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오후 5시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경희대 주변 원룸. 초록색 페트병, 잔반이 남은 컵라면 용기, 감자칩 봉지와 우유통이 나뒹굴었다. 비둘기는 갈색 종이박스 속의 치킨 다리뼈를 먹었다. 벽에 붙은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CCTV 실시간 감시 중’ 스티커가 무색했다.

기자가 8월 3일 찾았던 이문동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20개의 다세대 주택 건물 중 17개의 건물 앞에 쓰레기가 가득했다.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 비둘기와 파리가 들끓었다.

1인 가구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악성쓰레기도 늘어나는 중이다. 악성쓰레기는 음식물을 분리하지 않고 종이용기에 넣어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의미한다.

배달 앱 성장시기는 악성쓰레기 배출량의 급증시기와 겹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 앱 이용자는 2013년 87만 명에서 2019년 2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가정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 역시 2013년 140t에서 2017년 1333t으로 늘었다.

▲ 비둘기가 음식 쓰레기를 먹는 모습

원룸을 포함한 다세대 주택에서 악성쓰레기가 특히 심각한 이유는 아파트와 관리 법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 제4조 1항에 따르면 지자체별로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 및 운영하고 적절한 폐기물 처리사업을 능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아파트는 분리수거 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다세대 주택은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모두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집 앞에 버리도록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악성쓰레기는 중앙대와 숭실대가 있는 동작구 상도동의 원룸 밀집지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토요일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쓰레기 배출요일에서 제외됐지만 약 15곳의 원룸건물 중 10곳 앞에 악성쓰레기가 가득했다. 

▲ 스티커가 배출요일을 안내하지만 원룸 주변은 악성쓰레기가 가득하다

원룸 주인은 ‘울며 겨자먹기’로 악성쓰레기를 직접 관리한다. 방치하면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 세입자가 불만을 갖기 때문이다.

상도동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이종열 씨(69)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늦은 저녁 시간까지 원룸 앞에 고양이나 벌레가 들끓지 않도록 직접 정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인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악취가 계속 진동한다.

▲ 동작구 상도동의 원룸 출입문에 건물주가 붙인 호소문

상도동의 원룸 출입문을 보니 호소문이 붙어 있었다. ‘잔여 음식물은 고양이와 비둘기의 표적으로 파헤쳐져 미관과 위생을 위협합니다.’ 세입자는 “분리하기 귀찮아서 먹다 남은 배달음식을 그냥 버린 적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잘 버려야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악성쓰레기 무단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홍보활동을 하는 중이다. 동작구 청소행정팀의 이철수 씨는 “20명의 무단투기 단속요원이 매일 순찰을 하며 악성쓰레기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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