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오후 2시,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의 별가람초등학교를 갔다. 별내동 제6투표소는 체육관 좌측, 제10투표소는 체육관 우측이다.

대학생 이서연 씨(22)는 제10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갈색 바지에 흰 후드티. 편안한 차림이다. 걸어서 3분 거리의 아파트에 산다.

이번 대선이 첫 투표다. 인증샷을 위해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크지 않다. “그냥 최악만 피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뽑고 싶었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보고 1번으로 결정했다.

학교 정문 옆 울타리에 후보자 사퇴 안내 현수막이 보였다. 정동현 씨(38)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안 후보를 지지했지만 ‘날치기 단일화’에 실망했다. “단일화했다고 바로 윤석열을 찍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정 씨는 “투표용지를 봐야 (누굴 뽑을지) 결정할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내(35)는 “투표용지에 이름이 다 인쇄된 상황이라 무효표도 많이 나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 별가람초등학교 입구의 현수막
▲ 별가람초등학교 입구의 현수막

정문 앞에서 만난 차 모 씨(59)는 사전투표소에서 꺼림칙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며 혀를 찼다. 그는 부정선거가 걱정돼 본 투표를 기다렸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위선적인 태도에 이골이 났다고 했다. “일단 정권부터 바꿔보고 고민해야 하는데, 여기 사람들(별내동 주민)은 누굴 뽑을지 잘 모르겠네.”

학교 맞은편에는 하천이 흐르는 산책로와 공원이 있다. 투표하고 나온 김춘희 씨(67)는 운동장에서 기다리던 손자들을 만났다. 공원을 산책하고 집에 들어갈 생각이다. 김 씨는 투표권을 민주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투표하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했는데요.”

이수환 씨(61)는 별내동에 이사온지 2년째다. “이렇게 뽑고 싶은 사람 없는 투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집토끼’다. 항상 민주당에 표를 줬다. 이번에도 이 후보에게 투표하겠지만 “정말 내키지 않는다”고 중얼거렸다.

▲ 별내행정복지센터
▲ 별내행정복지센터

별내행정복지센터는 별내동 제13투표소다. 별가람초에서 신시가지 방면으로 2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번화한 편이다.

오후 4시. 임예진 씨(28)는 투표를 하고 반찬가게에서 저녁거리를 샀다. 직장인이다. 그는 “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묻자 “비밀투표라…”라며 말끝을 흐렸다. 저녁을 먹으며 출구조사 방송을 볼 예정이다.

박성현 씨(25)는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부모를 기다렸다. 그는 별내면사무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부모가 투표하면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이 씨는 1번도, 2번도 아닌 그다음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 후보를 지지하는 20대 남성을 처음 본다고 했더니 그는 “저는 지지하는데요?”라며 웃었다. 다만 대통령은 윤 후보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주변 친구 보면 다들 2번이 될 거 같다고는 하더라고요.”

오후 5시. 김민서 씨(36)가 교직원증을 목에 걸고 투표소에 도착했다. “주민등록증 대신 급하게 목에 걸고 나왔다”고 했다. 마음을 정했냐고 했더니 “뽑기 싫은 사람은 확실히 있다”며 투표소로 들어갔다.

행정복지센터 입구에는 투표소 안내문이 있다. 가까운 아파트 단지의 주민이 잘못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후 5시 25분, 어느 주민이 안내문을 보고 ‘한별중이 어디야?’라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는 “아니, 이 근처 사니까 당연히 여기로 왔지”라며 당황스러워했다. 기자가 주소를 묻자 그는 “투표 끝나기 전에 얼른 가봐야 해서…. 미안해요”라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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