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의 4033배.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의 22배. 2018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 사용한 선거 벽보(104만 부)와 선거공보(6억 4650만 부)를 바닥에 펼쳤을 때의 면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수막은 당시 13만 8192장이 게시됐다. 10M짜리를 한 줄로 이으면 1382km.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거 벽보와 선거공보, 현수막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플라스틱 일회용 컵 4억 개를 사용했을 때의 탄소 배출량과 같다고 밝혔다. 선거 홍보물로 배출될 온실가스양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거나 줄이면서 선거를 치를 수는 없을까. 5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미래당 최지선 후보(32‧송파구 출마)는 “제도적인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4월 송파구의원 보궐선거(라 선거구)에 출마하면서 어깨띠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제작했다. 예비 공보물은 보내지 않았다. 두 장짜리 공보물과 명함을 사탕수수로 만들면서 콩기름 잉크를 썼다. 

쓰레기 없이 선거를 치르느라 힘들었다. 홍보물 재질을 고르면서 고민을 거듭했고,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는 업체를 찾느라 시간을 썼다. “차라리 이 시간에 명함 한 장 더 돌리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 미래당 최지선 송파구의원 후보의 청재킷 선거 운동복(왼쪽) 
▲ 미래당 최지선 송파구의원 후보의 청재킷 선거 운동복(왼쪽) 

이번에는 현실과 타협했다. 예비 공보물을 보내면서 4장으로 늘렸다. 어깨띠에는 부직포 소재를 썼다. 공보물을 비닐봉지에 담아 발송할 때가 가슴 아팠다. “지난번에는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선거’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얘기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친환경 선거가 어려운 이유를 묻자 선거법을 지적했다. ‘국민 비서 알림 서비스’를 활용하면 전자공보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조정훈 의원 등 11인)이 2021년 8월에 발의됐지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직선거법 제65조 제8항에 따르면 후보자는 책자형 공보물 2면의 ‘후보자 정보공개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공약을 담는 나머지 면은 의무가 아니지만, 본인을 알릴 기회여서 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최 후보는 설명했다. 

마포구의원으로 출마한 녹색당 이숲 후보(32)는 쓰레기 없는 선거에 처음 도전한다며 “어깨띠 하나 만드는 데에도 너무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레가 달린 자전거를 직접 만들어 유세에 활용한다. 쓰레기 없이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더니 “그런 건 선거에 당선되고 해라. 그런다고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사탕수수로 만든 명함을 나눠줄 때도 설명하지 않으면 유권자는 잘 모른다고 했다. 

▲ 녹색당 이숲 후보(오른쪽)의 경의선 숲길 유세 현장 
▲ 녹색당 이숲 후보(오른쪽)의 경의선 숲길 유세 현장 

경의선 숲길 거리 유세 현장에서 만난 진혜빈 씨(28)는 명함을 받고 바로 주머니에 넣었다. 친환경 소재인지 알았냐고 물었더니 “말해주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후보를 네다섯 번 마주쳤다는 홍성진 씨(42)도 “일반적인 종이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선거 공보물을 책자형이 아니라 접지형으로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자형의 중철 제본은 분리수거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접지형으로 만들려고 선관위에 문의했지만 책자형이 아니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녹색연합’의 허승은 녹색사회 팀장은 “선거운동 방식이 법에 다 규정돼 있다”면서 “공보물이나 현수막을 쓰지 않는 친환경 선거를 하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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