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자취하는 취업준비생 반세현 씨(25)는 장을 보기 위해 5월 15일 슈퍼마켓을 찾았다. 유제품 판매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달콤한 요거트가 아니라 ‘당 무(無)첨가 플레인 요거트’를 골랐다. “일반 요거트는 너무 달아서 당 폭발이에요.” 

그는 무가당 요거트를 먹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했다. 재구매할 의향은 있다기에 이유를 물었다. 반 씨는 당을 줄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 씨는 집안에 당뇨 환자가 있어 당뇨가 유전될까 걱정됐다. 평소 특별히 건강관리를 하지 않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는 생각에 저당 음식을 택했다. 

▲ 반세현 씨가 구매한 로우푸드 
▲ 반세현 씨가 구매한 로우푸드 

이처럼 지방과 나트륨과 당 같은 특정 성분을 줄인 음식을 로우푸드(low-food)라고 한다. 덜 달고, 덜 짜게 먹기 위해 대체식품을 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로우푸드 소비가 늘었다. 

소비자 인식은 긍정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 소비자 21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7%가 ‘나트륨‧당류 많은 식품의 섭취나 구매 횟수를 줄일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응답자 89.9%는 ‘나트륨당류 저감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9월 저당 제품의 가능성을 파악하려고 ‘제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를 출시했다. 설탕 대신 에리트리톨과 말티톨 등을 사용했고 칼로리를 낮췄다. 오뚜기 역시 지방 함량을 40% 낮춘 ‘가벼운 참치’를 4월 출시했다. 

직장인 송현경 씨(25)는 로우푸드의 맛이 불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마트에 일반 설탕이 동나 설탕 대체 감미료로 떡볶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떡볶이 특유의 맛이 나지 않았다. 무가당 유제품을 먹은 적이 있지만, 너무 맛이 없어 올리고당을 양껏 뿌렸다. 

저당, 제로당 빵집에서 디저트를 자주 구매하는 직장인 최미화 씨(28)는 로우푸드와 일반식품의 차이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빵의 질감부터 다르고, 당이 있는 식품에 비해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한다고 있다. 

맛이 없는데도 소비자는 건강을 위해 로우푸드를 찾는다. 대학생 노윤영 씨(25)는 평소 콜라를 자주 먹는다. 외가 쪽이 모두 당뇨 위험군이라 이런 음료를 계속 먹다가 당뇨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후 노 씨는 무가당 음료를 항상 집에 둔다. 

직장인 김도희 씨(26)도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때문이다”고 말했다. 당만큼 혈당 조절에 안 좋은 성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음료수를 마실 일이 있다면 늘 당이 없는 음료를 택한다. 

일각에서는 로우푸드에 들어가는 대체감미료가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제로탄산 음료에 쓰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과 사카린은 열량을 내지 않으면서 단맛을 내는데, 몸이 이를 설탕으로 오인해 체내에 지방이 더 쌓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한당뇨병학회의 ‘2021년 당뇨병 진료지침’에 따르면 당류 섭취를 줄이기 어려울 때, 인공감미료를 일시적으로 사용하면 당류 섭취 감소에 도움이 된다. 

로우푸드의 진입 장벽은 맛과 가격이다. 소비자가 지속적인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다. 음식을 살 때 맛, 가격, 유통기한 세 가지를 보는 송현경 씨는 이제 로우푸드를 선택하지 않는다. “맛이 없고 돈이 많이 들면 당연히 구매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김도희 씨도 삼시세끼를 모두 로우푸드로 챙겨 먹기에는 금액이 부담스럽다고 얘기했다. “가격대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반 식품보다 1.2배, 크게는 2배가량 비쌌던 것 같아요.” 

로우푸드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에 비해 2021년의 당뇨 진료 환자가 20대에서 57.6%, 30대에서 26.5% 증가했다. 김도희 씨는 저당제품을 꾸준히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5월 4일 행정 예고했다. 전에는 라면과 같은 유탕면에만 나트륨‧당류를 줄였다는 표시가 가능했다. 앞으로는 삼각김밥, 국‧탕, 찌개‧전골 등까지 포함된다. 다양한 식품에 ‘덜 단’, ‘덜 짠’, ‘나트륨 줄인’ 등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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