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이 집회 참가자로 붐볐다. 의자가 한 줄에 10개씩 24줄 놓였다. 빈 의자를 찾기 어려웠다. 참가자 사이의 거리는 20㎝가 안 됐다.

의자에 앉지 못한 참가자는 뒤쪽 공터에 서거나 화단 앞 돌 위에 모였다. 어림잡아 400명은 넘어 보였다. 중간중간 구호를 외치거나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집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인 4월 18일 전면 해제되면서 열렸다. 정부는 행사 및 집회를 인원 제한 없이 열도록 허용했다.

3개월 전만 해도 제한된 인원만 집회에 참여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집회는 접종자·미접종자 구분 없이 49명까지 허용됐다. 50명 이상의 집회는 접종 완료자만 299명까지 가능했다. 서울시는 2021년 5월 10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취재팀은 지난해 5월 15일 서울 종로구의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당시에는 집회 금지 구역이었다. 1인 시위 참가자가 떨어져 앉았다. 같은 단체 소속이었다.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옆의 KT 빌딩 앞에서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 측보다 경찰이 더 많았다. 경찰은 확성기로 경고했다. “시위 행위는 불법이니 중지하시기 바랍니다.”

길 건너 이순신 동상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렸다. 네댓 명이 녹음된 음성을 반복해서 틀었다. 침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집회 방식만 바뀌지는 않았다. 시위가 늘어났다. 취재팀이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받은 전국 집회·시위 신고 통계를 보면 올해 4월 신고된 집회·시위는 1만 4823건이다. 하루 평균 494.1건.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2020년에는 1만 140건, 2021년에는 1만 4725건이다.

▲ 5월 1일 동화면세점 앞의 집회 현장 
▲ 5월 1일 동화면세점 앞의 집회 현장 

서울에서도 집회가 늘었지만 규모가 전만큼은 아니다. 2000년부터 수요집회에 참여한 정태효 씨(69)는 5월 11일 집회가 “평균보다 많이 온 편”이라면서도 “코로나 전에는 외국에서도 와서 도로를 가득 메웠다”며 아쉬워했다.

‘반일행동’의 활동가 서형훈 씨도 2년간의 거리두기와 서울시의 도심 내 집회금지로 인해 “시위 자체가 위축됐다. 목소리를 내는 것도 흐름이 있는데 흐름이 끊겼다”고 말했다.

수요시위 현장 근처의 편의점 점장인 박정임 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시위 현장이 시끄러운 건 비슷하죠. 하지만 단체로 오는 사람들이 줄어서 그런지 집회 참가자들의 편의점 이용 빈도는 줄었어요”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를 활용한 소규모 기자회견이 현장 집회를 대체했다. 서 씨가 속한 단체는 2020년 농성 라이브와 기자회견 카테고리에 300개 이상의 영상을 올렸다. 회원 6명이 소녀상 앞에서 기자 회견하는 모습, 농성이 불법시위로 번질까 주시하는 경찰의 모습을 담았다. 집회를 생중계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에서만 열리는 집회도 생겼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2020년과 2021년에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2015~2019년의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일대에서 시가행진을 했다. 2020년에는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인해 시가행진이 취소됐다.

닷페이스는 이메일 기준으로 2020년 6월 23일부터 7월 5일까지 8만 6225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도로 형태의 배경 위로 캐릭터를 꾸미고 해시태그를 달아 SNS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식이다. 해시태그를 모으면 도로 위로 행진하는 이미지가 완성된다.

▲ 양태순 씨가 준비한 선물 
▲ 양태순 씨가 준비한 선물 

5월 1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양태순 씨(67)는 짐을 잔뜩 들었다. 등에 멘 가방과 한 손에 든 쇼핑백은 모자와 장갑, 가방, 액세서리로 가득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석 달 만에 광화문에 왔다며 집회에서 만날 사람을 위해 선물을 챙겼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현장에 모여서 주장을 펼칠 때의 파급효과는 온라인에 글을 쓰는 것과 상당히 다르다. 장소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 사람이 하는 것보다 숫자가 많을수록 더 압박감을 느끼고, 이게 집회의 자유의 아주 큰 의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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