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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4시 (2) 검시조사관 ① 이유 없는 죽음은 없다
남동연·백승연·소설희 기자 | 승인 2019.06.02 20:22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강원경찰청 광역과학수사팀 사무실 입구에 적힌 문구다. 수사팀은 춘천경찰서 1층에 있다.

수사팀을 만난 날은 4월 12일이었다.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인터뷰를 오후 2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조금 늦어졌다. 시신 하나에 의사 2명이 이중으로 사망진단서를 교부한 사건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정 검시조사관(45)은 오늘따라 더 바쁜 것 같다며 증거물 분석실로 취재팀을 안내했다. 지문감식에 필요한 찰흙, 잉크, 전사지와 약물이 가득했다.

▲ 과학수사팀 입구(왼쪽)와 증거물 분석실의 캐비닛

검시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넓은 의미의 검시(檢視)는 시신 외표조사, 의사의 검안, 변사현장 조사, 시신 해부를 포괄한다. 좁은 의미의 검시(檢屍)는 시신의 외표검사로 사망종류를 밝히는 행위다. 검시조사관이 하는 업무는 후자에 해당한다.

검시와 부검의 가장 큰 차이는 피부를 갈라서 시신 내부를 보는지의 여부다. 검시조사관은 검시를 통해 변사사건 초기단계에서 활동한다. 타살의혹이 있다고 판단되면 부검의나 수사관에게 부검을 권한다.

대상은 변사체다. 변사(變死)는 자연스럽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말한다. 병사로 판단하기 전에 모든 죽음은 변사인 셈이다.

인터뷰 당일 오전, 두 개의 변사사건이 발생했다. 외상이나 외력 등 의심 가는 부분이 있어 부검대상이 됐다. 이 조사관은 “혹시 생길 수 있는 억울함을 막기 위해 작은 의심이 들면 부검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검시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한다. 첫 단계는 신고접수. 경찰의 112 상황통제실이나 소방서의 119 상황실에서 연락한다. 병원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인은 변사를 신고할 의무가 잇다. 사건개요를 파악해 장비를 준비해서 출동한다.

현장에 도착하면 역할을 나눈다. 사진촬영, 영상촬영, 스케치, 현장기록. 최소 2명이 필요하다. 중요사건에서는 9명까지 나간다. 현장에서는 사진과 영상담당이 가장 먼저, 증거수집 담당이 나중에 들어간다.

처음부터 시신을 자세히 보지는 않는다. 검시조사관은 변사사건이 일어난 현장의 전체모습을 먼저 파악한다. 이어서 현장을 구역별로 나눠 증거를 세부적으로 조사한다. 현장파악과 증거조사가 끝난 뒤 시체를 조사한다.

따라서 검시는 넓은 범위에서 좁은 범위로 조금씩 영역을 좁히는 과정인 셈이다. 타살의혹이 있으면 손 싸개나 보호 장비로 시신을 보존한다. 정밀검사는 병원 안치실에서 한다.

▲ 과학수사대가 유골을 발굴하는 현장(강원경찰청 제공)

과학수사대 팀원은 전반적인 현장 감식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재전문 수사관, 혈흔분석 수사관 등 다양한 전문가를 충원하는 이유다. 검시조사관의 역할은 시신을 꼼꼼히 보는 일이다.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면 검시조사관은 의사가 정확하게 진단하도록 돕는다. 사망진단서 1장의 효력이 매우 크므로 현장에 출동한 검시조사관의 조언은 필수적이다. 이후에는 부검에 참관한다. 검사나 변호사 요청으로 재판에서 증언을 할 때도 있다.

인터뷰를 하는데 의사가 전화를 걸었다. 차트분석과 약물설명을 요청했다. 초기에는 검시조사관이 차트분석을 맡았지만 업무가 늘면서 분리됐다. 이 조사관은 “차트분석 전담팀을 따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였다. 아이를 낳고 육아에 집중하려고 일을 그만뒀다. 어느 날 카페에서 친구를 만났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바보가 되어간다는 생각에 일을 다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검시조사관 모집공고를 봤다.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다가 과학수사에 관심이 생기던 참이었다. 검시조사관이 되려면 임상병리 또는 간호사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법의학 책을 사서 1년간 공부한 뒤 합격했다.

첫 시신은 근무 2개월 만에 봤다. 목이 잘린 상태였다. 수술실에서 마취된 환자를 자주 봤기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다만 “이 사람은 (마취 환자와 달리) 죽었으니 이제 못 보겠구나”라는 생각에 슬펐다고 한다.

이 조사관은 서울에 살다가 강원도로 발령받았다. 어느 날 춘천에 살던 작은 할아버지가 넘어져 두부외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마 검시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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