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인 3월 9일 오전 6시, 기자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제1, 2투표소가 있는 영화초등학교로 갔다. 해가 뜨기 전이라 어두컴컴했다. 주민들은 투표소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처음 만난 이가영 씨(27)는 파란 목도리를 했다. 혹시 정치 성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했다. 이 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여성, 동물권, 취약계층 보호 정책 등 평등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마음에 들어 한다.

이 씨는 동작구에서 10년을 살았다. 동작구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여당 후보의 우세를 예상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해서 누가 당선될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 부정선거 논란이 커져서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국민으로서는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필요성을 느낀다. 소수가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 영화초등학교
▲ 영화초등학교

투표소 근처의 편의점 앞에서 박영숙 씨(87)를 만났다. 자녀가 셋, 손자와 손녀도 여럿 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투표하러 나왔다.

박 씨는 출산율을 높여야 나라가 부강해진다고 했다. 젊은 사람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도록 정부가 많은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출산 후에도 일자리에 복귀하게 돕는 정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치에서 시급히 해결할 문제는 보복의 문제라고 밝혔다. 박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 간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전직 대통령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투표를 끝내고 급히 길을 가던 이 모 씨(70)는 대선에 대해 묻자,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이재명 후보에 불만을 드러냈다. 대장동 의혹을 덮으려고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는 모습에 화가 난다고.

그는 동작구에서 40년을 살았다. 국민의힘의 열렬한 지지자다. 부정선거 논란이 있는 것도 민주당이 부정선거 없이는 이길 수 없기 때문 아니냐고 했다. 앞으로의 대통령은 깨끗하고 청렴하기를 원한다.

투표사무원 오명근 씨(34)는 영화초 앞에서 시민에게 투표소를 안내했다.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느낀다. 문제가 발생했으면 곧바로 대응해야 했는데, 어제야 선관위의 공식 사과가 나와서 아쉽다고 했다.

▲ 투표사무원이 안내하는 모습
▲ 투표사무원이 안내하는 모습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이도엽 씨(44)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다. 거대 양당의 문제 때문이다. 정의당이 오랫동안 일관된 목소리를 내서 마음에 든다고 한다. TV토론에서도 심 후보가 약자 편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이 씨는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를 지지한다. 그가 정의당에 복귀한 것도 이 씨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심 후보가 당선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거대 양당 후보 중에서 하나가 되겠지만 누가 되든 국가가 양분화되지 않고 통합되기를 바란다.

검은 패딩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던 김성배 씨(59)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중도층이었다. 하지만 5년 동안 힘들어서 투표하러 나왔다. 끼리끼리 정치를 했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이번에는 바꿀 때라고 했다.

그는 자영업을 하는 동작구 토박이다. 자신이 투자한 만큼 보답이 오는 세상이 오기를 원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가 윤 후보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예상한다.

선거에서 걱정되는 점을 물었다. 근소한 차이로 어느 후보가 이기면 부정선거 논란이 5년 내내 따라다녀 나라가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염려했다.

정혜연 씨(34)는 투표를 하고 남편과 유모차를 끌고 갔다. 누구를 지지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거대 양당 후보 모두 가정사가 논란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결정하기 힘들었다.

정 씨는 워킹맘이다. 많이 발전했어도 보육시설 미비는 여전히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새로 바뀌는 대통령이 육아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원한다.

주변의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윤석열 후보 지지자로 바뀐 경우가 꽤 늘어서 특이하다고 느낀다. 부정선거 논란에 대해 묻자 그래도 믿고 갈 수밖에 없다며, 일일이 태클을 걸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 않느냐고 답했다.

골목길에서 만난 이순규 씨(70)는 동작구에서 47년을 살았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마음에 안 찬다. 중요한 사안에 집중하기는커녕 서로 깎아내리고 헐뜯어서 불만이다. 동전 뒤집기를 하는 것 같지만 차악을 꼽자면 윤 후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되든 부동산 문제를 꼭 해결하기를 원한다. 세금이 너무 올라서 남의 집에서 세를 살아야될 것 같다고 했다. 물레방아 돌아가듯 우리나라 경제도 잘 돌아가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 이가영 씨(왼쪽)와 이순규 씨
▲ 이가영 씨(왼쪽)와 이순규 씨

정진숙 씨(55)는 남편과 투표를 마치고 길을 갔다. 이화여대 재학 시절에 학보사에서 일했고 지금도 언론계에서 일한다.

옛날부터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재명 후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복지와 장애인 정책에서 윤석열 후보와 차별점을 보인다고 했다. 부정선거 논란은 보수언론이 과장하는 것 같다며 실수가 있을 수는 있어도, 요즘 시대에 어떻게 부정선거가 있겠냐고 했다.

정 씨는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단일화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치겠냐고 물었더니 안철수 대표의 표가 윤석열 후보에게 모두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두 후보의 지지자는 서로 색깔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고.

투표하러 가던 김연경 씨(26)는 원래 안철수 대표를 지지했다. 그를 뽑을 생각이라고 하기에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했다고 말했더니 윤 후보 쪽으로 마음이 간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현 정부가 여태까지 해온 것이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특히 부동산 상승과 비리 문제에 가장 큰 불만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 지지자가 주변에 많아서 불안하다. 특히 30대와 40대 중에서 이 후보 지지자가 많다고.

최근 불거진 부정선거도 불안요소의 하나다.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로 이미 정해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김 씨는 긴 취업 준비 끝에 무역회사에 막 취직했다며 다음 대통령이 청년을 위한 일자리 정책과 주거 정책에 더욱 힘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난 박광예 씨(68)는 동작구에서 10년을 살았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유난히 힘들었다. 다음 대통령은 우직하고 청렴하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없는 사람도 평범하게 살았으면 한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 대방동 주민 이야기
▲ 대방동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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