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출마입니다. 인물 보고 뽑아주세요.” 정의당 이원영 후보의 인사말이다. 서울 용산구의회 나선거구에 출마했다. 그는 5월 24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제2동 ‘삼성테마트상가’를 찾았다. 부동산, 동물병원, 네일숍, 세탁소…. 가게마다 들러 명함을 건넸다.

이 후보는 지방선거 4수생이다. 2010년, 2014년, 2018년에 용산구의원으로 출마했지만 계속 탈락했다. 용산구 나선거구에는 후보 3명이 나왔다. 그중 2명이 당선된다.

그는 2004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 “나는 더 잘할 수 있겠다. 더 멋지게, 더 열심히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도전해서 세 번이나 떨어졌지.”

이전까지는 당선될 거란 말을 들어 본 적 없다고 했다. 이번엔 다르다고 느낀다. 당선될 분위기야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번엔 꼭 찍어줄게. 네 번이나 나왔네.’ 이런 분도 있어요. 고맙죠.”

▲ 정의당 이원영 후보
▲ 정의당 이원영 후보

이 후보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하는 변정은 씨(52)를 5년 전,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운동을 하다가 만났다. 당시 이 후보가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 공동대표였다. 화상경마장은 2017년 12월, 5년간의 농성 끝에 폐쇄됐다.

변 씨는 선거에서 “당도 보긴 하지만 사람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2018년 세 번째 도전 때 “다음에도 꼭 나와라, 다음엔 더 열심히 도와주겠다”는 주민들과 네 번째 출마를 약속했다. “끝까지 노력하는 활동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상가에서 만난 주민은 대부분 선거 유세에 무관심했다. 안경원 주인은 이 후보에게 고개만 끄덕할 뿐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카페 손님도 명함만 받고 마저 대화에 열중했다.

여성복 가게에서 주인 김완순 씨(63)와 손님 박선연 씨(81)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김 씨는 이 후보에게 “우리 동네 목욕탕 하나 지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를 처음 본다고 했다. “후보님은 통 생각이 안 나. 네 번째나 나오면 좀 됐으면 좋겠네.”

박 씨는 용산구에서 60년 넘게 살았다. 이 후보를 기억한다. “소문은 많이 들었어. 이상순(현 용산구의원) 때문에 소식 들었지.” 네 번째 출마하는 그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 씨가 박 씨를 가리키며 “이쪽은 정의당 편”이라고 덧붙였다.

옷수선실 주인 김기영 씨(60)는 이 후보가 여러 번 도전한 사실을 알지만 정당을 보고 뽑으려 한다. “정의당이 여기 나와서 빨간당(국민의힘)을 도와줘. 그러니까 파란당(더불어민주당)이 안 돼. 정의당이 같이 도와야지. 정의당 때문에 파란당 손해가 커.”

이 후보는 주민 마음을 얻는 게 어렵다고 했다. 용산구 나선거구 유권자는 3만 6745명. 만날 수 있는 건 5분의 1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딘가에 있을 유권자에게 진심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이다.

▲ 이원영 후보가 상가로 향하는 모습
▲ 이원영 후보가 상가로 향하는 모습

국민의힘 강을석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강남구의회 다선거구에 출마했다. 2014년과 2018년, 연이어 낙선했을 때는 상처가 컸다. “한 번 떨어지면요, 6개월은 동네도 못 돌아다닙니다.”

그는 강남구에 43년 살았다. 국민의힘 당원으로 25년 간 활동했다. 주민과 정당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었다. 봉사자로는 한계를 느껴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할 구의원에 나섰다.

“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두 번 떨어졌으니까 한 번은 당선돼서, 저놈이 그래도 하면 되는구나.” 아내의 만류에도 세 번째 출마를 결심했다. 강남구 다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2명, 국민의힘 후보 2명이 공천받았다. 4명 중 3명이 당선된다.

▲ 국민의힘 강을석 후보
▲ 국민의힘 강을석 후보

강 후보와 자원봉사자들은 5월 24일 오전 9시 30분쯤 선거 피켓을 등에 멨다. 오전 8시에 시작한 강남구 학동초등학교 앞 유세가 끝나고 잠시 숨을 돌렸다.

자원봉사자 6명은 2팀으로 나뉘어 논현2동을 돌았다. 강 후보는 동네를 돌며 “국민의힘 2번 잘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주민은 대부분 반응 없이 지나쳤다.

자원봉사자 임연수 씨(66)는 지지 정당에 따라 반응이 갈린다고 했다. “다른 당을 지지하시는 분은 호응 전혀 안 해 주세요. (국민의힘을) 지지하시는 분은 ‘파이팅, 수고한다’ 하시고요.” 그는 강남구에는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유용숙 씨(68)와 김복혜 씨(68)는 친구다. 유 씨는 지역 봉사자 김 씨를 따라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주민 응원에서 보람을 느낀다. “많이 호응해주시는 편이에요. 물론 안 해주시는 분도 있고, ‘관심 없다고!’ 소리치고 가시는 분도 있어요.”

순대집 사장은 “무조건 기호 2번. 다 바꿔야 해”라고 외쳤다. 가게 맞은편 빌라 앞의 할머니도 열심히 하라며 강 후보를 격려했다. 그는 강남구 주민이 아니지만 국민의힘을 지지한다. 어느 중년 여성은 “안 주셔도 알고 있어요”라며 명함을 받지 않았다.

세탁소 앞에서 만난 오한균 씨(54)는 강 후보를 지지한다. 지역 봉사단체에서 그를 알게 됐다. “(강 후보가) 여러 번 선거에 나와서 많이들 알아요”라며 “이번엔 당선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했다.

▲ 강을석 후보와 자원봉사자
▲ 강을석 후보와 자원봉사자

주민 김보웅 씨(52)는 강 후보를 모른다. 그는 화물운송을 하며 자녀 4명을 키운다. “제가 여기에 20년 있었는데 강 후보 처음 봐요. 솔직히 후보자들 모릅니다. 공약도 모르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와는 달리 지방선거에는 다들 관심이 없다고 느낀다. “저라도 참여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후보는 몰라도 정당을 밀어줘서 (윤석열 대통령을) 뒷받침해줄 수 있지 않을까.”

김 씨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 다만 정권 초기에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할 생각이다. “민주당이 정권 잡았으면 민주당 찍었을 거예요. 이번에는 윤석열이 대통령이니까 국힘 찍지.”

길 가던 할머니가 선거 피켓을 보고 “2-가가 뭐예요?” 물었다. 같은 정당에서 2명이 공천을 받으면 각각 ‘가’, ‘나’ 후보가 된다. 강 후보는 2-가 후보다. 할머니는 “나는 잘 몰라. 설명을 해줘야 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구의원이 되면 매일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겠다고 했다. 하수구가 막히면 뚫어주고, 가로등이 망가지면 고쳐주는 “발로 뛰는 구의원”이 되고자 한다. 지방선거 3수지만 이번엔 자신 있다. 당선 가능성 100%를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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