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원효로2동의 사전투표소는 용산문화원.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영애 씨(68)는 사전투표 첫날인 3월 4일, 사람들이 줄 서서 투표했다고 했다. 손님과 이야기를 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자 비율이 비슷하다고 김 씨는 전했다.

김준규 씨(64)는 이 동네에서 22년 살았다. 고향은 전북 고창군. 어릴 때부터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재명 후보는 행정 경험이 많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 공화국’이 될 거라고 걱정한다.

오 모 씨(80)는 용문사거리에서 열린 민주당 유세 현장을 봤다. 선거운동원에게 다가가 “전과 4범을 지원할거냐”고 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잘했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미국 일본 등의 4국 안보협력체 쿼드(Quad)에 한국이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오 씨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기회가 없다, 젊은 사람들을 위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경옥 씨(58)도 신호등 근처에서 민주당 함대건 청년위원장(35)의 연설을 들었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속상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22살에 남편과 결혼하고 원효로2동에 왔다. 당시에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주민이 많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 지지자가 늘었다. “이 동네는 (지지하던 당)이 바뀌기 쉽지 않다.”

택시 기사들이 지나가면서 창문을 열고 크게 말했다. “이재명 파이팅!” 다른 차 안에서 어느 여성이 소리쳤다. “민주당 파이팅!” 민주당 선거운동원은 더 크게 외쳤다. “뽑아주십시오!”

원효로2동에는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이 많다.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많았다. 용산구청에 신고된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100개가 넘는다.

주민 조제호 씨(63)는 세금이 더 문제라고 했다. 16만 원이던 건강보험료가 40만 원으로 올랐다. 그만큼 돌아오는 혜택은 없었다. 보험이 적용되는 약보다 그렇지 않은 약이 많았다. 조 씨는 65세가 되면 보험료를 내지 않고 혜택을 받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정례 씨(74)는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재산에 따라 세금을 내는데 아파트값이 오르자 세금이 함께 올랐다. 강남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김 씨는 “용산 사는 사람은 다 부자래. 나는 집도 없는데”라고 했다.

▲ 용산역 유세 현장
▲ 용산역 유세 현장

원효로2동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용산역 광장. 3월 6일 오후 5시 15분에 유세 차량이 들어왔다. 학생 2명이 관심을 보였다. “오늘 무슨 행사가 있나?.” 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이따가 이재명 후보님 오세요.”

특성화고 다니는 지 모 양(17)은 친구와 용산역에 왔다. 투표권은 없지만 대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후보들이 싫어서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만이 아니라 가출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가 오후 7시 도착한다는 말에 지 씨는 집에 가기로 했다. “굳이 기다릴 것까진 없는 것 같아서요.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웃으며 광장을 떠났다.

이 후보는 꽃다발을 건네받고 연단에 섰다. 지지자들이 “이재명! 이재명”이라고 외쳤다. 후보의 말이 멈출 때마다 환호가 나왔다.

이영지 씨(41)는 이 후보가 갑자기 다가와 인사를 하는 모습에 놀랐다. 유세 현장은 처음. 연설을 듣고 이 후보가 나라를 투명하게 운영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박예빈 씨(21)는 친구와 광장을 지나던 중이었다. 연설을 3분 정도 듣다가 자리를 떴다. 유세 현장을 처음 보는데 생각보다 신나는 분위기라고 느꼈다.

이번 대선이 첫 투표. 부모는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 박 씨는 후보를 못 골랐다. “부모 생각을 무조건 따라가게 되는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자신과 공동체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고 결정하려 한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용산팀>은 원효로2동의 리버힐 삼성아파트를 3월 7일 다시 찾았다. 오후 4시가 되자 유치원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엄마들이 데리고 갔다. 원진연 씨(40)는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취재에 응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부동산 정책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재명 후보를 다시 한번 믿기로 했다. 원 씨는 대선 후보들이 정책으로 경쟁하기보다 서로를 욕하기 바빠 보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이대소 씨(71)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 옆에서 아내가 취재를 거부하라고 했지만 이 씨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토론을 못하고 말실수를 하지만 오히려 때 묻지 않은 모습이 마음에 든다.”

106동 옆의 통로는 삼성테마트상가와 연결된다. 식당 병원 학원 세탁소 등이 있는 4층 건물. 여기서 만난 63세 여성은 안철수 대표에게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완전 국민 우롱이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중도라고 밝혔지만 뼛속까지 보수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안 대표를 선택했기에 실망감이 컸다. 새 정치를 원해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마음이 가지만 보수 정권을 강력하게 반대하니까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예정이다.

이 여성은 광주 출신이다. 용산에 온 지 20년 정도 됐다. 이곳이 보수 텃밭이라 느껴서 정치 성향을 숨기며 산다.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취재를 마칠 무렵,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영업자들은 취재에 선뜻 응하면서도 이름을 밝히기는 부담스러워했다. 장사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서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취재를 요청하자 스토리오브서울에 대해 꼼꼼히 확인했다.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기 인생과 정치관을 20분가량 얘기했다.

과거 다니던 회사에서 해외 출장이 잦았다. 한국 대통령 뉴스로 조롱당한 경험이 많다. 청렴한 대통령을 원해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 바로 옆의 수선실 사장은 단호하게 외쳤다. “이재명! 됐죠? 바쁘니까 그냥 가요.”

3월 8일은 날씨가 포근해서 산책 나온 주민이 많았다. 신병준 씨(32)는 주차장 옆 공터에서 뛰었다. 이어폰을 빼며 취재에 흔쾌히 응했다. 정치인은 명분보다 실리를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지하는 인물은 이재명 후보.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서 보여준 성과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나오던 40대 여성 채 모 씨는 민주당 지지자. 진보 정치인이 이젠 물러나고 젊은 세대에게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정권교체를 위해 보수 정당에 투표한다고 하지만 세대교체를 하는 방법도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승희 씨(64)는 이 아파트에 20년간 살았다. 지난주에 사전투표를 했다. 복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 공산주의, 자본주의 따지는 시대는 지났고 복지 시스템을 잘 구축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손은주 씨(왼쪽)와 김정순 씨
▲ 손은주 씨(왼쪽)와 김정순 씨

아파트를 나와 식료품점이 많은 상가 앞에서 손은주 씨(63)를 만났다. 장을 보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사전투표를 했다. 정치인이 편 가르기를 안 했으면 좋겠고, 공정하고 정직한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고 밝혔다.

김정순 씨(74)는 원효로2동에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됐다. 보수 정당 지지자. 지금까지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 이번에는 인물을 보고 투표할 계획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 말을 경청하고 정치인끼리 소통하길 바란다.

▲ 원효로2동 주민 이야기
▲ 원효로2동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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