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서 뭘 배우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에 우울감과 고립감을 느낍니다.”강원 화천에 사는 김주현 씨(가명·26)는 3년 전 병무청 병역판정검사에서 경계선지능(4급)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장기대기 상태로 병역 면제가 유력하다.그는 요즘 집에만 머무른다. 최근에는 제과제빵 기능사를 알아봤다. 서울까지 가서 학원에 등록했는데 이틀 만에 그만뒀다. 수업 내용이 어렵고 집중력이 부족해서다.취업에 도움이 될까 해서 지난해에는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시험에 도전했다. 필기를 통과했어도 공부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던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현직 기자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많은 언론 지망생에게 필수 시청 영화로 꼽혔다. 2015년 작품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년 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소개됐다. 이 영화는 미국의 유력 일간지로 꼽히는 보스턴글로브의 탐사보도 담당 스포트라이트팀이 가톨릭교회 보스턴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을 다룬다. 2003년 퓰리처상을 받은 탐사보도 취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영화에는 실제 기자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보스턴글로브의 취재 과정에서 중심에 있었던 기자는 당시 스포트라이트팀장이던 월터 로빈슨
최근 미국 피닉스 도심 한복판에서는 러시아 기자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며칠 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시위하는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활발한 반전 의견을 냈다. BBC 러시아 서비스에서 일하는 밀라나 마자에바 기자. 마자에바 기자는 당초 미국에서 1년간 공부를 마친 뒤 올해 6월 귀국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미국의 주요 미디어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와 취재에 들어가는 한편, 다른 한 유력지에는 칼럼을 써서 보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우크라이
세계 최초의 기자는 누구일까. 언론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페이디피데스를 꼽는다. 기원전 490년에 페르시아와의 마라톤 전투의 승리를 아테네 시민에게 전달하고 숨을 거뒀다. 올림픽 마라톤 게임의 기원이다.조선의 건국이념에는 작개언로(作開言路)가 있다. 언로를 만들고 크게 열어서 민정을 살피겠다는 유교의 통치 철학이다. 이를 구현하는 언론 삼사로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을 두었다. 이 삼사는 ▲ 주위 환경을 감시하고 ▲ 사회 제 세력을 연결하며 ▲ 세대 간 문화를 전승하는 근대적 언론의 역할을 담당했다.조선의 종군기자로는 임진왜란의 실상을
3월 9일 낮 12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1동제7투표소(극동늘푸른아파트 경로당)를 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사는 아파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노원구에 산다.박형진 씨(24)는 이번이 두 번째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일 때, 일을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 다음 대통령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길 바란다.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묻자 “(안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줏대 없어 보인다”면서 지지자들이 실망했을 것 같다고 했다. 박 씨는 단일화가 윤 후
3월 9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길음동 주민센터. 투표소의 줄이 길었다. 주민 3명에게 거절당한 뒤에 이 모 씨(30)와 얘기할 수 있었다.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검찰 공화국이 될까 걱정한다.가족과 지인이 경기 성남시에 산다. “분당도 보수층인 의사나 검사가 많은 곳인데 그분들도 모두 이재명 성남시장 했을 때, 성남시장으로서의 행정적인 퍼포먼스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저도 그걸 옆에서 많이 지켜봤기 때문에 지지해요.”김한나 씨(34)는 원래 정
3월 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반포1동 원촌초등학교 근처. 이곳 주민은 서초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대선과 함께 치른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사퇴하며 공석이 생겼다. 재보선을 치르는 전국 5곳 중 유일하게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었다.날이 풀려서인지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렸다. 네 살배기 딸아이와 놀아주던 양지과 씨(38)에게 말을 걸었다. 투표하고 돌아온 참이었다.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체감한다. 결혼 후 전세를 살다가 임대차 3법이 통과됐다. 전셋집에서 오래 살 수 있겠다는 기
서울 은평구 진관동 자치회관. 2층 기쁨홀은 제4투표소, 3층 지혜교실은 제11투표소다. 구파발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오후 2시, 햇볕이 따가웠다.자치회관이 보이는 길목에 노점상이 있다. 이정 씨(54)가 야채와 수산물을 판매했다. 사전투표를 했다. 오전 8시부터 장사한다. 평소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가족 단위로 회관을 방문하는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지난 대선 때도 여기 있었다며 달라진 투표소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번에는 오후가 돼야 북적였는데 이번에는 오전 10시부터 투표소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시립동대문청소년센터를 3월 9일 오후 3시에 찾았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제1투표소가 있는 곳이다. 원룸과 빌라가 주변에 많다. 뒤편으로는 한신1차아파트가 있다.센터 입구에서 어느 부부가 서로 사진을 찍었다. 이근영 씨(60)와 김미화(54) 씨. 투표 소감을 묻자 이 씨가 먼저 입을 뗐다. “난 좀 장황한디.”이 씨는 대선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만들 지도자를 원한다. 그런 대통령을 뽑기 위해 당일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대통령의 품위도 강조했다. 대선 기간에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3월 9일 오후 2시,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의 별가람초등학교를 갔다. 별내동 제6투표소는 체육관 좌측, 제10투표소는 체육관 우측이다.대학생 이서연 씨(22)는 제10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갈색 바지에 흰 후드티. 편안한 차림이다. 걸어서 3분 거리의 아파트에 산다.이번 대선이 첫 투표다. 인증샷을 위해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크지 않다. “그냥 최악만 피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뽑고 싶었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보고 1번으로 결정했다.학교 정문 옆 울타리에
대선을 치르는 3월 9일, 전국 선거구 5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있다. 서울에서는 종로와 서초갑이다.오전 5시 50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 도착했다. 투표소 앞에 13명이 있었다. 기온은 영상 2도. 새벽이라 공기가 쌀쌀했다.빨간 마스크, 빨간 스카프. 최용석 씨는 자신을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재명은 쓰레기고 양아치고 도둑놈이야.” 최 씨의 말에 앞에 있던 중년 여성이 응했다. “잘 봤어. 우리 식구가 다 2번이야. 진짜 양심 안 좋아.”오전 6시 17분. 삼청동에서 55년째 사는 부부를 만났다. “종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충현동 주민센터(충현동 제2투표소). 3월 9일 오후 1시. 투표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택시 기사는 차를 멈추고 투표소에 들어갔다. 생수를 배달하다가 왔다는 주민도 있었다.주광수 씨(75)는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나왔다. 장애 6급.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하다. 집값 폭등으로 침체된 나라가 걱정돼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법과 행정이 바로 서는 나라가 되는 길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그는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당선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어느 후보든 힘든 서민의 생활을 개선하기를 원한다. 떨리는 마
3월 9일 오전 6시. 서울 용산구 효창동 금양초(효창동 제2투표소) 정문으로 들어가 오른쪽을 보면 급식실이 있다. 불이 환하게 켜졌다. 선거사무원 4명은 “투표하러 왔냐”며 취재팀을 맞이했다.60대 부부는 두꺼운 옷을 입고 털모자를 썼다. 남편 오 모 씨와 부인 김 모 씨는 ‘나라 교체’를 위해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지금은 “모든 게 엉망”이라면서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힘줘서 말했다.자영업을 하는 이 부부는 부동산 정책과 세금 문제 때문에 타격을 받았다. 오 씨는 이번 대선을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고 평가했
3월 9일 새벽 5시, 경기 고양시 집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 마포구 공덕동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가 꼭두새벽부터 뭐 하러 가냐고 말을 걸었다. 대선을 취재한다고 했더니 기사는 이번에 많이들 투표한다고 했다.주변 사람을 보면 다들 지지율이 높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엔 저놈만 되지 말라는 마음으로 투표하는 거라니까요?”투표는 오전 6시 시작이다. 취재팀은 30분 전부터 투표소 9곳을 돌며 52명을 만났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마포문화원. 공덕동 제9투표소다.해가
3월 9일 낮 12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일산3동 투표소를 찾았다. 고양신일초. 일산에서 아파트와 학원이 밀집한 곳이다.사전투표일과는 달리 비교적 한가한 풍경이었다. 평소 닫힌 학교 뒷문이 열리자 주민들이 공원을 통해 들어왔다. 어느 여성은 “사람들이 인증 올리고 그러더라. 나도 찍어 왔어”라며 남편에게 손을 보였다.근처 공원에서 김기옥 씨(52)를 만났다. 결혼하고 일산서구에서 24년 동안 살았다. 사전투표 첫날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최대한 빨리 투표하고 싶어서였다.그는 더불어민주당을 꾸준히 지지했다. 이번에도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 선거일인 3월 9일 오전 6시, 기자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제1, 2투표소가 있는 영화초등학교로 갔다.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두컴컴했다. 주민들은 투표소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처음 만난 이가영 씨(27)는 파란 목도리를 했다. 혹시 정치 성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이 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여성, 동물권, 취약계층 보호 정책 등 평등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마음에 들어 한다.이 씨는 동작구에서 10년을 살았다. 동작구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에 이번
‘영끌 정치’ 3편에서는 청년의 문제의식을 정치권 전면에 나서서 대표하고, 대변하는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 국민의힘 백지원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치에 임하는 초심, 대표하고 대변하는 일이 갖는 무게감,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진심을 담았다.사용 BGM1. Ocean Waves- 73venMore(https://soundcloud.com/7more-786441288/ocean-waves)2. Beginning- Raxce(https://open.spotify.com/track/0i6g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MZ세대, 그러니까 청년층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대선 주자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인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SNS를 활용하며 청년 정책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인지 와닿지 않는다. 정치권이 그리는 청년은, MZ세대는 대체 누구인가? 애초에 청년을 하나로 정의할 수는 있는 걸까? 조약돌 프로젝트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자갈밭의 평범해 보이는 조약돌도 자세히 보면 모가 난 데가 다르듯, 같은 MZ세대여도 한 명 한 명의 청년은 모두 다르다. 조
서울 용산구 원효로2동의 사전투표소는 용산문화원.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영애 씨(68)는 사전투표 첫날인 3월 4일, 사람들이 줄 서서 투표했다고 했다. 손님과 이야기를 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자 비율이 비슷하다고 김 씨는 전했다.김준규 씨(64)는 이 동네에서 22년 살았다. 고향은 전북 고창군. 어릴 때부터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재명 후보는 행정 경험이 많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 공화국’이 될 거라고 걱정한다.오 모 씨(80)는 용문사거리에서 열린 민주당 유세 현장을 봤다. 선
스토리오브서울의 은 3월 4일~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을 찾았다. 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 2번 출구로 나와 효창원로를 걸었다.사거리 쪽에 편의점이 보였다. 효창동이 초접전 지역이라고 했더니 직원 이 모 씨(55)는 “여기가 그 반반인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본적은 용산. 효창동에 50년 넘게 살아서 지역 역사를 꿰뚫었다. “옛날에 지방에서 서울 올라올 때 전라도 사람은 용산에서 내렸다고, 호남선이.” 이 때문에 용산구에 민주당 지지자가 많다고 한다.지역색은 점점 옅어졌다. 재개발로 신도시 아파트가 들어서며 다른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