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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동물학대, 곤충축제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09.22 19:19

 

작년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에서 새끼오리 체험이 동물학대라는 논란이 일었다. 관람객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서 오리가 맞거나 밟혔다. 함평군은 새끼오리 체험행사를 폐지했다.

하지만 같은 축제의 나비 날리기 체험행사는 올해도 열렸다. 많은 나비가 다치고 죽었지만 곤충학대라는 지적은 거의 없었다. 동물학대의 동물 개념이 포유류나 조류에만 국한되는 인식 때문이다.

함평 나비축제와 경기 부천식물원에서는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나비 날리기’ 행사를 연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나비를 가뒀다가 한 번에 날린다.

경북 예천의 곤충체험축제에서는 어린이날과 여름방학을 맞아 장수풍뎅이, 애벌레, 벌 같은 곤충을 만지게 한다. 서울시 곤충산업연구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애완곤충경진대회(6월 20일~23일)도 마찬가지.

▲ 국립과천과학관의 곤충생태관. 나비와 벌은 좁은 유리공간에 갇혔고(왼쪽) 사슴벌레는 밝은 조명에 노출됐다.

곤충체험을 어떻게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천과학관의 곤충생태관을 7월 20일 찾았다. 많은 관람객이 벌과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만지기 위해 북적거렸다. “세게 잡으면 안 돼요!” 진행자는 장수풍뎅이의 등껍질이 깨질까 걱정했다.

“체험관 안에 계속 있는 곤충은 금방 죽을 수 있어요.”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부 임헌명 과장(39)은 체험행사로 인해 곤충수명이 단축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몸 일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체험행사에서는 상당수 곤충이 고통을 받는다. 나비는 날개가 찢기거나 다친다. 날개가 다쳐 날지 못하면 바닥에 떨어져 관람객에게 밟힌다. 장수풍뎅이는 등껍질이 부서지고 애벌레는 다리가 잘리거나, 얕은 흙에 내동댕이쳐진다.

물리적 괴롭힘이 아니더라도 곤충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축제환경 자체가 곤충에게는 학대가 될 수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가 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는 야행성이다. 체험관은 밝은 실내에 있어서 곤충이 하루에 8~10시간씩 밝은 환경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비는 방문객이 쉽게 관찰하도록 실내전시장에, 체험을 위해서는 더 작은 플라스틱에 갇힌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나비는 알을 낳을 적합한 나무와 제대로 된 서식지를 찾을 수 없다. 

곤충 역시 동물이지만 곤충학대를 동물학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경기 고양시의 ‘세계 곤충 박람회’를 찾았던 도준형 씨(41)는 곤충을 만지는 행위를 동물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진행을 도왔던 정승현 씨(20)도 곤충을 만지는 체험에서 아이들이 곤충을 생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움직이는 다른 곤충을 만질 뿐, 죽거나 다친 곤충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주최 측은 어떻게 생각할까. 예천 곤충연구소의 최재훈 주무관(33)은 “연구소에서 곤충연구를 많이 하는데 생명에 관해 크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대답했다. 서울시 곤충산업 연구회의 김태완 씨(59)는 “(축제에 사용된 곤충이) 수명이 다 돼서 죽은 거예요”라고 말했다.

곤충축제를 동물학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사무국장(42)은 곤충을 생명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유류와 달리 겉모습이 사람과 많이 다른 곤충을 해를 끼치는 벌레라고만 인지해 동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 생명다양성재단에서 동물축제반대축제 때 발표한 자료 (출처=생명다양성재단 홈페이지)

하지만 곤충축제의 학대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은 작년 7월 ‘동물 축제 반대 축제’를 개최했다. 400명 이상이 참가했다. 체험이 곤충에게 주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배우도록 하는 기회였다.

개인의 인식도 바뀌는 중이다.  작년 경기 시흥의 갯골축제에서는 달팽이, 장수풍뎅이, 물방개를 만지는 행사를 마련했다. 축제 이후, 블로그와 카페에는 곤충을 직접 만지는 체험이 동물학대로 느껴졌다는 글이 올라왔다.

함평 나비축제에서도 마찬가지.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려는 취지로 방문했지만 축제로 인해 많은 나비가 죽어 마음이 아팠다는 내용이다.

▲ 함평 나비축제의 곤충학대를 언급한 시민의견 (출처=함평군 함평나비대축제 홈페이지)

축제를 계속하는 이유는 홍보와 경제적 이익 때문. 예천 곤충연구소 최 주무관은 “축제 동안 약 2200만 원의 수익을 냈는데 군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함평군은 나비축제로 입장권과 농산물 판매를 포함해 약 10억 원의 수익을 냈다.

곤충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다. 고려대 부설 한국곤충연구소의 정부희 교수(57)는 “축제의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으나 곤충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아이에게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은 없을까. 예천 곤충생태원은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살아있는 곤충을 이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종류의 곤충을 체험하도록 했다. 정부희 교수는 “곤충을 이용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곤충 또한 생명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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