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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해충과의 전쟁
김예원 기자 | 승인 2019.10.06 18:55

 

서울 관악구의 공동주택에 사는 안현희 씨(24)는 이사를 준비하는 중이다. 화랑곡나방 때문이다. 안 씨의 집에는 해충과 싸운 흔적이 가득했다. 살충제, 전기 파리채, 간이 트랩. 많은 나방이 트랩에 붙어 있었지만 전기 파리채를 휘두르자 여기저기 숨었던 나방이 떨어졌다.

안 씨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해충이 들어오기 전에 방역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에 15세대가 사니까 모든 세대를 방역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여름만 되면 해충이 집으로 들어와 번식한다. 방역에는 의외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10평 미만의 원룸이라도 방역업체가 바퀴벌레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한 달이 걸리고, 7만~16만 원이 든다.

현행법은 의무방역 대상을 세대수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으로 정했다. 그 이하 규모의 공동주택은 방역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많은 공동주택이 해충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 안현희 씨 집의 끈끈이 트랩에 화랑곡 나방이 가득하다

서울 강남구의 남예지 씨(24)는 20여 세대가 사는 다세대주택에서 지낸다. 어느 날, 복도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언제든지 집으로 들어와 번식할 가능성이 커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공동방역은 없었다.

집주인이 책임을 피하기도 한다. 서울 강북구 다가구주택에 살았던 김려원 씨(25)는 집과 복도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소독을 요청했지만 집주인은 계속 미뤘다. 김 씨는 “벌레가 있는 것도 억울한데 집주인의 태도에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의 다가구주택에 사는 오영균 씨(24). 이웃에서 넘어온 바퀴벌레가 계속 퍼졌다. 오 씨는 “지금 상황이면 10세대 전체를 동시에 소독해야 하는데 관리인은 아무것도 안 한다. 세대별로 업체를 불러서 자기 집을 소독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관리인이 소독을 미루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시공과정에서 건축자재를 철저히 관리하지 않아서 생기는 미세 진드기가 대표적이다.

경기 수원시 100세대 규모의 행복주택에 사는 김 모 씨(24)는 미세 진드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바닥 틈에서 가루진드기가 나와서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었다. 입주 4개월 때부터 나온 벌레가 여기 저기 붙어서 김 씨는 매일 2시간을 들여 없애는 중이다.

세종시에 다가구 건축물을 보유한 천기원 씨는 공동방역에 회의적이었다. “벌레가 나온 방을 소독해줄 수는 있지만, 공동방역이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방역을 위해 관리비를 올리면 세입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방역업체 ‘버맥스’의 변재규 대표는 “많은 사람이 세대 간 해충이동의 가능성을 간과한다. 공동주택이라면 세대수에 상관없이 전문적인 공동방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동주택에서 계속되는 해충과의 전쟁. 만족스런 해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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