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낮 12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1동제7투표소(극동늘푸른아파트 경로당)를 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사는 아파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노원구에 산다.

박형진 씨(24)는 이번이 두 번째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일 때, 일을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 다음 대통령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길 바란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묻자 “(안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줏대 없어 보인다”면서 지지자들이 실망했을 것 같다고 했다. 박 씨는 단일화가 윤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윤희 씨(49)의 생각도 비슷했다. 단일화를 예상하긴 했지만, 안 후보가 신념을 밀고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씨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뽑고 싶었지만 사표가 될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여성 대통령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다면서 집값 문제가 오롯이 문재인 정부 탓은 아니라고 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정운영이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윤상한 씨(48)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사모님(김미경 교수) 저기 계시던데, 거기 가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엉망’이라고 표현했다. 외교와 원전도 그렇고, 공정한 사회를 약속했지만 잘 안 됐다고 했다.

윤 씨가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지인에게 “형님!”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형님이라는 남성은 누구를 뽑았냐고 물었다. 윤 씨가 큰 소리로 “2번”이라고 외치자 ‘형님’은 “미친놈”이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윤 씨는 웃으며 “(형님이) 진보”라고 말했다.

▲ 주민이 자녀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들어갔다.
▲ 주민이 자녀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들어갔다.

극동늘푸른아파트에서 서울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이 있는 대로로 갔다. 상계1동 제6투표소(노일초) 근처에서 출구조사를 하는 백민재 씨(23)를 만났다. 상경계열 대학생이다. 출구조사에 어느 정도가 응하냐고 물었더니 “반반? 60~70%는 해주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백 씨는 사전투표를 했다. 지지 후보는 기호 2번. 이유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꼽았다. “이 대표가 청년층을 위해 목소리를 내줬다고 생각한다.”

그는 남녀갈등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고 했다. 각자 역할이 있고 다름을 존중해야 하는데 무차별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것 같다고. 왜 그러는 것 같냐고 물으니 “(서로)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백 씨는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 분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윤석열 후보, 안철수 대표, 이준석 대표, 세 사람이 힘을 합치면 잘 될 것 같다.”

▲ 조영선 할아버지가 상계뉴타운 1구역을 가리키고 있다.
▲ 조영선 할아버지가 상계뉴타운 1구역을 가리키고 있다.

수락산역을 떠나 상계3·4동의 제6·7투표소가 있는 상계3·4동 주민센터로 향했다. 이준석 대표가 여기서 출마한 적이 있다.

 

가장 먼저 만난 주민은 박예린 씨(20). 주민센터에서 등본을 떼고 나왔다. 투표를 하지 않았다. 정치를 잘 모른다고 했다. “투표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못 정할 거 같으면 안 뽑는 게 낫단 생각이 들었다.”

조영선 씨(88)가 기자와 박 씨를 유심히 지켜봤다. 박 씨가 떠나자 조 씨와 20여 분간 대화했다. 그는 서울 마포구에서 살다 50년 전, 상계뉴타운 3구역에 정착했다. 서민이 살기 힘들 정도로 물가와 집값이 올랐다며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계동만큼 집값이 낮은 곳이 없다고 했다. 상계뉴타운 1구역을 가리키며 “다 무허가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개발하거나 임대 아파트를 지어서 서민이 살게 해야 하는데 시간만 흘러 지역이 더 낙후됐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출입구 앞에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김 모 씨(70).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정치인들에게) 매번 속고 또 속는 거지”라고 말했다. 이번엔 어느 쪽에 속아보기로 했느냐 묻자 야당이라며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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