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남도당은 지차남(나주) 임대현(영암) 김유성(함평) 신용운(여수) 등 기초단체장 후보 4명을 비롯해 모두 15명을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단체장 후보 22명을 포함해 전남에 38명을 공천했다. 

취재팀은 국민의힘 타이틀을 달고 전남에서 기초단체장으로 출마한 후보자의 목소리를 5월 26~27일에 들었다. 이들이 험지에서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차남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있다. 전북 남원 출신. 20여 년 전, 나주에 왔다.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많아 곤충을 키우려 귀농했다. 

그는 2018년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나주시의원에 당선됐다.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를 처음 폭로했다. 최종합격자 문서가 사전에 유출된 점을 이상하게 여기다가 비리를 알았다. 

문제를 거론하려고 시의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신청했다. 의장이 만류했다. 지 후보는 발언 기회를 주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맞섰다. 의장은 회기 시작 5분 전, 발언 신청서에 사인했다. 

채용 비리를 폭로하자 부시장을 비롯한 나주시 고위 공직자들이 찾아왔다. 1000명이 넘는 나주시 공무원의 명예가 실추됐으니 공식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했다. 지 후보가 사과하지 않자 나주시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지 후보는 이후 당에서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친구들이 일만 하지 말고 좀 정치를 하라고 하소연해요. 하지만 저는 이런 패거리 정치에는 동참할 의사가 없어요.”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시장에 출마하려고 공천을 신청했다. 공정한 경선을 보장하겠다는 당의 약속을 믿었다.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안 지킨 정도가 아니라 민주당은 원칙 없는 공천, 줄 세우기 공천, 자기 복심 꽂아 넣는 공천을 했지요.” 

깊은 회의감이 들어 탈당하고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다. 무소속으로 나와도 되는데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저는 일하는 사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지요.” 

지 후보는 부정부패 청산과 더불어 나주의 발전을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여당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당 대표는 호남 사람이고, 도지사도, 국회의원도 전부 민주당인데 이들은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이건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예요.” 

▲ 지차남 국민의힘 나주시장 후보 
▲ 지차남 국민의힘 나주시장 후보 

지 후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시민 이야기를 들으려 한국전력공사 본부 근처로 갔다. 혁신도시의 상징인 한전 본부 앞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직원들로 붐볐다. 나주 시민을 찾기 어려웠다. 

나주 출신인 윤태한 씨(42)는 지차남 후보에 대해 묻자 고개를 저었다. 국민의힘이 친일파와 자유당 독재정권으로부터 이어진 적폐라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를 놓고 고민 중이다. 

동료 이국범 씨(37)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나주에 살았다. 민주당 후보를 시장으로 뽑을 생각이다. 친한 형이 민주당 관계자라는 이유에서다.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의 김미연 씨(40)도 나주 출신. 혁신도시 젊은 엄마 사이에서 지 후보의 평판이 별로라고 말했다. 김 씨는 혁신도시가 일종의 전국구라고 했다. 외지인이 많이 오면서 나주가 민주당 텃밭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 

박경득 씨(34)는 광주 출신이지만 나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혁신도시에 카페를 차렸다. 누구를 시장으로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뽑았다. “결국 먹고 사는 게 최우선 아니겠어요? 내가 살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후보를 뽑은 겁니다.” 

그는 민주당 일변도인 나주 정치판에 깊은 피로감을 느낀다. “나주가 무슨 민주당 공화국도 아니고, 자기들만의 단단한 카르텔을 구축해놨습니다. 이런 정치문화는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 카페 주인 박경득 씨 
▲ 카페 주인 박경득 씨 

버스 안에서 만난 최순심 씨(56)는 나주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차기 시장이 인구 부족과 학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한다. 

구도심인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김철안 씨(76)를 만났다. 나주에서 70년 세월을 보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공천 하나 받으려고 돈 보따리에 명함 집어넣어서 담장 넘어 확 던져버리고 그랬어. 지금도 옛날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 여기는 대통령보다 국회의원이 더 쎈 동네야. 그 사람들한테 돈 쓰고 아부해야 해.” 

나주관아 앞에서 만난 나번수 씨(61)는 지난 10년 동안 나주가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구도심은 ‘죽음의 도시’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잘한 게 없지만, 국민의힘 후보를 뽑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구도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구숙희 씨(64)는 나주를 제대로 발전시킬 시장을 원한다. 국민의힘 지 후보의 용기는 높이 사지만 유능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영암 시외버스터미널. 국민의힘 후보 포스터가 훼손됐다. 
▲ 영암 시외버스터미널. 국민의힘 후보 포스터가 훼손됐다. 

취재팀은 목포를 거쳐 전남 영암에 도착했다. 읍내 시외버스터미널에 국민의힘 임대현 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있다. 임 후보의 선거 포스터에서 얼굴 부분이 찢겨 있었다. 임 후보가 군서면에서 선거운동 중이라는 말을 듣고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이시곤 씨(67)는 영암개인택시 총무다. 선거 이야기를 꺼내니 말도 말라고 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있었다고 했다.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어 경선을 다시 치렀는데 결국 똑같은 사람이 됐다고. 민주당 싸우는 모습을 보면 진절머리가 난다. 

그는 민주당만 찍었던 영암이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천만 받으면 민주당 출신은 거지라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어요. 이러니 전라도가 무식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거 아니겠어요?” 

임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다. 하지만 내심 응원한다. 득표율이 10%만 넘어도 성공이라고 본다. 

군서면 노인회관에 도착하니 선거운동을 막 끝내고 건물을 나서는 임대현 후보가 보였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임 후보의 첫 마디였다. 민주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영암의 인구 감소를 최대 문제로 꼽았다. 최대 15만 명이었는데 이제는 5만 명대가 무너지기 코앞이라고. 이런 현실에도 민주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그는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옮겼다. 25년을 감사관으로 일하며 정부와 여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지방의 경제와 사회 모든 부분에서 중앙부처 입김이 안 닿는 곳이 없어요. 야당 군수로는 영암이 한 발짝도 못 나갈 겁니다.” 

▲ 임대현 후보가 군서면 노인회관 앞에서 유세 중이다.
▲ 임대현 후보가 군서면 노인회관 앞에서 유세 중이다.

경쟁자는 임 후보의 도전을 어떻게 생각할까? 정의당 이보라미 후보 사무실을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이훈정 수행팀장은 진정성을 의심했다. 공천이 안 될 것 같으니 옷만 바꿔 입은 것 아니냐는 얘기. 하지만 여러 정당이 경쟁할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김두호 씨(50)는 영암군청 앞에서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한다. 이번 선거에서 변화가 있겠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가 나오나 똑같아요. 여기는 당 보고 뽑는 동네입니다. 바뀌기 힘들 거예요.” 

월출산 쪽으로 걸어가는데 네일아트샵이 나왔다. 천지연 씨(28)는 서경대 예술교육원에서 네일아트를 배워 1년 전 가게를 차렸다. 

후보 공약을 꼼꼼히 보고 당과 관계없이 투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후보는 아직 무리라고 생각한다. 전라도가 민주당 텃밭인 건 공식과도 같지만 젊은 세대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독천 버스터미널 앞의 택시기사 대기실에서 만난 장춘남 씨(70)는 선거 이야기를 꺼내니 한숨부터 내쉬었다. 온통 돈 준다는 소리밖에 없어서 넌더리가 난다고 했다. 특히 후보 간 네거티브에 질렸다. 서로 물고 헐뜯는데 다들 똑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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