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9번 출구로 나왔다. 4월 6일 오후 2시 반. 제주 4.3사건 71주년 추모행사가 한창이었다.

그 때였다. ‘대북제재 해지하라’ ‘개성공단 재개하라’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열린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의 시위였다.

이곳에서는 토요일마다 반미시위가 열린다. 참가자 30여 명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자, 옆을 지나가던 여성이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네거리의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매주 토요일 태극기집회가 열린다. 전광판이 달린 2t 트럭이 동원된다. 연사가 누구인지 보려면 주최 측이 설치한 주황색 경계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주최단체의 하나인 ‘일파만파’ 소속 박도이 씨는 “가끔 시비 거는 사람이 있어 안전선을 쳤다”고 말했다. 30분간 지켜봤지만 일반시민이 가까이 가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가방에 작은 태극기를 꼽은, 60~70대 노인 몇 명이 전부였다.

▲ 세종로네거리의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시위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집회·시위는 6만 8315건으로 통계작성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수로는 1년 전보다 58% 늘었다. 특히 광화문 광장과 종로 일대 시위가 늘었다. 서울지방경찰청 홈페이지를 보면 4월 6일 14건, 14일 20, 20일 15건이 열렸다.

청와대나 국회가 아니라 왜 광화문광장일까. 기자가 직접 만난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일반시민에게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주 동안 광화문에서 지켜봤더니 시민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의견표출은 더 자유로워졌지만, 과연 시민에게 제대로 전해지는 의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극기 부대는 차로 2개를 점거하고 종로구청 사거리로 진입해 을지로와 숭례문을 거쳐 오후 6시 경 파이낸스센터로 돌아왔다. 사물놀이패와 확성기를 동원했다.

4월 14일 행진에 참여한다고 신고한 인원은 5만 명이었다. 도로가 마비됐다. 시위대가 내는 꽹과리 소리,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 지나가는 차량의 경적소리. 광화문광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잘 안 들려! 다시 말해봐.” 남성이 횡단보도를 지나면서 전화에 대고 소리쳤다. 기자도 전화통화를 해봤다. 똑같은 문장을 세 번 말해달라고 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토요일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 태극기 부대의 행진모습


“어휴 난리도 아니야.” 어느 여성이 근처를 지나가면서 계속 소리쳤다. 인근 카페에 들어갔다. 안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조진현 씨는 “솔직히 시끄럽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최 측도 할 말은 있다. 4월 6일 만난 자유대연합 소속 박원균 씨는 “유튜브나 카페도 활영하지만 청년에게 문제를 직접 알리기 위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자유대연합은 1년 째 토요일마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권과 한미동맹 강화를 요구한다.

시민들은 이러한 시위 방식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메시지에 거부감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4월 20일 세종로네거리를 찾은 박주현 씨는 “시위는 할 수 있지만 민폐를 끼친다는게 문제다. 피해를 주니까 오히려 그들의 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아 진다”고 말했다.
 
4월 6일, 해가 넘어가는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정부가 주는 돈에 놀아나는 개돼지가 될 때 대한민국은 완전히 망가집니다.’ 연단의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말하다, 점점 흥분했다. 부모 손을 잡고 근처를 지나던 어린이가 귀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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