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에서 언론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두고 성별 간 입장 차를 조명했다. ‘이대남’과 ‘이대녀’ 등 각종 젠더 관련 조어를 부각시키며, 젊은 세대의 남녀 갈등상황을 상당히 선정적으로 다뤘다. ‘2030 젠더와 대선’ 취재팀은 표면적인 갈등 양상을 같은 방식으로 묘사하기 보다 청년들의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젠더 시리즈를 기획했다.앞서 올라간 1편에서는 시민의 소리 패널단에게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1편의 두 번째 기사에서는 기자단이 패널단의 토론 내용 중 사실과 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대선에서 전남의 86.1%, 전북의 92.98%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봐도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크게 앞선다. 그런데 호남에서도 민주당이 안심하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무소속 후보가 강세인 곳. 전남 나주와 장성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나주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강인규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 윤병태 후보보다 높다. 강 후보는 민주당 소속의 시장이었으나 경선에서 배제되자 탈당했다. 장성에서는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군수 선거를 8
김재일 씨(58)는 후보 25명의 얼굴을 지나는데 30보를 걸었다. 9m 50cm. 서울 성북구 길음1동에 걸린 지방선거 벽보의 길이다. 벽보별 규격은 가로 38㎝, 세로 53㎝. 후보는 시장 5명, 구청장 2명, 시의원 2명, 구의원 9명, 교육감 7명이다. 선거를 이틀 앞둔 5월 30일 오후 6시경. 지하철 4호선 길음역 7번 출구 앞은 선거사무원으로 붐볐다. 퇴근길 유권자에게 저마다 인사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구의원 후보 노형승입니다.” 김 씨도 선거사무원 사이에서 멈췄다. “아유. 2-가, 나, 다? 많기도 많네.” 그
“투표할 때 그냥 찍었어요. 정보가 없는데 그런다고 투표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연구원은 지난 지방선거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점자 선거공보물을 통해 후보자 정보를 접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점자 공보물로 모든 후보의 정보를 접할 수 없었다. 공직선거법 제65조 4항은 대통령,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 교육감 선거 후보자의 점자 공보물 제출을 필수로 규정한다. 광역의원(시·도)과 기초의원(시·군·구)에게는 필수사항이 아니다. 제출하지 않는 후보자가 많은 이유다.
사전투표 첫날인 5월 28일, 취재팀은 목포를 출발해 오전 9시 전남 함평에 도착했다. 읍내로 가는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정광섭 씨(71)는 평생을 함평에서 살았다. 택시에 타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귀가 따갑도록 “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찍으라”고 이야기한다. 대통령이 아니고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당만 보고 찍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뀌긴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갔다 오는 노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민주당의 오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후보 표정만 봐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남도당은 지차남(나주) 임대현(영암) 김유성(함평) 신용운(여수) 등 기초단체장 후보 4명을 비롯해 모두 15명을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단체장 후보 22명을 포함해 전남에 38명을 공천했다. 취재팀은 국민의힘 타이틀을 달고 전남에서 기초단체장으로 출마한 후보자의 목소리를 5월 26~27일에 들었다. 이들이 험지에서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차남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있다. 전북 남원 출신. 20여 년 전, 나주에 왔다.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많아 곤충을 키우려 귀농했다. 그는 2
축구장의 4033배.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의 22배. 2018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 사용한 선거 벽보(104만 부)와 선거공보(6억 4650만 부)를 바닥에 펼쳤을 때의 면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수막은 당시 13만 8192장이 게시됐다. 10M짜리를 한 줄로 이으면 1382km.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거 벽보와 선거공보, 현수막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플라스틱 일회용 컵 4억 개를 사용했을 때의 탄소 배출량과 같다고 밝혔다. 선거 홍보물로 배출될 온실가스양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인천 계양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접전 중이다. 주민 이영희 씨(77)는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재명이가 이길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안 될 것 같고. 나도 이번엔 진짜 모르겠어.” 5월 16일~24일 발표된 여론 조사 3개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에 있다. 나머지 2개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바깥에서 한 번씩 앞섰다. 취재팀은 5월 24일 오후 2시 인천 계양구 임학동 임학사거리를 찾았다. 두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건물 하나를
“네 번째 출마입니다. 인물 보고 뽑아주세요.” 정의당 이원영 후보의 인사말이다. 서울 용산구의회 나선거구에 출마했다. 그는 5월 24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제2동 ‘삼성테마트상가’를 찾았다. 부동산, 동물병원, 네일숍, 세탁소…. 가게마다 들러 명함을 건넸다.이 후보는 지방선거 4수생이다. 2010년, 2014년, 2018년에 용산구의원으로 출마했지만 계속 탈락했다. 용산구 나선거구에는 후보 3명이 나왔다. 그중 2명이 당선된다.그는 2004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치
일본의 취업난은 이제 옛말일까. 일본의 취업 빙하기는 버블 붕괴와 저성장 기조가 겹친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 저출생으로 청년 인구가 줄어든 2010년대 들어 해소됐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1947년부터 1949년 출생)의 정년퇴직이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점도 이 시기 기업들의 고용 여력 확대에 기여했다. 인구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취업난도 개선됐다는 것이다.앞서 1부에서는 한국의 구직난을 미국의 구인난과 비교해 소개했다. 2부에서는 마찬가지로 취업난이 해소됐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못한 점은 무엇입니까?” 스토리오브서울(Story Of Seoul) 시민의 소리 취재팀이 시민의 소리 패널단에 물었다. 그들은 문 정부가 못한 일로 ‘경제·부동산’과 ‘사회통합’을 꼽았다. 4월 6일부터 10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시민의 소리 패널단은 총 43명이었다. 추가 인터뷰에는 9명이 참여했고, 인터뷰는 카카오톡 채팅과 전화통화로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90년생부터 02년생까지 모두 2030 세대다.2030 문재인 정부 5년을 말하다문재인 정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며 국민에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과 적폐 청산을 외쳤던 촛불로 탄생한 정부. 일명 촛불시민혁명의 성공으로 당선된 대통령. 새로운 5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5년이 지난 2022년 5월 9일, 문 정부는 막을 내린다. 청년세대는 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까.앞서 기사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취재팀은 4월 6일부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유정민 씨(25). 구직 시장에 뛰어들진 않았지만, 취업 준비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유씨처럼 취업 준비를 또 준비하는 상황이 일상이 됐다. "대학 저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유 씨는 "나처럼 취업을 2순위로 뒀던 사람들이 취업난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구직 시장의 '상향평준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가산점이 주어지는 자격증을 기본으로 갖춰야하고, 부차적으로 더 많은 역량을 추가해야 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다.유 씨는 "이른바 '갓생'사는 취준생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갓생’은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14층 강당에서 4월 2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입법추진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하는 9명의 연사가 연단에 올랐다. 필리버스터는 5월 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무제한 선언에 나설 변호사 및 시민께서는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의장을 맡은 이종협 변협 회장의 개회 선언으로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었다. 첫날 연사 중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를 제외한 8명이 현직 변호사거나 변호사 출신이었다
"검수완박 졸속 입법을 저지하고 진정한 검찰 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시민의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땅땅땅"지난 4월 28일 오후 2시 시민의회가 열렸다. 국회가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다. 시민의회 의장을 맡은 변협 회장 이종엽 변호사가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렸다. 시민의회는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생중계됐다. 시민의회는 검수완박 입법(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과 변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기획했다. “형사 사법체계는 신중하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
2030 문재인 정부 5년을 말하다 : 프롤로그“저는 5월 9일 18시, 업무를 마치는 퇴근 시간에 청와대에서 퇴근할 계획입니다.” 4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임기 마지막 날 일정이다. 이제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까지 일주일이 남았다.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임기 말 그 어떤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같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4월 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나타났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데이비드 브로더(David Broder)라는 미국 기자가 있습니다. 1953년 일리노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2년 뒤에 워싱턴DC의 언론사로 옮깁니다. 뉴욕타임스에 1965년 들어갔다가 워싱턴포스트로 이듬해에 스카우트됩니다.그는 1970년대부터 실력과 인품을 인정받아 언론계의 거물급(the heavies), 워싱턴 언론계의 학장(the dean of the Washington press corps), 기자에게 기자 같은 존재(a reporter’s reporter)로 불렸습니다.브로더가 2011년 세상을 떠나자 버락 오바마 대
유서현=시민을 붙잡고 인터뷰를 요청한 일이 100번 남짓 됐을까. 거절에 익숙해졌다. 중년 남성은 대선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손사래를 치고 도망갔다. “나는 대선과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도 없어.” 미화원은 이렇게 말하며 떠났다. 어느 할아버지는 현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취재를 거절한 이유는 다양했다. 그만큼 취재에 응한 이들의 이야기도 다채로웠다. 숫자가 아니라 시민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기획의 의미가 와닿았다. 마지막으로 취재했던 날, 60대 취재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라디오로 뉴스를 듣던 그는
강지수=당선인의 동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법조단지와 아크로비스타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자랑스러운 선배였고 친근한 주민이었다. 취재 중에 당선인의 이웃을 만났다. 60세 여성. 윤 당선인 자택 맞은편에 산다. 자랑할 게 있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나 진짜 이웃이라니깐.” 당선인의 아침 출근길 사진을 보여줬다. 윤 당선인의 인상이 어땠냐고 물었다. “무릎 나온 바지 입고 다니는 ‘주민 1’이지 뭐.” 취임 이후 한달 가량 자택에서 출퇴근한다는 소식에 딱 잘라 말했다. “전혀 안 불편해요, 단 하나도. 오히려 경호팀이 있어서 치
스토리오브서울 은 4월 17일 서울 용산구의 용산동2가, 후암동, 이태원 1‧2동에서 주민 20명을 만났다. 이 중에서 7명이 실명 취재에 동의했다. 인터뷰에 응한 주민은 40~80대였다. 20~30대는 실명을 밝히는데 응하지 않았다.이동숙 씨(53)는 용산동2가의 해방교회 앞에서 분식집을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묻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대한다고 했다.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청사 부근을 잘 안다. 수도권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인근에 살았기 때문이다.가장 우려하는 건 교통이다. 이 씨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