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오후 2시 16분. 서울 관악구 관악산 정상에선 冠岳山(관악산)이라 적힌 바위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등산객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부근에는 음료수를 파는 노점이 2개 있다. 그중 한 곳은 사각형 플라스틱 테이블 2개와 파라솔 1개를 설치했다. 마늘종과 마른 멸치를 담은 일회용 그릇, 빨간색 고추장통, 파란색 플라스틱 바가지가 보였다. 앞에서 등산객 1명이 막걸리를 선 채로 마셨다.

등산객 3명이 20분 후 테이블 앞에 다가왔다. 그중 2명은 노점상이 건넨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마늘종과 멸치를 집어먹었다.

3분 뒤 다른 일행 2명, 또 다른 일행 4명이 테이블 앞으로 몰려왔다. 주전자에 막걸리가 부족했는지 노점상은 약수통과 초록색 병에 담은 막걸리를 주전자에 부었다. 약 30분 동안 등산객 9명이 막걸리를 마셨다.

▲ 관악산 정상에서 노점상이 주전자에 막걸리를 채우고 있다.
▲ 관악산 정상에서 노점상이 주전자에 막걸리를 채우고 있다.

음주 산행은 2018년 3월 13일부터 자연공원법에 따라 금지됐다. 국립공원에서 과태료를 1차 위반 시 5만 원, 두번째부터는 10만 원을 내야 한다.

노점상은 막걸리를 몰래 팔았다. 생수 3000, 포카리 대 5000, 콜라 사이다 2500이라고 음료수 가격을 써놓았지만 막걸리는 등산로 옆쪽에 숨기고, 사용한 페트병은 두꺼운 회색 덮개로 덮었다.

관악산에서 음주 산행이 많은 이유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지 않아서다. 서울특별시 홈페이지에는 관악산이 1968년부터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고 나온다.

일부 등산객은 술을 가져와 마신다. 오후 3시 55분 관악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옆의 생길에서 남녀 2명이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었다. 남성 옆에는 막걸리병이 있었다. 그들은 종이컵에 담아서 막걸리를 마셨다.

등산객 공해웅 씨(49)는 음주 산행을 자주 본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다가 “저기 막걸리 가지고 있는 분도 계시고”라며 등산객을 가리켰다. 가방 옆 주머니에는 막걸리병이 있었다.

다른 도시자연공원인 서울 서초구 청계산에서도 음주 산행은 마찬가지였다. 6월 18일 오후 3시 30분쯤 기자가 매봉 정상에 도착하자 막걸리 냄새가 진동했다. 남성 3명이 막걸리를 달라고 하자 노점상은 보온병에 있던 막걸리를 종이컵에 담아 건넸다.

일부 등산객은 막걸리가 아닌 술을 마셨다. 누구는 500mL 캔맥주, 구누는 페트병 소주와 맥주 피처를 가져왔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신 등산객 1명은 귀와 얼굴이 벌게진 채로 하산했다.

▲ 청계산 매봉 정상에서 등산객 2명이 소주와 맥주를 꺼냈다.
▲ 청계산 매봉 정상에서 등산객 2명이 소주와 맥주를 꺼냈다.

다음날 6월 19일 오후 3시 20분 서울 은평구 북한산을 찾았다.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다. 20년 이상 북한산 주변에 있는 서암사 혜안 스님(68)은 음주 산행이 7~8년 전까지는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음주 산행을 하는 등산객은 북한산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등산로 옆의 벤치에서 일행 5명이 소주와 막걸리를 비우며 얘기를 나눴다. 옆을 지날 때면 막걸리 냄새를 풍기는 등산객을 가끔 만났다.

등산객 송구영 씨(54)는 북한산이 다른 산보다 가팔라서 술을 마시면 위험하다고 했다. “음주를 하다 보면 기분이 취해서 옆 상대방이 피해를 볼 것이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의 최강 원장은 “산행 중 음주는 운동기능과 균형감각을 둔화시켜 실족으로 인한 부상이나 사망의 위험성을 높이기에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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