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동대문청소년센터를 3월 9일 오후 3시에 찾았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제1투표소가 있는 곳이다. 원룸과 빌라가 주변에 많다. 뒤편으로는 한신1차아파트가 있다.

센터 입구에서 어느 부부가 서로 사진을 찍었다. 이근영 씨(60)와 김미화(54) 씨. 투표 소감을 묻자 이 씨가 먼저 입을 뗐다. “난 좀 장황한디.”

이 씨는 대선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만들 지도자를 원한다. 그런 대통령을 뽑기 위해 당일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대통령의 품위도 강조했다. 대선 기간에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과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정보를 통해 불공평하게 이익을 취한다면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이익을 골고루 분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에게는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다. 김 씨는 자녀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투표하러 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몰라서 안타까워한다.

두 사람은 이미 사전투표를 했다. 김 씨는 친구 7명을 데리고 갔다. 나라가 발전할지 퇴보할지 갈림길에 있는 선거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절실했던 적이 없다.”

개인택시 1대가 투표소에 들어왔다. 운전석 남성은 3분 만에 투표를 마쳤다. 소감을 물었다. “정치 그런 거 잘 몰라요.” 손사래를 쳤다. “저기 저분한테 물어보세요. 저 아가씨 지나가네.”

가리킨 쪽으로 갔지만 여성이 없었다. 발가락에 깁스를 하고 천천히 걷는 남성이 보였다. 류한솔 씨(30). 준공공기관의 성교육 강사.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고 느낀다.

정치인이 표를 얻으려고 청년을 갖고 놀았다고 본다. 소득 주거 성별로 갈라치기하려는 모습이라고. 그래서 소수자와 약자를 위할 후보를 골랐다. 사표가 될지 모르지만 소신에 따랐다.

어린이집 교사 김예솔 씨(29)도 당선 여부와는 상관없이 소신대로 투표했다. 양당 후보에 실망했다고 한다. 대선 기간에 두 후보의 부정적인 면이 너무 많이 드러나서다.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대선이 끝나고 바뀌었으면 하는 게 있는지 물었다. 김 씨는 “너무 많은데”라면서 웃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를 줄일 대통령.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서 많은 사람이 힘들어졌다고 생각한다.

▲ 방호복을 입은 선거사무원
▲ 방호복을 입은 선거사무원

박서민 씨(58)와 박윤수 씨(20)는 투표하고 사진을 찍었다. 부녀는 팔짱을 끼고 투표소를 나왔다. 아버지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할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당선된 후보는 국민과 했던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힘든 경제 상황을 개선하길 바란다.

딸은 이번이 첫 선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직했다. 첫 투표가 어땠는지 묻자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동산이 안정되길 원한다.

대학생 이세임 씨(25)는 부모와 함께 투표했다. 처음 말을 걸었을 때는 거절했다. 기자가 한양대 학생이라고 하자 마음을 바꿨다. 부모는 “네가 하고 와”라며 자리를 떴다. 이 씨는 “저희 오빠가 한양대 다녀서요”라고 했다.

이 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양당 후보가 모두 논란이어서 안 뽑고 싶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투표하려고 했다. 단일화 소식을 늦게 접했다. 그래서 투표 전날, TV토론을 몰아서 봤다.

지식이 있고 말 잘하는 후보를 원했다. 지킬만한 공약을 거는지도 지켜봤다. 그중에서 그나마 나은 후보를 골랐다고 한다. 누가 당선되든 공약을 꼭 지키기를 원한다.

오후 5시가 되자 선거사무원들이 방호복을 입고 입구에 나왔다. 오후 6시부터 있을 코로나 19 확진자 및 격리자 투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임모 씨(32)를 만났다. 경희대 근처에서 메이크업 샵을 운영한다. 영업을 마치고 왔다. “제가 지금 너무 뛰어와서 정신이 없네요.” 투표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급하게 왔다고 한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자영업자로서 힘들었다. 정부가 많이 지원해서 초반보다는 나아졌다. 그러나 방역지원금 체계가 ‘퍼붓는 식’이라서 걱정한다. 정말 필요한 사람을 더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많은 양당 후보 중에서 고민했다. 그나마 경험이 있는 후보를 골랐다. 주거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다음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을 낮추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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