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말은 참 쉽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평소에도 많이 듣는 말이다. 나와 너, 나와 여러 사람. 내가 모국어(일본어)로 배운 우리라는 단어의 개념은 저런 뜻이었다. 그러나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에서 우리라는 개념은 매우 포괄적이다.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이 4년이 지나 어느새 5번째 봄을 맞이했다. 이 동안에 쓴 우리라는 단어는 내가 일본에서 썼던 횟수보다 훨씬 더 많다. 한국생활을 하면서 우리라는 단어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을 많이 봤다. 우리은행과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동네마트나 약국 상호에도 쓰는 단어다.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한국의 술 문화는 독특하다. 회식이나 MT 등 여러 모임이 있는데, 그때 의무적으로 마셔야 한다는 문화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헝가리에는 회식 개념이 없다. 회사가 가끔 자리를 마련하지만 술은 자유롭게 마시면 된다.한국대학에서는 술 문화가 생활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 동아리 가입할 때 “우리는 술 많이 마셔요”라는 인사를 먼저 듣는다. 술을 못 마시면 가입이 어렵거나, 가입해도 단체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처음으로 술을 같이 마실 때는 주량이 어떻게
이수연 씨는 영화 ‘왕의 남자’ 포스터의 공길(이준기)에게 반했다. 영화를 보면서 장면을 다 외웠다. 집에 와서 검색했다. ‘저는 이 대사가 인상 깊었어요.’ ‘저는 이 장면의 대사요!’검색내용으로 대사를 정리해서 각본집을 만들었다. ‘혹시 이 대사도 이런 의미가 아닐까요?’ 다행히 사소한 대화까지 질문하는 글이 많았다. 이 씨는 그렇게 만든 각본집을 통째로 외웠다. 그리고 다시 영화를 봤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웹툰 ‘나는 귀머거리다’의 작가 이수연 씨(필명 라일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이렇게 ‘미친 짓’을
‘편드라새해복많이받어라오늘먹을겉슨살안찐다살찔겉가트면화장실가서똥시원하게싸버려라’1947년생, 올해 71세의 박막례 할머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이다. 엉성한 맞춤법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두 세 번은 읽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좋아요’ 수가 1만1000여 개, 팔로워가 15만 명에 이른다. ‘편’(팬)들은 할머니 글을 맞춤법에 맞게 수정해 댓글을 달았다.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의 주인공은 박 할머니다. 손녀 김유라 씨(29)는 기자와 주고받은 메일에서 인터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상에서 김 씨
서울 용산구의 남일당 건물이 불타올랐다. 2009년 1월 20일이다.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특공대원 한 명이 죽었다. 용산참사를 생각할 때, 철거민과 경찰의 갈등을 떠올린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진영과 정부의 갈등을 떠올릴 수도 있다.우리는 좀처럼 피해자 내부의 갈등을 상상하지 않는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잘 상상하지 않는 이야기. 영화감독 김일란(41)은 거기에 주목한다. 그가 공동연출한 ‘공동정범’은 용산참사 철거민 내부의 분열을 보여준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소속 철거민은 연대하러 용산에 왔다가 죽었고, 다쳤고, 구속됐다
약간 어눌한 한국어가 또렷이 들리는 순간이었다.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그는 시와 작가, 심지어는 출판인까지 시와 관련된 모든 점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태평양을 건너와 20년 간 열정을 바칠 만큼 한국 시가 재밌다”(네이버, 열정에 기름 붓기, 2017년 3월 10일)고 말하는 사람. 서강대에서 국제한국학을 가르치는 웨인 드 프레메리(Wayne de Fremery) 교수를 2월 27일 만났다. 그는 시의 물성(物性)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연구한다. 내용뿐 아
무대 위에 홀로 섰다. 부채 하나 손에 쥐고 소리를 시작했다.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예술, 판소리. 그런데 여느 판소리와는 다르다. 소리꾼은 한복 치마 위에 블라우스와 재킷을 입었다. 기타와 퍼커션 악사가 무대 뒤편에서 반주를 맞춘다.소리꾼은 “대한민국 갑신년 사천이라는 도시에, 세 명의 수상~한 놈들이 찾아왔는디! 때는 배고픈 신신자유주의, 차디찬 실용주의 시대로구나!”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천은 서울을 비유한 공간이다. 바로 지금, 여기를 배경으로 만들었다.판소리 ‘사천가’는 소리꾼 이자람의 손에서 태어났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대학문화가 있다. 나 같은 외국학생이 보기에 말이다. 한국학생에겐 지극히 일상적인, 그래서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대학문화에는 무엇이 있을까.존댓말은 한국어가 가진 고유의 특성이다. 한 달 차이라도 호칭이나 어투가 바뀐다. 여기서 생기는 심리적 거리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나이가 관계형성에 큰 영향을 주고 친구개념을 좁게 만든다.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학생은 한국대학의 수직적 선후배 문화를 어려워한다. 대만에서는 선후배간에 거리낌이 없다. OO 선배, OO 언니가 아니라 이름을 그대로 부른다. 마음이 맞으면 나
서울지하철 4호선의 명동역 2번 출구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N서울타워로 연결되는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온다. 남산 순환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케이블카가 인기다. 기자가 한번은 순환버스를, 한번은 케이블카를 이용했는데 케이블카에서 더 많은 외국인을 만났다. 요금은 왕복기준으로 성인 8500원, 소인 5500원이다. 편도는 성인 6000원, 소인 3500원이니 왕복표가 저렴한 편이다. 정원 48명. 기자는 티켓을 사고 16분간 기다렸다가 탔다. 러시아 출신의 모녀 페로바와 자블루디나는 한국에 다녀온 친구들이 케이블카를 추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려 5번 출구로 향했다. 경복궁 입구인 흥례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열차에서는 보이지 않던 외국인이 2명에 1명 정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벽에 붙은 안내문을 잠시 동안 살피더니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았다. 출구로 향하는데 청소년 봉사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청소년문화단 소속이었다. ‘Free tour for foreigners’(외국인들을 위한 무료 투어)라고 쓰인 입간판 옆에 학생 3명과 담당 간사 1명이 주황색 롱패딩 유니폼을 입고 서 있었다.
청계천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이다. 지금 같은 모습을 갖춘 지는 10년이 안됐다. 1930년 일본이 청계천 정비계획을 발표했지만 재원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해방 이후 청계천은 악취가 나는 곳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955년 복개를 진행했다.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은 지 40년이 지나자 소음·매연·환경 문제가 심각해졌다. 서울시는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변화를 위해 2003년 청계천복원사업을 결정했다. 그 결과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청계광장부터 성동구 마장동까지 약 8.12km의 하천이 복원됐다. 주위로는 17.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에서 100m 정도 직진하면 덕수궁 대한문이 나온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렸다. 알록달록한 전통복장의 수문장팀이 줄과 열을 맞춰 지나가고 연주팀이 전통악기로 국악을 연주했다. 생소한 음악과 복장이 신기한지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이 대한문 앞에 서서 구경하고 촬영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기자가 모르는 언어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교대의식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있었다. 안내에 따라 외국인이 줄을 서서 수문장과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에는 ‘전통의상 입어보기’ 체험 부스가 보였다. 옆
꽉 막힌 도로 아래로 한강이 보인다. 잔디밭은 돗자리를 펴거나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는 시민으로 가득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대교 아래의 한강공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중심축이었다. 달빛광장과 세빛섬이 이 때 들어섰다.부슬비가 내리던 6월 24일 오후 6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궂은 날씨에도 광장을 찾았다. 푸드 트럭 45대가 줄지어 있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리면서 방문객이 더 늘었다고 한다. 자녀의 손을 이끌고 온 부부, 커플티를 맞춰 입은 연인, 인증 사진을 찍는
기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의 SM타운(SM Town)을 찾았다. 6월 23일 오후 6시였다. 이곳은 SM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K팝 아이돌 테마파크. 한류 팬 사이에서는 필수 방문코스로 꼽힌다.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리자 퇴근하거나 쇼핑하려는 시민들로 양 방향이 혼잡했다. 외국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SM타운 입구의 미디어월은 화려했다. 현란한 무늬가 시시각각 바뀌어서 빛이 벽에서 쏟아지는 듯 했다. 안에 들어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더니 기자가 모르는 언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1층
“참 불가사의한 정치가다”2004년 10월, 정치 기자 아오야마 가즈히로는 일본 정치인 아베 신조의 담당 기자로 발령받는다. 당시 아베는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고, 아오야마는 12년 차 중견기자였다. 아오야마는 자신의 눈에 비친 아베 신조를 이렇게 표현한다.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수상,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대신을 배경으로 두고 있는 '정계의 프린스'다. 강력한 어조로 관료나 자민당 간부에게도 덤벼들고, 좀 더 부드러워도 될 상황에서도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정치인이다.“ 아오야마 기자는 그런 아베에게
서울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 있는 낙원 악기상가에 들어서자 악기 연주소리가 울려 퍼졌다. 계단을 올라가니 상인들의 연주가 한창이었다. 사방이 악기로 둘러싸여 있어 5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공간, 이 곳에서 악기를 파는 상인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서울시 중구 입정동의 골목길에는 공업사가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대부분 20~30년간 골목을 지킨 유서 깊은 가게들이다. 작업을 하는 낮 시간에는 매캐한 쇳가루 냄새가 방문객을 반기지만 저녁 7시가 넘으면 골목은 칠흑같은 어둠에 쌓인다. 좁디 좁은 골목길, 가로등 밑에
지난 8월 초, 회사원 유경준씨는 MBC 오락프로그램 피규어(모형 장난감)를 장식장에서 꺼냈다. 유재석·박명수·노홍철 등 출연진을 인형으로 만든 피규어는 지금까지 모두 4종이다. 역대 방영분 가운데 큰 인기를 끌었던 ‘자리배치 특집’, ‘무한상사’, ‘갱스 오브 뉴욕’, ‘프로레슬링’은 한정판으로 ‘희귀 아이템’이다. 그가 인터넷에 매물을 내놓자마자 피규어 수집 마니아들은 호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한 네티즌이 120만 원에 피규어 4종을 모두 사갔다. 유 씨는 애초 구입한 가격보다 50만 원 정도 차익을 남겼다.그
"웁스! 샐러드가 왜 달죠?“미국인 영어교사 케이시(29)씨는 샐러드 맛에 깜짝 놀랐다. 야채를 감싼 요거트 드레싱이 너무 달았기 때문이다. 한국 식당에서 맛 본 요거트 샐러드는 그가 생전 처음 경험한 맛이었다. “함께 있던 한국인 동료에게 미안했지만 입에 넣은 샐러드를 바로 휴지 위에 뱉어야만 했어요. 다행인 건 그도 익숙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외국인 지인들과 밥을 먹을 땐 종종 연출되는 장면이라고요.” 그가 미국에서 즐겨 먹던 드레싱은 마요네즈와 버터밀크의 조합인 랜치 드레싱과 발사믹 식초 등 기름지거나 신 맛으로 유명한 제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