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서울 서대문구의 중국집. 입구 근처에는 메뉴가 적힌 배너 거치대가 있다. 짜장면 7000원, 삼선 간짜장 9000원, 쟁반짜장 10000원. 메뉴 18개 중 3개를 제외하고 종이가 붙어있었다. 남은 3개는 고추 잡채밥, 해물 잡탕밥, 그리고 1000원인 공깃밥이다.

▲ 서울 서대문구의 중국집의 메뉴
▲ 서울 서대문구의 중국집의 메뉴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점심값이 오른다는 뜻의 신조어 ‘런치플레이션’이 생길 만큼 외식 가격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도 공깃밥을 여전히 1000원만 받는 음식점이 많을까.

기자는 6월 28일, 7월 1일, 5일, 6일 등 나흘 동안 서울 서대문구, 구로구, 강남구, 중구, 종로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식당 44곳을 무작위로 골라 공깃밥과 볶음밥 가격을 알아봤다.

수도권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 근처의 음식점 ‘우리들숯불갈비’는 공깃밥이 2000원이다. 대신 공깃밥을 시키면 된장찌개를 같이 준다. 직원 방영순 씨(57)는 갈비탕 같은 점심 메뉴를 시킨 손님이 공깃밥을 시키면 1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소줏값도 500원 올라서 손님들이 안 좋아한다며 공깃밥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5호선 광화문역 사이의 음식점 ‘감촌’도 공깃밥 가격이 2000원이다. 식사 메뉴를 시킨 손님에게는 무료로 제공한다. 직원 이 모 씨(60대)는 손님 2명이 와서 식사 메뉴를 하나만 시킬 때만 공깃밥 가격을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공깃밥을 1000원 넘게 받는 음식점은 강남에서도 보기 힘들었다. 수도권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기자가 방문한 음식점 6곳 가운데 1곳은 공깃밥을 1500원을 받았다. 나머지는 모두 1000원이었다. 공깃밥이 1000원 이상인 식당은 25곳 가운데 3곳뿐이었다.

볶음밥을 3000원에 받는 곳은 많았다. 기자가 확인한 식당 16곳 중 10곳은 3000원이었다. 2000원을 받는 식당은 5곳이었다. 서울 중구의 어느 식당에서는 5000원을 받았다.

▲ 서울 서대문구 음식점 ‘신촌황소곱창’의 차림표
▲ 서울 서대문구 음식점 ‘신촌황소곱창’의 차림표

연세대 근처의 ‘신촌황소곱창’은 2000원이었던 볶음밥을 3000원으로 올렸다. 공깃밥은 여전히 1000원이다. 직원 박봉매 씨(65)는 “공깃밥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볶음밥은) 쌀, 김치, 김 가루가 다 들어간다”고 볶음밥 가격이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신 모 씨(44)가 운영하는 곱창집의 공깃밥은 1000원, 볶음밥은 3000원이다. 신 씨는 “볶음밥에는 날치알이 들어가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손님 불만이 있을 것 같아서 가격을 올리긴 어렵다고 했다.

볶음밥 가격을 올리는 식당은 많은데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식당은 왜 찾기 힘들까. 홍승지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식품 중에선 쌀이 그나마 가격이 안정되는 데에 도움 될 정도로 작년보다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쌀 가격은 작년보다 낮다. 농수산식품기업지원센터가 제공하는 농산물 유통정보를 보면, 7월 14일 기준 쌀 20㎏의 도매가격은 4만 7420원으로 1년 전(5만 9996원)보다 1만 2000원 이상 낮다. 소매가격 역시 5만 639원으로 작년(6만 1715원)보다 낮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고객이 생각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너무 강해서 (음식점 사장이) 공깃밥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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