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0일 넘게 무노동 상태였다. 원 구성 협상 난항 때문이다. 문제는 장기 파행으로 민생 입법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원 구성 난항으로 인한 공전 기간은 평균 41.4일이었다. 이번 하반기 원 구성에는 53일이 걸려 평균 수치를 웃돌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취임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많은 권한을 부여받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국회의 신뢰도 수준은 매우 낮다. KBS의 2020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회는 신뢰 점수 10점 만점 기준 2.7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처음 만난 사람(3.7점)보다 못한 수치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은 상황에서 시민들은 국회를 특권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가 진행한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청년대학생들은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 각종 특권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권 일부를 폐지하거나 일부 특권은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지배적이었다.

취재팀은 한국 국회의원들의 특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해외 사례와 비교했다. 비교 대상국은 일본, 미국, 영국이다. 우리나라와 교류가 잦고 한국 의회에서 참고하는 부분이 많은 국가로 선정했다. 비교는 각국 의회, 시민 단체, 언론을 참고해 공신력 있는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국회의원 특권 기사는 총 3편으로 구성된다. 1편은 경제적 측면, 2편은 정보 및 지위 측면, 3편은 감시기구 측면에서 한국 국회의원과 해외 국회의원의 상황을 비교 분석한다.

■ 연봉

매달 20일은 국회의원 월급날이다. 지난 7월 20일, 의원들은 세비로 1285만원(세전 기준)을 전액 수령했다. 50일 넘도록 회의가 열리지 않았지만 월급은 모두 받았다. 이후 의원 3명이 미국 출장에 항공료로 3336만원을 사용한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특권 논란이 거세졌다. 이에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세비 반납을 언급했다.

▲ 국가별 연봉 그래프(7월 26일 기준 환율)
▲ 국가별 연봉 그래프(7월 26일 기준 환율)

세비란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보수다. 올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매월 일반수당 690만7300원,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 특별활동비를 정기 급여로 받는다. 특별활동비는 입법활동비의 30%가량으로 올해는 78만4천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올해 한국 의원 세비는 약 1억5426만원이다. 한국은 2018년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세비가 인상됐다. 인상 폭은 국회 상임위인 운영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이 구성원이 세비를 받는 당사자인 국회의원이다. ‘연봉 셀프(self)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은 독립기구인 IPSA가 2011년부터 국회의원 수당 수준을 정하고 지출을 감시한다. 독립기구가 없는 곳은 주로 행정부나 사법부가 국가공무원 보수 규정에 근거해 급여를 결정한다.

일본 의회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다. 삭감 이전 일본 의원 연봉은 15,528,000엔(1억4889만원)이었고 삭감 이후에는 12,384,000엔(1억1875만원)이다. 미국 의원 보수는 세계 금융 위기인 2009년을 마지막으로 13년째 동결상태다. 양원제인 미국은 하원의원, 상원의원 모두 연봉은 174,000달러(2억2785만원)다. 영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양원제지만 상원의원은 수당을 받지 않고 회기 중 회의에 참석하면 교통수당과 일당이 지급된다. 상임위원회, 공공법안위원회, 합동위원회, 지방위원회에 참석하면 추가수당으로 16,865파운드(2640만원)를 받는다. 영국 하원의원 연봉은 84,114파운드(1억3240만원)다.

미국, 일본, 영국은 모두 1인당 국민소득(GDP)이 한국보다 높다. GDP 대비 의원 연봉도 한국이 3.36배로 가장 높고 이어 일본(2.31배), 미국(2.28배), 영국(2.03배)이었다.

한국 의원들이 받는 세비가 세계 주요국보다 높은 것이다.

■ 연봉 이외 수당

정기적으로 받는 세비(수당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외에도 여비, 사무실 운영비, 차량비 등이 지급된다.

▲ 국가별 연봉 이외 수당 (7월 26일 기준 환율)
▲ 국가별 연봉 이외 수당 (7월 26일 기준 환율)

먼저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이 공무로 여행할 때 여비를 지급한다. 여비는 국회법 제14조에 따라 여행목적을 고려해 국외 공식활동에 필요한 최소 범위 내에서 주어진다. 공무수행출장비는 1인당 배정된 금액 안에서 의원실 신청으로 사후 지급되며 2020년도 평균 668만1500원 쓰였다. 일본은 공적인 성격의 통신비 및 교통비로 쓰일 수 있는 조사연구홍보체재비(과거 문통비(文通費))가 한 달에 100만엔(959만원) 주어진다. 영국은 의원의 지역구와 런던을 오가는 기차 교통비, 우편 요금, 런던 숙소 경비를 따로 청구할 수 있다.

국회의원 사무실도 모두 제공된다. 한국은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소액 경비를 지원한다. 의원실 당 비서실 운영비 월 18만원, 전화 및 우편 등 공공요금 비용 월 95만원, 업무추진비 연 348만3830원, 사무실소모품비 연 519만2000원이 지급된다. 일본은 의원회관 임대료가 무료고, 의원 숙소에는 비교적 값싼 가격에 거주할 수 있다. 최고 도심지인 도쿄, 아카사카에 위치한 중의원 숙소는 24평형이다. 집세는 월 13만8066엔(136만원)이다. 같은 넓이의 주변 주택 시세의 6분의 1 수준이다. 영국도 의원에게 사무실을 제공한다. 미국은 연방 건물 내 의원 사무실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무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주에 인구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사무실 넓이 제한이 있지만 사무실 수에는 제한이 없다.

영국을 제외하면 입법 활동에 필요한 차량비도 지원 대상이다. 한국은 의원실 당 월 110만원의 차량유류비를 정액 지급한다. 유지비는 월 35만 8천원이다. 일본은 정보통신 및 우정 업무 등을 맡는 중앙 행정기관 총무성에서 공용차를 배정한다. 운전기사도 총무성 소속 직원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기사의 급여도 세비로 나간다. 중의원과 참의원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각 위원장에게 할당되고 남은 차량은 각 당의 소속 의원 수에 따라 배분한다. 미국은 공적인 목적으로 차량 리스(장기 임대)가 가능하다. 비용은 한 달에 1000달러(131만원) 이하로 정해져 있다.

 반면 영국은 운전기사, 관용차 모두 지원하지 않는다. 영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현직 하원의원들의 모습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특히 미국은 하원의원이 MRA(하원대표수당, Members' Representational Allowance), 상원의원이 SOPOEA(상원 공식 인사 및 사무비, the Senators’ Official Personnel and Office Expense Account)를 받는다. 이 수당은 직원 채용, 여비, 우편, 각종 사무 장비, 지역 사무실 임대를 포함한 공식 경비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2019년 기준 MRA는 각 의원당 944,671달러(12억 3799만원)다.

국회의원은 선거 결과에 따라 직무 수행 가능 여부가 달린 선출직 공무원이다. 임기 4년 동안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특수경력직 공무원이기도 하다. 2021년 기준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이 535만원인 것을 감안할 때 공무원에 속하는 국회의원의 연봉은 매우 높다. 후속 기사에서 다룰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특전도 상당하다. 

세계 각국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자에 상응하는 권리가 부여된다. 그러나 이 권한이 의원들만을 위한 특권으로 인식된다면 국민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접근하기보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일반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확인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 시도는 꾸준히 나왔다. 제20대 국회는 정세균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는 국회의원 세비 15% 삭감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듬해 세비는 오히려 2.6% 인상됐다. 세비 조정 목소리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재차 나왔다. 당시 정의당 대표였던 심상정 의원은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한정하고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폐지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YTN라디오 ‘정면승부’에 출연해 “저도 국회의원 하면서 느꼈던 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혜택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그 혜택을 줄여가는 작업이 국민들의 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 특권 축소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을 강조했다.

1편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국회의원 특권을 다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로 경제고통지수가 최대치를 기록한 요즘 민생 입법에 나서지 않고 공전 상태였던 만큼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숙의와 토론을 거친 한국 국회의원들의 성숙한 입법 과정이 절실한 이유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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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KBS 2020년 신년 기획조사 결과표(2019.12), 국회(입법부) 신뢰수준, p.13
3. 한국 국회윤리특별위원회,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여론조사(2016.11), 
4. 일본 쇼와 22년 법률, 제80호 국회의원의 세비, 여비 및 수당 등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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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국 국회사무처, 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단 미국 방문 결과보고서
7. 한국 국회사무처, 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단 미국 방문 결과보고서
8. 영국 IPSA(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
9. 일본 제207회 국회(임시회), 국회의원의 세비, 여비 및 수당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2021.12), 제8호
10. 미국 의회조사국(CRS), Salaries of Members of Congress: Recent Actions and Historical Tables(2022.01), p.1
11. 영국 의회, Members' allowances and expenses
12. 영국 의회, Pay and expenses for MPs
13. IMF WEO 데이터베이스 2022년 4월 추정치
14. 한국 열린국회정보, 국회의원 지원예산, 2020년도 의원실 지원경비 현황
15. 한국 열린국회정보, 국회의원 지원예산, 2020년도 의원실 지원경비 현황
16. 영국 의회, Guide to Financial Support for Members(2021.09)
17. 한국 열린국회정보, 2020년도 의원실 지원경비 현황, 사무실 운영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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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jp.reuters.com/article/idJP2021021101001261)
23. 미국 하원의원 공식홈페이지, Vehicle Leases
24. 미국 의회조사국(CRS), Congressional Salaries and Allowances
25. 한국 법제처, 2021년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 고시
26. 한국 시사저널, 2022.05.02., 국회의원 지원 혈세 ‘연 2200억원’… 손실보상금 3만7000명 줄 수 있다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649
27. 한국 YTN라디오 ‘정면승부’,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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