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대선에서 전남의 86.1%, 전북의 92.98%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봐도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크게 앞선다. 

그런데 호남에서도 민주당이 안심하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무소속 후보가 강세인 곳. 전남 나주와 장성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나주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강인규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 윤병태 후보보다 높다. 강 후보는 민주당 소속의 시장이었으나 경선에서 배제되자 탈당했다. 

장성에서는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군수 선거를 8회 치르는 동안 무소속 후보가 5회 당선됐다. 최근 지지도 조사에서도 무소속 유두석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었다. 양당 정치 속에서 무소속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팀은 5월 30일 오후 7시 30분쯤 나주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강 후보 사무실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기사 이종곤 씨(54)는 나주에서 13년째 산다. 전에는 무소속 강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엔 아니다. 경선 배제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모습이 탐탁지 않다. 

“나주시장을 한 경험이 있으니까 인기는 많은 거 같은데, 민주당 사람이었으면서 한순간에 돌변하니까···. 솔직히 좋아 보이진 않지.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뭘 잘했나 싶어.” 이 씨는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강 후보의 선거 사무실 앞에서 정장 차림의 김호석 씨(31)를 만났다. 그는 가장 익숙한 이름을 뽑을 예정이라고 했다. 시장을 해본 사람이 낫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솔직히 지금까지 시장이 잘했는지 못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다른 사람 뽑았다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원래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게 베스트 아닙니까. 어쨌든 해왔던 정책을 이어서 잘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 무소속 강인규 후보의 지지자 
▲ 무소속 강인규 후보의 지지자 

선거 사무실에 들어갔다. 지지자들만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강 후보의 ‘찐팬’이라고 소개했다. 정상일 씨(65)는 홍어 명장으로 평생을 나주에서 살았다. 강 후보의 인품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나주에서 왜 무소속 후보가 강세냐고 묻자 원칙을 지키는 모습 때문이 아니냐고 했다. “후보님이 부족했다면 지금까지 시민이 이분을 뽑았을까요? 아주 원만하게 나주시를 잘 이끄셨던 분이에요. 이번 민주당 공천에 문제가 있어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하신거지.” 

▲ 무소속 유두석 후보의 유세 차량 
▲ 무소속 유두석 후보의 유세 차량 

취재팀은 5월 31일 오전 8시 20분쯤 KTX 장성역에 도착했다. 대합실에 김구현 씨(84)가 앉아 있었다. 장성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이번에 무소속 유두석 후보를 뽑는 일이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유 후보가 장성을 관광지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땅 한 평에 3만 원, 5만 원 하던 것이 이제 30만 원까지 팔린다니까. 그걸로 우리 딸한테 땅을 일곱 마지기 반 줬어. 당이 어느 당인 게 뭐가 중요해? 나 잘먹고 잘살게 해주는게 최고지.” 

유 후보 선거 사무실 앞에서 만난 김미애 씨(54)는 팔짱을 끼고 유 후보의 유세 차량을 봤다. 한 번도 정당을 기준으로 투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일이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경기처럼 큰 도시가 아니고 군수 뽑는 건데 정당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유두석이가 서울 가서 지금까지 돈 잘 받아왔으니까 그거 믿는 거지.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전 일단 모르는 사람은 안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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