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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눈에 비친 승객
신채연 기자 | 승인 2019.10.13 14:47

 

지난여름의 일이다. 버스 뒷좌석 승객이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말했다. 버스기사가 듣지 못하자 그는 화가 난 듯이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서울 시내버스 승객은 하루 평균 407만여 명. 버스기사는 승객을 어떻게 볼까.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현대교통 차고지에서 버스기사 양우정 씨를 만났다. 그는 스마트폰 화면만 보면서 승객이 버스에 오르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승하차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안 보면 좋겠다고 했다.

버스기사 양병엽 씨는 이어폰 문제를 지적했다. 내리고 타거나 앞의 차량 때문에 급정거를 하는 상황에서 버스기사가 아무리 조심하라고 얘기해도 승객이 이어폰을 사용하면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두 번 이상 버스를 타는 이소윤 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벨을 갑자기 누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느 버스기사는 벨을 갑자기 누르면 지금 정류장에서 내리는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는지 애매해서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승객의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취재하기 위해 7월 29일, 버스기사 양병엽 씨와 동행했다. 1111번 버스가 서울 강북구 번동의 한성운수 차고지를 오후 5시 52분 출발해 오후 7시 55분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약 2시간 동안 관찰했다.

정류장 75곳을 지나는 동안 승객 140여 명이 탔다. 이 중에서 81명은 승차하면서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일부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하면서 탔다. 6명은 카드를 단말기에 대는 순간에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승객은 25명이었다.

취재를 위해 좌석에 오래 앉았더니 허리와 엉덩이가 아팠다. 1시간 30분이 지나고부터는 앉아있는 게 힘들었다. 양 씨는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허리가 안 좋은 기사가 많은데 일부 승객의 매너 없는 행동으로 스트레스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 승객이 버스를 타는 모습

서울시는 시내버스의 음식물 반입을 지난해 1월부터 금지시켰다. 조례에 따라 버스기사는 승객이 반입금지 음식을 들었으면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

버스기사 진종헌 씨는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는데도 ‘내 돈 내고 타는데 왜 뭐라 하느냐’고 항의하는 승객이 있다고 밝혔다. 어느 버스기사는 “음식물을 들고 타지 말라고 했더니 XX라고 욕을 했다. 자식뻘로 보이는 승객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진 씨는 버스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모습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버스기사 김종문 씨는 큰 소리로 통화하는 승객이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운전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했다.

버스기사 김홍기 씨는 대중교통에 대한 에티켓 교육이 필요하며 공익광고가 있어야 한다고, 양병엽 씨는 승객 에티켓이 개선돼야 대중교통이 더 안전하고 편리해진다고 강조했다. 승객 이소윤 씨는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버스기사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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