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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운영난, 한계에 달하다
남수현 기자 | 승인 2019.06.23 19:23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다솔지역아동센터는 작년까지 운영한 영어수업 프로그램을 올해 폐지했다. 구로구 구로동의 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는 먼 곳에서 다니는 아동을 위한 차량 서비스를 큰 폭으로 축소했다.

김은영 다솔지역아동센터장(43)은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체능 프로그램을 못하게 돼, 공부를 봐주거나 내부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센터의 운영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0.9% 올라 인건비가 크게 늘었지만 지역아동센터 1곳당 보조금은 약 2.5%만 늘었기 때문이다.
 
1곳당 월 평균 보조금(529만 원 수준)을 종사자 2~3명의 인건비와 관리비로 쓰면 아동 활동을 위한 예산은 1명 당 하루에 1000원 안팎.

그마저도 올해는 쓸 수 없게 된 곳이 많다. 최저임금을 맞추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보건복지부가 프로그램비 의무 사용률을 10%에서 5%로 줄이라는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동을 위한 경비를 줄여 종사자 인건비를 주라는 의미였다. 센터 종사자 53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올해 1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예산 현실화와 종사자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던 이유다. 

▲ 구로 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센터는 돌봄 사각지대의 아동을 위한 대표적인 복지시설이다.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게 보호와 교육, 문화 활동과 급식 등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유일한 곳이다.

보호자가 돌보기 어려운 아동을 위해 센터는 정원의 80%를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한부모·맞벌이 가정의 아동 등 ‘돌봄취약아동’으로 채워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전국 지역아동센터 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 4189개 센터가 10만 8000여 명의 아동을 돌봤다.

공공성이 강한 시설인데도 예산이 적은 이유는 기획재정부가 센터를 민간시설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센터는 1980년대 대도시와 농촌의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퍼진 ‘공부방’으로 출발했다. 공부방이 2004년 법제화되며 센터로 전환되면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성태숙 정책위원장(52·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장)은 “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의 공공성을 이해하고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는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로 출발한 곳에 더 많은 국가 세금을 줄 수 없으니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센터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후원금으로 충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임대료와 같이 시설에 관한 모든 비용은 센터장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재건축 등으로 센터가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후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다솔지역아동센터도 장위동 일대가 재개발 구역으로 확정되며 이사를 해야 한다.

김은영 다솔지역아동센터장은 “36명의 아이를 수용할 만큼 넓은 공간을 찾다 보니 임대료가 비싼 곳을 구할 수밖에 없었는데 월세를 지원하던 기금이 끊길 위기이다. 기금을 이어받지 못하면 1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추가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구로 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에서 복지사들이 아동학습을 돕는 모습

센터 종사자들은 예산확충과 함께 인건비 분리지급과 단일 임금체계 적용을 원한다. 인건비가 다른 비용과 합쳐져 지원되니 센터의 사회복지사는 근속년수와 관계없이 최저수준의 급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하므로 센터는 기피 대상이다.

김 센터장은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 사이에서도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한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 몇 만 원이라도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다들 호봉제가 적용되는 복지관에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선과 추경편성 등 1월 집회의 요구사항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복지부와 지역아동센터가 협의체를 꾸려 5차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못했다.

추경편성에 관해서도 성 위원장은 “복지부가 130여억 원을 추경안에 올렸다고 했지만 정부안에는 결국 우리 바람에 훨씬 못 미치는 31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런 예산도 국회가 통과시켜야 하므로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센터를 지켜야 하는 이유로 성 위원장과 김 센터장 모두 종합적인 복지서비스와 밀접한 보호를 꼽았다. 성 위원장은 “학교만 해도 돌봄과 교육복지사업,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전부 분리되는데, 이를 한 데 모아놓고 급식까지 지원하는 곳이 지역아동센터”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학교에서 센터에 오는 잠깐 사이에도, 심지어 학교 안에서도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센터가 없으면 아이들이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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