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전태일이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외치면서 숨진 지 49년이 흘렀다. 서울시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기념관’을 설립했다.

지하철2호선 을지로3가역 1번 출구를 나섰다. 5분 정도 걸으면 갈색 벽돌의 건물이 보이는데 외벽에 은색글자를 새겨 놓았다. 전 씨가 1969년 노동청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자필편지 전문이다.

▲ 전태일 기념관의 모습

기념관은 6층 건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전시공간은 3층에 있다. 나머지 층에는 공연장, 소규모 노동단체의 사무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있다. 상설전시실에 들어서면 안내데스크의 자원봉사자가 관람권을 나눠준다.

지난 3월부터 자원봉사를 하는 정혜빈 씨(23)는 “평소 인권에 대한 관심, 특히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전태일기념관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주일에 2회, 한 번에 4시간씩, 관람권를 나눠주고 관람객을 맞는다.

전태일 씨는 1948년 태어나 17살 때부터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했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고, 환기조차 되지 않는 노동환경을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했으나 한계에 부딪혔다.

그는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책과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재봉틀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세상을 떠났다.

▲ 상설전시관(이음터)은 전태일 씨의 생애를 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준다.

관람객 조종걸 씨(54)는 “학생들에게 이런 살아있는 현장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전태일 열사가 사망한지 50년이 가까이 돼가는 지금도 여전히 열악한 노동현실에 처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임도창 씨(61)는 개관 이후 지금까지 전시해설 자원봉사를 한다. 6월에 정년퇴직했는데 노동자 인권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했다. 그는 “누구나 노동자가 되지만 노동 이야기는 금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전태일기념관은 노동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전시관 마지막 부분에는 관람객이 전태일 씨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걸어놓은 나무가 있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이제는 편히 쉬시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김영신 씨(48)는 아이와 함께 경기 평택에서 기념관을 찾았다. “전태일 평전을 통해 전태일 열사를 처음 접했고, 기념관을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 좁은 다락방 같은 작업장을 실제로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소감을 말했다.
 
자원봉사자 음수앙 씨(51)는 “평일 하루 평균 80~90명 정도 방문한다. 젊은 세대가 어른 세대의 삶을 경험할 기회가 없는데, 전시관을 통해 세대간 소통이 더 늘어날 수 것 같다”고 했다.

기념관을 나서 전태일 다리로 향했다. 걸어서 25분 정도 걸린다. 상가가 이어진 골목을 지나가야 한다. 청계천 옆길을 따라 걷다보면 파란색 글씨의 평화시장 간판이 보인다.
 
평화시장은 1962년 설립됐다. 3000평 규모의 3층 건물이었다. 6.25전쟁 이후 많은 실향민이 청계천 근처에 살면서 의류를 제작하고 생계를 꾸렸다.
기성복이 1960년대에 인기를 끌면서 평화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800여개 공장에 2만 여명의 봉제노동자가 일했다. 전태일 씨는 그 중 한 명이었다.

▲ 전태일 다리의 원래 이름은 ‘버들 다리’였다. 전 씨의 동상이 2005년 생기면서 시민들이 ‘전태일 다리’라고 부르자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2010년, 두 이름을 함께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전태일 다리 가운데 전태일 씨의 상반신 동상이 있다. 작업복을 입고 팔토시를 낀 모습이다. 동상은 표면은 거칠거칠했다. 길바닥에는 시민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동판으로 새겨 놓았다.

전태일 씨가 분신했던 장소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스마트폰 지도에 표시되는 ‘전태일 열사 분신장소’에 섰다. 과거에는 평화시장 건물 2~3층에 봉제공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1~3층 모두가 의류상가다.

평화시장은 상인, 손님, 배달원 등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앉은키보다 높이 물건을 쌓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차량과 뒤엉키면서 인근 도로는 계속 정체상태였다. 그곳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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