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호선 창동역에는 4호선과 환승하는 구간이 있다. 여기에 100인치짜리 스크린이 설치됐다. 성인 여성이 두 팔로 안을 정도의 크기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남성은 4인치짜리 휴대폰 화면만 봤다. 옆에는 여성이 장바구니를 든채 스크린을 등지고 개찰구를 향했다. ‘디지털 시민시장실’이 4월 여의도역·홍대입구역·창동역에 설치됐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창동역의 디지털 시민시장실

서울시는 시민이 시장의 눈높이로 서울을 한 눈에 보도록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창동역에서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통해 서울을 보는 시민은 없었다.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문구에서 ‘시민’은 사라지고 ‘시장입니다’만 보이는 듯했다.

서울시는 유동인구를 고려해 위치를 선정했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발표에 따르면 홍대입구역 지하철 이용객은 창동역의 약 2.8배다. 홍대입구역은 창동역과 다를까. 시민들은 오히려 최첨단 ‘디지털 시민시장실’ 옆의 ‘홍대입구역 종합안내도’를 찾았다.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고원용 씨(20)는 친구를 만나려고 대구에서 서울로 왔다. “저게 여기에 왜있나 싶어요.” 고 씨는 지하철역 정보가 훨씬 유용하다고 했다. 지하철역이 복잡해서 길을 찾는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저런 화면’은 세금낭비라고 했다.

▲ 디지털 시민시장실이 제공하는 정보

‘저런 화면’이 제공하는 정보는 무엇일까. 디지털 시민시장실의 크게 7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재난안전, 교통, 대기, 상수도, 생활인구, 둘레길‧공원, 물가다.

‘물가’를 클릭하니 돼지고기는 강남구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2만 7000원으로 최고가이고 강남구 도곡시장이 1만 2600원으로 최저가라고 뜬다. ‘상수도’를 클릭하니 아리수정수센터가 서울시 어디에 있는지가 나온다.

서울시는 장소특성을 고려해 핵심정보만 압축적으로 구성했다고 했다. 빅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화한 최첨단 시스템. 서울시의 설명이다.
 
여의도역은 어떨까. 보도자료와 달리 디지털 시민시장실이 없었다. 여의도역에서 내려 직원이 알려준 곳으로 가보니 ‘4.17(수)에 서비스 하도록 준비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기자가 사진을 찍자 의자에 앉아있던 승객이 ‘저게 뭐냐’고 물었다.

▲ 여의도역에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디지털 시민시장실’이 공개된 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반응이 뜨겁다고 홍보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벨기에 등 서울을 방문한 외국 대표단이 디지털 시민시장실의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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