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치르는 3월 9일, 전국 선거구 5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있다. 서울에서는 종로와 서초갑이다.

오전 5시 50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에 도착했다. 투표소 앞에 13명이 있었다. 기온은 영상 2도. 새벽이라 공기가 쌀쌀했다.

빨간 마스크, 빨간 스카프. 최용석 씨는 자신을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재명은 쓰레기고 양아치고 도둑놈이야.” 최 씨의 말에 앞에 있던 중년 여성이 응했다. “잘 봤어. 우리 식구가 다 2번이야. 진짜 양심 안 좋아.”

오전 6시 17분. 삼청동에서 55년째 사는 부부를 만났다. “종로가 최후 1번지 아니에요? 정치 1번지니까, 자존심이 있는 거죠.” 투표하고 나온 남편 김 모 씨(76)는 종로구 발전을 위해 노력할 분을 택했다고 답했다. 대통령 역시 정치를 반듯하게 할 사람을 뽑았다고 했다.

김영만 씨(83)는 개표 참관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 분당에 이미 말썽이 났다고 했다. 기표 도장 색이 점점 흐려져 무효표 우려가 있다는 얘기. 이런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냐고 묻자, 친구들한테서 전화로 들었다고 답했다.

종로11번 마을버스가 다니는 주민센터 정류장 앞. 삼청동 토박이 이 모 씨(33)는 검은 색 모자를 쓰고 걸어왔다. 그는 운동 관련 프리랜서로 일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특정 단체만 밀어주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한다.

주민센터가 있는 도로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꺾자 슈퍼마켓이 보였다. 두유와 초코바를 하나씩 샀다. 마수걸이인 줄 알았으면 더 살 걸 그랬다고 기자가 미안해하자 그는 웃었다.

“5년 있을 삼청동 이웃 주민이 바뀌는 거잖아요.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투표하고 오는 길이라기에 누구를 뽑았느냐고 묻자 그는 “마누라한테도 비밀”이라고 했다.

▲ 삼청동 주민센터
▲ 삼청동 주민센터

청와대 앞에는 아침 운동을 하며 달리기를 하는 주민이 대여섯 보였다.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청운초)를 찾아가는데 골목을 잘못 들어서자 경호원이 나타나 반대 방향으로 가라고 했다.

청운초에서 나온 30대 딸은 60대 엄마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저희는 여기가 안 시끄러워질 사람을 뽑았어요.” 딸의 얘기다. 엄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맘에 들지 않아 걱정인데 보수 정당이 싫다고 했다.

청운동에서 명륜동으로 가려고 택시를 탔다. 10년째 개인택시를 모는 김 모 씨(72)는 사전투표를 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원한다. 현 정권은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해서 통계조차 믿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와 가장 가까운 투표소는 명륜동와룡문화센터 4층의 혜화동 제5투표소다. 60대 여성 이 모 씨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 때도 이곳에서 선거사무원을 했다.

이 씨에 따르면 아침부터 투표소에는 젊은 층이 많이 찾았다. 또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도 그렇고, 이번 대선도 그렇고 투표소에 와서 누구를 뽑아야 한다며 소란스럽게 발언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했다.

▲ 김단임 씨
▲ 김단임 씨

명륜동에서 45년째 산다는 김단임 씨(71)는 민주당 선거사무원을 맡았다. 당원은 아니지만 지인 요청으로 하게 됐다.

김종훈 씨(28)는 성균관대 설립연도인 ‘1398’ 숫자가 적힌 검은색 후드 티를 입었다. 글로벌경제학과 휴학생. 어느 정당이든 5년마다 바꿔줘야 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

종로08번 마을버스를 타고 언덕을 내려왔다. 서울지하철 혜화역 4번 출구 앞. 지인을 기다리는 30대 남성이 보였다. 윤석열 후보가 북한 선제타격을 말하며 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한 점을 꼬집었다. 또 윤 후보가 당선되면 문재인 대통령을 수사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 일본 아카하타 신문의 쿠리하라 치즈루 기자(오른쪽)
▲ 일본 아카하타 신문의 쿠리하라 치즈루 기자(오른쪽)

혜화 제3투표소가 있는 혜화아트센터로 갔다. ‘취재·보도’라 적힌 명찰을 착용한 여성 2명이 투표하고 나오는 시민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들을 쳐다보며 기다렸다. 시선이 느껴진 건지, 둘은 기자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곤니찌와.” 대선을 취재하려고 한국에 왔다고 했다. 일본 아카하타 신문의 쿠리하라 치즈루 기자. 스토리오브서울의 ‘1000명, 천명(天命)을 말하다’ 기획을 설명했다. 받아적는 치즈루 기자의 손이 빨라졌다.

왜 한국 대선에 관심을 가질까. 그는 “일본에게도 한국은 가까이에 있고 매우 중요한 나라”라며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까,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치즈루 기자는 대구에도 들렀다. 좀 더 많은 지역에 가고 싶지만 오늘은 서울에 주력한다고 했다. 

소격동으로 갔다. 오후 6시 14분,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 만난 이민우 씨(28)는 용산구 청파동에 산다. 기계공학 석박사 통합과정의 대학원생이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어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후보를 뽑았다며 공약집이라도 제대로 읽었어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와 함께 있던 신수인 씨(25)는 젠더 이슈에 민감하다.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공약을 비교했지만 부합하는 후보가 없다고 한다. 신 씨는 차악을 뽑는다는 말에 동의했다. 이재명 후보는 법 쪽으로도 걸리는 게 많아 차악을 택했지만, 잘한 선택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 종로구 주민 이야기
▲ 종로구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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