는 타이밍이 있잖아요. 지금은 사업에 좀 더 집중하고 있어요. 사업 전략 짜고, 자금 확보도 하고. 늘 어려워요.”

공들인 신사업 출시도 앞두고 있다. “커리어 플랫폼 사업인데, 바이럴 테스트 중이에요. 비대칭적인 인맥 네트워크나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겠죠?” 직장인들이 다양한 커리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강혜련 교수는 “적성에 맞으면서도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러한 욕구를 올바르게 분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준다”고 퇴사학교를 평가했다.

한국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건 뭘까요?” 장 대표에게 질문을 받았다. 즐겁게 일해서 의미 있게 돈을 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가 10년 동안 생각해왔던 행복은 ‘일을 통해 성장하며, 바람직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행복을 위해 내가 감수해야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인정하는 거예요.”

작년 2월 말 입사한 박상진 매니저(26)는 대학에서 외식경영을 전공했다. “남에게 도움 주는 일을 하고 싶어서 교육 관련 분야를 찾게 됐어요.” 박 매니저에게도 성장은 중요한 가치였다.

▲ 퇴사학교 직원과 교사들(출처=퇴사학교)

기자는 7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교보문고 강남점을 찾았다. 한국에세이 코너에서 <퇴근할까 퇴사할까>라는 책을 발견했다. 퇴사학교 수강생 4명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구성해, 올해 4월 10일 공동 출간했다. 저자 중 한 명인 반승아 씨는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한다.
 
그는 입사 13년 차에 MBA를 졸업하고 작년 1월 퇴사학교의 ‘보통 직장인의 위대한 글쓰기’ 수업을 수강했다. “당시에 부서 이동이 절실했고, 심적으로 지쳐있었어요. 지인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해 보라고 권유했었죠.”

수업에서 기자, 라이프 코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났다. 덕분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수업 자체로 인한 변화는 아닐지 몰라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어요. 퇴사 생각은 없었지만,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했거든요.” 퇴사학교가 촉매역할을 했던 셈이다. 현재는 카카오 ‘브런치’, 서울문화재단 예술 사업에 선정된 문화예술 참여 플랫폼 ‘아트렉처’에서 작가로 활동한다. 5월에 문파문학 신인상을 받고 수필가로 정식 등단했다.

한국사회에는 퇴사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퇴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개인사정, 권위적인 상사, 혹은 조직문화. 현실 도피가 아니라 행복한 일을 찾기 위한 선택이 중요한 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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