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충현동 주민센터(충현동 제2투표소). 3월 9일 오후 1시. 투표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택시 기사는 차를 멈추고 투표소에 들어갔다. 생수를 배달하다가 왔다는 주민도 있었다.

주광수 씨(75)는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나왔다. 장애 6급.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하다. 집값 폭등으로 침체된 나라가 걱정돼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법과 행정이 바로 서는 나라가 되는 길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당선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어느 후보든 힘든 서민의 생활을 개선하기를 원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개표방송을 볼 것 같다고 했다.

유혜인 씨(53)는 투표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라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표를 행사했다. 투표함에 종이를 넣을 때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로 설렜다. 하지만 기대만큼 운영될지 걱정한다.

유 씨는 서대문구에 15년 살았다. 지하철이 멀거나 주택이 노후한 동네가 많다. 그는 “발전이 된다면 효과가 가장 큰 지역인데 아쉽다”며 이번 투표로 서대문구가 발전하면 좋겠다고 했다.

▲ 충현동 주민센터
▲ 충현동 주민센터

 

노상인 씨(73)와 정희 씨(74)는 손을 잡고 나왔다. 부부는 북아현동에서 7년을 살았다. 노 씨는 대선을 보며 화가 났다고 했다. 진실과 거짓을 섞어 후보를 판단할 수 없게 하는 사람이 미웠다. 또 시민이 헛된 이야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한탄스러웠다.

정 씨도 “헷갈리게 해서 중심을 못 잡은 선거는 처음이에요”라고 했다. 걱정이 많았지만 할 일은 마쳤다는 생각에, 국민 한 사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노 씨는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다만 보복 정치로 나라를 망치지 않기를 원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만큼, 위상에 맞게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 투표를 마친 노상희 씨와 정희 씨
▲ 투표를 마친 노상희 씨와 정희 씨

심규환 씨(30)는 투표할 후보를 정하고 왔다. 국민의힘-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로 야당이 유리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어떤 당이 집권해도 걱정이다. 이번 투표로 남자와 여자,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갈등이 사라지기를 바란다.하게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조하나 씨(33)는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 고민했다. 기다리던 일행에게 “네가 선택한 후보가 최선이야? 차선이야?”라고 물었다. 30대인 일행은 “차선이야”라고 대답했다. 최선을 선택해야 하는 날에 차선을 뽑는 상황이 싫었다. 지금은 빨리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서대문05번 버스가 정차하는 북아현 삼거리. 김말순 씨(59)가 ‘유능한 후보에게 투표!’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었다. 정당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다.

“누구든지 투표해야 한다고 알리는 거죠!” 김 씨는 국민으로서 내 권리를 찾자는 취지라고 했다. 투표소가 어디냐고 묻는 시민에게 위치를 알려준다.

그는 안심귀가스카우트 대원으로 북아현동에서 2년 동안 활동했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을 만나면 동행하자고 설득했다. 이번 투표로 북아현동의 길이 밝아져 여성의 안전이 개선되기를 원한다.

그는 시민도 떨리겠지만 후보는 말해 뭐하겠냐며 웃었다. 후보에게 자기 소신만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당선될 후보에게 비방하지 않는 사람이 존경받는 대통령이라고 전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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