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양다혜 양(19)은 프리미엄 독서실로 이름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조용하고 깨끗해서 좋다고 말했다. “24시간 열려있어서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어요. 어른들도 진짜 많이 와요.”

스터티 카페는 누가 이용할까. 수능특강을 들으며 책에 밑줄을 치는 고등학생, 방학을 맞아 토익을 공부하는 대학생. 눈에 띄는 건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김지연 씨(30)가 그런 직장인이다. 여의도에서 퇴근하고 짐을 챙겨 카페로 가는게 일상이다.

그는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닐지 잘 모르겠고, 자격증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야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저녁 8시 스터디 카페에 도착해서 공부를 시작한다.

▲ 서울 서대문구 스터디 카페의 모습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김한지 씨(25)도 공부하는 직장인이다. 야근이 잦아서 독서실이나 카페에 가기 어려워 집에서 공부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밤 9시. 쉬고 싶지만 책상에 앉아 인터넷으로 일본어 강의를 듣는다.

“야근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화요일과 목요일은 일본어를 공부하고 금요일엔 코딩공부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게임업계에는 기본적으로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의 필요할 것 같아서요.” 김 씨는 문과 출신이라 게임 직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쌓는데 적극적이다.
 
요즘 세대는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많은 스펙을 쌓지만 직장에 들어가서도 이를 멈추지 못한다. 의료재단에서 일하는 임수민 씨(24)는 “당장 중국어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회사가 언제 중국과 일할지 모르고, 해외진출 기회가 왔을 때 선점하려고 미리 공부한다”고 말했다. 

▲ 50대 직장인이 새벽 강의를 들으려고 학원에 들어가는 모습

중장년층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았으면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닐 나이지만 자기계발에 여념이 없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곳곳의 직장인 영어학원이 새벽에 호황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50대 남성은 학원에 가려고 새벽 5시에 일어난다. 기자가 만난 날에는 조금 늦어서 택시를 타고, 강의가 시작하는 오전 7시 학원 앞에서 내렸다. “영어를 하지 못하면 위아래로 눈치가 보여요. 그렇다고 은퇴할 수는 없잖아요.”
50대 김연수 씨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승진시험을 준비하려고 연차를 15일간 몰아서 사용하며 공부한 적이 있다. 승진 때만 바짝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기자가 말하자 김 씨는 “얼마나 경쟁이 심한지 모른다. 6~7년간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IT업계 종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경력직으로 입사한 40대가 툴(tool)을 잘 다루지 못하고 업계 흐름을 읽지 못했는데 간부들이 실망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실제로 권고사직을 당한 사람도 있고요.”

회사가 직원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경기 성남시의 SI(System Integrator) 업체에 근무하는 박인영 씨(26)는 매년 초 어떤 교육을 받아 역량을 늘릴지를 파트장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다. 사원의 역량을 강화하려고 회사가 그런 규정을 만들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성인교육 참여율은 2012년 15.4%, 2013년 16.4%, 2014년 25.4%, 2015년에는 27.5%로 계속 높아졌다. 생존하기 위해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려는 분위기. 대한민국은 ‘스터디 공화국’이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