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를 의료인으로 인정하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글이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간호조무사 명칭을 조무사로 수정해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간호조무사 단체의 정부정책 및 공익사업 참여를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따른 반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개정안이 발의된 2월부터 현재까지 반대청원 20개 이상이 올라왔고 7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간호조무사의 권리와 간호사의 업무가 충돌하며 두 집단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현행 의료법 제80조2는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간호사 보조’로 명시한다. 보조라는 단어 하나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일이 일이 달라진다. 간호사는 의료법이 허용하는 간호업무를 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한다.

간호사가 되려면 한국간호평가원이 제시하는 교육과정 편성의 분류기준에 따라 대학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성인간호학, 아동간호학, 모성간호학, 노인간호학, 지역사회간호학과 같은 정규 이론과목을 4년 동안 이수한다. 3학년부터는 병원에서 실습을 한다.

학부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이나 규정에 따라 치료와 설명을 하고, 의사가 없을 때는 주치의 업무대행 같은 조치를 하기도 한다.

간호조무사는 간호학원에서 1년 동안 이론과 실습과정을 수료하면 간호사 보조업무에 투입된다. 하루 3, 4시간 아동 및 여성간호와 같은 이론을 배우고 병원에서 실습한다.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간호조무사 자격증 시험을 본다. 시험에 합격하면 간호조무사는 대학병원에서 침상 정리, 환자 부축, 혈액 검사나 소변검사 샘플이송 같은 업무를 한다. 개인병원에서는 검사를 안내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교육과정과 업무가 다르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는 간호업무를 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하는 등 역할이 구분된다.

▲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

조진희 동남보건대 교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다른 직업이라며 현행 의료법을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간호학과 학생이 이수한 지식과 간호조무사가 익힌 지식은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곳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더 많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간호조무사는 대학병원에서 침상 정리, 환자 부축처럼 간호사를 보조하는데 그치지만 중소병원에서는 검사를 안내하고 주사를 놓기도 한다.

간호조무사 박경미 씨(35)는 간호조무사의 경력이 일정 이상이면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병원마다 간호조무사 업무가 다르므로 활동범위를 넓히려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박 씨는 의료개정안의 통과에 회의적이었다.

간호조무사 전은경 씨(30) 역시 “간호조무사가 환자와 간호상담을 하거나 기초검사를 할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라며 병원에서 처음 교육을 받을 때 간호사에게 차별받은 경험을 전했다.

최도자 의원은 간호조무사협회가 간호조무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법적단체로 기능하도록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 직종은 해당 직종의 권익을 대변하는 협회를 법정단체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를 의료인으로 인정하면 의료인 면허체계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5개 직종을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중앙회를 설립하도록 한다.

개정안이 발의되며 간호대학의 존폐 역시 논란이 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간호조무사는 일정 이상 경력을 쌓고 간호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대학의 학부과정을 수료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최지윤 씨(20)는 서울여자간호대 3학년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으로 쉴 틈이 없다. 병원실습과 간호실습 발표회까지 마치고 시험까지 치른다. “공부도 실습도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법안이 통과되면 저희가 이렇게 공부한 이유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간호사 이현주 씨(48)도 간호대학의 존폐 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다. 학교를 4년간 다니면서 배운 의료지식이 간호조무사의 의료지식과 차이가 크다는 이유다. 그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업무에 투입되면 돈 많은 사람은 간호사에게 간호를 받겠죠”라며 의료 양극화를 걱정했다. 

필립메디컬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 이현주 씨(25년차)와 간호조무사 전은경 씨(8년차)를 만났다. 두 사람은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 받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개정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개인병원에서는 병원 소유주인 의사가 채용을 담당한다. 간호사는 의료인으로 명시돼 인건비가 간호조무사보다 높다. 의사가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고용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런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역할을 대신한다.

이 씨는 간호조무사 업무를 의료법에 명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이외의 의료업무를 금지하기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감독에 따라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예외조항으로 인해 개인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전 씨도 개정안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는 간호사만큼의 지식이 있지 않아요.” 그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의료지식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정확한 처방과 검사진행이 어려워 간호조무사와 환자 모두에게 어려움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협업을 잘하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간호사는 병원이 바쁠 때 간호조무사 덕분에 환자를 24시간 간호할 수 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서로를 돕는 상생의 관계인 셈이다.

두 사람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환자가 건강하게 치료를 받고 안전한 퇴원을 바라는 목표가 개정안에 의해 가려지지 않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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