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통술집’을 5월 30일 오후 8시 찾았다. 정확히 말하면 통술집이 있던 곳이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내려 옛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107-4’를 입력했다.

3분쯤 걷자 공사 현장이 나왔다. 건물 1층 벽면은 붉은 벽돌, 2층 외벽은 검은색이었다.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출입문이 따로 없고 안쪽이 다 보였다. 철판과 시멘트 포장지를 비롯한 자재가 놓여있었다.

통술집은 1961년 개업했다. 양념돼지갈비와 돼지껍데기 등을 팔았는데 61년 만에, 올해 1월 3일 문을 닫았다. 여기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다. 신종식 씨(58)가 주인이다.

“다찌집을 열 생각이에요. 일식처럼 예쁘게 나오게 하려고요.” 다찌집은 간단히 마시는 선술집이라는 일본어 다찌노미(立飮み)에서 유래한 말이다. 메뉴가 따로 없이 때에 맞춰 제철 음식을 내놓는다.

▲ 통술집 터는 건물 개조 공사가 한창이다.
▲ 통술집 터는 건물 개조 공사가 한창이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시초인 을지OB베어, 연남서식당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 모두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미래유산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1년 백년가게로 선정한 ‘르네상스제과점’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 1년 만에 흔적이 사라졌다.

을지OB베어는 서울미래유산과 백년가게, 두 현판을 모두 달았으나 4월 21일 새벽 3시 20분경 강제 명도 집행됐다. 중소기업벤처부의 백년가게 홈페이지에서 을지OB베어는 아직도 우수사례로 나온다.

통술집 역시 문을 닫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현재까지 2대 박남태 씨가 대를 이어 운영해오고 있다’고 나온다.

통술집에서 시내버스 721번을 타고 12분 정도 가면 연남서식당이 나온다. 역시 재개발로 인해 영업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갔을 때는 가설 울타리만 남았다.

맞은편의 주차타워에서 3년 넘게 일했다는 김명열 씨(76)를 만났다. 그는 연남서식당이 영업하지 않은 지 3개월 정도가 지났다고 말했다. “저 건물은 지금 다 비어있어요. 이 자리에 빌딩인가 오피스텔을 크게 짓는다고 하더라고요.”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나온다. ‘2004년 현 위치에 정착해 창업주 이성칠 씨의 대를 이어 이성칠 씨의 아들 이대현 씨가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 연남서식당 주변으로 가설 울타리가 쳐져 있다.
▲ 연남서식당 주변으로 가설 울타리가 쳐져 있다.

백년가게 홈페이지에서 르네상스제과점을 검색하면 ‘용강동에서 꼭 들러야 하는 건강하고 맛있는 동네 빵집’이라는 소개글이 나온다. 기자가 5월 30일 저녁 7시 30분 갔더니 철거공사 안내 표지판만 보였다. 가설 울타리 안쪽으로 시멘트 조각과 흙, 철근이 나뒹굴었다.

서울미래유산 담당자는 “서울시는 1년에 한 번씩 자체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현황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황을 조사하고 그 해 또는 다음 해에 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고 미래유산 선정을 취소한다고 했다.

백년가게 담당자는 선정 가게의 영업 여부를 분기·반기별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확인 주기 사이에 있어서 현재 영업 중인지 확인이 안 된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