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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워킹 대디
정회인 기자 | 승인 2019.10.13 14:34

 

이른 아침 어린이집 앞에 아빠들이 몰렸다. 기원일 씨(34)는 뒷자리 카시트에서 잠이 덜 깬 다인이(2)를 달래며 머리를 매만졌다. 그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으로 향했다. 어린이집 바로 옆이다.

기 씨처럼 아이와 함께 직장에 다니는 워킹 대디가 늘어나는 중이다. 한인성 씨(38)는 유진이(3)를 데리고 아침에 집을 나선다. 2년째다. “갑자기 다치거나 열이 나면 제가 곧장 달려가죠.”

전에는 직장어린이집 우선입소 기준으로 여직원을 선정한 회사가 많았다. 여성이 육아를 전담한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육아에 동참하는 아빠가 늘어나자 근속년수, 다자녀, 사내부부 등으로 우선입소 기준을 바꾸는 추세다.

▲ 기원일 씨가 딸을 데리고 어린이집에 가는 모습

서울 성북구청 직장어린이집의 이은미 원장(45)은 “아빠를 따라오는 아이들의 수가 확연히 늘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아빠를 따라 직장에 오면서 둘 사이가 더 친해진다.

생후 1년간 모유수유를 했던 재이(2)는 어린이집 등원 첫날, 엄마만 찾았다. 김재우 씨(35)는 딸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다. 집에서 직장까지는 차로 1시간 정도. 매일 출퇴근하며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훨씬 친해졌다.

하늬(6) 역시 마찬가지. 하원 시간에 아빠가 데리러 가면 울음을 터뜨렸다. 이정진 씨(40)는 아이가 좋아하는 양말인형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하늬는 “아빠랑 하는 비눗방울 놀이랑 자전거 타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같은 직장에서 아이를 돌보며 아빠끼리의 유대감도 강화된다. 근무가 먼저 끝나는 날이면 동료 아이를 돌보거나 주말에 함께 놀러간다. 육아를 하면서 생기는 고민과 정보도 공유한다.

어린이집에서는 아빠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국외대 직장어린이집의 강미라 원장(42)은 ‘아빠들의 요리교실’을 1년에 두 번 마련한다. 아이는 아빠가 만든 음식을 먹고 좋아하고 아빠는 그 모습에 더 신이 난다.

▲ 서울 성북구청 직장어린이집. 신발장 위에 아이를 데리고 오가는 아빠들의 이름이 보인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빠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야하니 아이는 이른 아침에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서야 한다. 한국외대 직장어린이집 강미라 원장은 “아빠가 자주 들여다보지만 퇴근이 늦으면 아이가 늦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하는 회사생활은 아빠의 업무능률을 올려준다. 김재우 씨는 일을 늦게 끝내고 갔더니 남은 아이가 몇 없어서 딸에게 미안했다고 한다. 그 후로는 하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려고 업무에 더 집중한다.

주재환 씨는 하루 종일 붙어 지내면 힘에 부칠 때가 있지만, 이준이가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고 잘 따를 때면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기원일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인이와 붙어 지낼 시간이 없을 텐데 지금 이 순간이 참 소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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