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기연주회에서 테너 위정민 세종대 교수가 신파조로 “아 ~ 것은 ~ 것이었던 것이다”라며 한국 근대사의 애환과 함께 주옥같은 가곡을 소개했다. 서울예고 출신의 중진 성악가들이 ‘목련화’부터 시작해 ‘비목’ ‘얼굴’ ‘가고파’를 거쳐 ‘그리운 금강산’까지 불러 젖혔다. 이 가곡을 들으면서 이번에 방문했던 칠레의 대통령 집무실인 모네다궁이 떠올랐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칠레의 근대화와 민주화가 우리와 너무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모네다궁은 산타 루시아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산티아고 다운타운에 있다. 네모반듯한 평
웹툰 작가 소만(본명 천정연·40)은 2016년부터 딸 봄이를 키우며 느낀 기쁨과 고민을 에세이 만화 ‘봄이와’에 담았다. 모두 3권으로 ‘육아 빙자 인생만화’라는 설명처럼 육아 돌봄 가사노동에서 느끼는 고됨, 만화를 통한 창업과 경제적 독립, 여성의 연대를 폭넓게 그렸다.소만 작가는 이 만화로 2021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의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수많은 전업주부들, 직장을 퇴근하면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수많은 워킹맘들, 그들의 노고를 기억해주는 상”이라고 말했다. 작가를 6월 8일, 대전 소제동 카페
7월 6일 서울 서대문구의 중국집. 입구 근처에는 메뉴가 적힌 배너 거치대가 있다. 짜장면 7000원, 삼선 간짜장 9000원, 쟁반짜장 10000원. 메뉴 18개 중 3개를 제외하고 종이가 붙어있었다. 남은 3개는 고추 잡채밥, 해물 잡탕밥, 그리고 1000원인 공깃밥이다.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점심값이 오른다는 뜻의 신조어 ‘런치플레이션’이 생길 만큼 외식 가격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도 공깃밥을 여전히 1000원만 받는 음식점이 많을까.기자는 6월 28일, 7월 1일, 5일, 6일 등 나흘 동안 서울 서대문구, 구
아, 산티아고! 산뜻하다. 가히 ‘남미의 유럽’이라 불릴만하다. 어디서나 유럽인 혹은 미국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칠레의 관문인 코모도로 아리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 달려 산티아고 도심을 지나 숙소인 라스 콘데스에 들어섰을 때의 첫인상이다.칠레의 수도는 산티아고이다. 하지만 “산티아고는 칠레가 아니다(Santiago no es Chile)”라는 말이 회자된다. 여행가이드인 호세 리부이가 파타고니아에서 수 차례 강조했다. 비슷하게 “라스 콘데스는 산티아고가 아니다”라고도 한다. 빈부격차에 따른 특정 지역에
국회는 50일 넘게 무노동 상태였다. 원 구성 협상 난항 때문이다. 문제는 장기 파행으로 민생 입법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원 구성 난항으로 인한 공전 기간은 평균 41.4일이었다. 이번 하반기 원 구성에는 53일이 걸려 평균 수치를 웃돌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취임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많은 권한을 부여받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한국 사회에서 국회의 신뢰도 수준은 매우 낮다. KBS의 2020년 신년 여
지난 7월 23일, 야나 파샤예바 로이터 통신 피디를 화상 중계를 통해 만났다. 윤세영 저널리즘 스쿨 특강에서였다. 그는 모스크바 국립 대학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 라디오국과 슬레이트 매거진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로이터 통신 모스크바 지부에서 비디오 프로듀서로 일한다. 정치, 사회,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속보와 기획 기사를 주로 다룬다. 유튜브 구독자 233만 명을 보유한 러시아의 언론인 이리나 시호만의 비디오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유튜브 저널리즘은 언론 규제가 강한 러시아에서
주최=한국아동복지학회·한국청소년복지학회주제=촉법소년 문제, 연령기준 하향이 답인가?일시=2022년 7월 27일(수) 오후 3시~오후 5시장소=이화여대 포스코관 251호·온라인 생중계(줌)사회=안재진(한국아동복지학회 총무위원장‧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좌장=류정희(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장)발표=박선영(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토론=제철웅(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지연(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우재(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촉법소년 문제, 연령 기준 하향이 답인가?’를 주제로 하는 이슈 포럼이 7월 2
주최=더불어민주당 김영배 박상혁 의원‧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주제=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문제점과 개선방안 마련 일시=2022년 7월 25일(월) 오후 3시~오후 5시 10분 장소=국회 의원회관 제 6간담회실 사회=라영재(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 연구센터 소장) 발표=이재근(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 토론=장유식(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센터 소장) 성한용(한겨레신문 정치부 선임기자) 조진만(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경실련 상임집행위원) 서복경(더가능연구소 대표) 국회 의원회관에서 ‘
6월 11일 오후 2시 16분. 서울 관악구 관악산 정상에선 冠岳山(관악산)이라 적힌 바위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등산객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부근에는 음료수를 파는 노점이 2개 있다. 그중 한 곳은 사각형 플라스틱 테이블 2개와 파라솔 1개를 설치했다. 마늘종과 마른 멸치를 담은 일회용 그릇, 빨간색 고추장통, 파란색 플라스틱 바가지가 보였다. 앞에서 등산객 1명이 막걸리를 선 채로 마셨다.등산객 3명이 20분 후 테이블 앞에 다가왔다. 그중 2명은 노점상이 건넨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마늘종과 멸치를 집어먹었다.3분 뒤 다른
작은북 소리가 들려온다. 스네어 드럼(Snare Drum)의 바스락거리는 음색이다. 조용히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과나코가 캥거루처럼 철조망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윤동주가 이곳에 와서 밤하늘의 별을 셌을까. 백마 탄 이육사가 광야에서 목 놓아 우는가. 파타고니아의 드넓은 초원에 태고의 바람이 분다.마에스트라 김봉미가 최근 롯데 콘서트홀에서 지휘한 라벨의 볼레로(Bolero)라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서, 남아메리카 땅끝 마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회색의 대초원이 “169회나 반복되는 작은북의 리듬”처럼 한없이 아른거린다. 볼레
주최=최종현학술원·미국국제전략연구소(CSIS)주제=7차 핵실험과 대북 확장억제일시=2022년 7월 15일(토) 오후 3시 00분~오후 4시 30분방식=최종현학술원 회의장·온라인 생중계(유튜브)사회=빅터 차(CSIS 한국석좌)연설=존 햄리(CSIS 소장) 조셉 나이(하버드대 석좌교수) 박인국(최종현학술원 원장)발표=빈센트 브룩스(전 한미연합사령관) 개리 새모어(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김홍균(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홍규덕(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토론=톰 카라코(CSIS미사일방어 프로젝트 국장) 수미
다른 성(性) 토론자들이 얘기하는 젠더 인식 지난 5월 7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별관에서 오후 4시부터 2030 남녀 6명이 모여 토론했다. 토론은 2부로 나눠 진행했다. 1부에선 성별로 패널단을 분리해 각자 다른 공간에서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2부는 패널단과 기자단이 모두 모여 대화를 나눴다. 1부 토론은 오후 4시에 시작해 40분간 진행했다. 20분의 휴식 후, 오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2부 토론이 이어졌다. 앞서 올라간 기사에선 1부 토론의 내용을 다뤘다. 패널단이 오프라인・온라인에서 느껴온 젠더
서울 서대문구 ‘통술집’을 5월 30일 오후 8시 찾았다. 정확히 말하면 통술집이 있던 곳이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내려 옛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107-4’를 입력했다.3분쯤 걷자 공사 현장이 나왔다. 건물 1층 벽면은 붉은 벽돌, 2층 외벽은 검은색이었다.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출입문이 따로 없고 안쪽이 다 보였다. 철판과 시멘트 포장지를 비롯한 자재가 놓여있었다.통술집은 1961년 개업했다. 양념돼지갈비와 돼지껍데기 등을 팔았는데 61년 만에, 올해 1월 3일 문을 닫았다. 여기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다.
서울 노원구에서 자취하는 취업준비생 반세현 씨(25)는 장을 보기 위해 5월 15일 슈퍼마켓을 찾았다. 유제품 판매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달콤한 요거트가 아니라 ‘당 무(無)첨가 플레인 요거트’를 골랐다. “일반 요거트는 너무 달아서 당 폭발이에요.” 그는 무가당 요거트를 먹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했다. 재구매할 의향은 있다기에 이유를 물었다. 반 씨는 당을 줄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 씨는 집안에 당뇨 환자가 있어 당뇨가 유전될까 걱정됐다. 평소 특별히 건강관리를 하지 않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는 생각에
군대의 일과가 끝난 오후 5시 30분. 병사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휴대폰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휴대폰을 받은 병사는 재빨리 생활관으로 돌아가 휴대폰 삼매경에 빠진다. 일부 병사는 침대에 누워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들으며 카카오톡을 한다. 주식이나 코인을 하는 병사는 수익률을 확인하며 탄식한다. 생활관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TV조차 켜져 있지 않다.강원 화천군 최전방에서 포병으로 복무한 김건 씨(28)가 묘사한 병영 풍경이다. 김 씨는 “5시 반만 되면 마치 각자의 자리로 퇴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일과 후
“빈틈없이 바짝바짝 앉아있는 걸 보니 꿈 같네요. 벌써 몇 주째 모이니까 낯설기도 합니다.” 5월 8일 일요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삼일교회에서 4부 예배가 열렸다. 송태근 담임목사는 빽빽하게 앉은 신자를 바라보며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신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복음성가 2곡을 불렀다. 지휘자의 손에 맞춰 성가대 11명이 합창했다. 교회 소식을 알리는 광고에는 다가올 여름 해외 선교를 간다는 내용이 나왔다. 4부 예배에 참석한 신도는 교회 추산 601명. 1~5부를 합치면 4715명이다.코로나 19가 유행하던 2020년 12
5월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이 집회 참가자로 붐볐다. 의자가 한 줄에 10개씩 24줄 놓였다. 빈 의자를 찾기 어려웠다. 참가자 사이의 거리는 20㎝가 안 됐다.의자에 앉지 못한 참가자는 뒤쪽 공터에 서거나 화단 앞 돌 위에 모였다. 어림잡아 400명은 넘어 보였다. 중간중간 구호를 외치거나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이날 집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인 4월 18일 전면 해제되면서 열렸다. 정부는 행사 및 집회를 인원 제한 없이 열도록 허용했다.3개월 전만 해도 제한된 인원만 집
대학생 김예은 씨(22)는 시험 기간 내내 노트북 앞에서 과제를 했다. 여느 대학생과 비슷했다. 무릎에 앉은 아들 박주안 군(1)을 제외하고선 말이다. “눕혀놓으면 깨니까 온종일 안고 무릎에 올려놓고….” 남편이 퇴근해 집에 올 때까지 아들을 돌보며 과제를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대학생이자 엄마. 김 씨처럼 아이를 키우며 학업을 계속하는 부모를 해외에서는 ‘스튜던트 맘’(Student-Mom)이라 부른다. 국내에서 이런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집계한 통계는 없지만 유추할 수는 있다.고등교육법에는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
경기도의 과학고등학교. 30대 물리 교사는 어느 날 꼬리뼈가 아프기 시작했다. 통증은 점차 심해졌다. 병원에서 육종암 판정을 받았다. 전체 암 가운데 1% 이하인 희소암. 진단을 받고 2년 후, 2020년 7월 29일 교사는 세상을 떠났다. 고(故) 서울 씨(사망 당시 37세) 얘기다.육종암 판정을 받은 건 서 씨만이 아니었다. 동료 교사도 육종암 판정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모두 3D 프린터를 수업 자료로 활용했다.서 씨가 숨지고 만 1년째가 된 지난해 7월 말, YTN 보도국 기획탐사팀은 3D 프린터와 암의 연관
치킨의 다리 한 조각, 날개 한 조각, 그리고 다른 부위를 먹는다. 모두 3조각을 먹고 영상 속 주인공은 배가 부르다며 박수를 일곱 번 치고 식사를 마무리한다. 유튜버 은치코 씨의 이 영상은 6월 9일 기준으로 조회 수 148만을 기록했다.그는 다른 먹방에서 쌀국수를 반도 먹지 못하고 남긴다. 이런 소식(小食) 먹방이 유튜브에서 뜨고 있다. 음식을 많이 먹는 일반 먹방과 달리 한 그릇도 먹지 못하는 소식가가 주인공이다. ‘입 짧은 먹방’이라고도 한다.소식 먹방은 크게 두 부류다. 건강식으로 적게 먹는 유형과 음식 자체를 적게 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