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2016년 9월 1일부터 20일간 서울시 관광웹사이트(www.visitseoul.net)에서의 온라인투표를 통해 한류명소 10곳을 골랐다. 서울시는 이곳을 한류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집중홍보에 나서겠다고 했다.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한류명소가 말 그대로 ‘명소’의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취재에 나섰다.

꽉 막힌 도로 아래로 한강이 보인다. 잔디밭은 돗자리를 펴거나 텐트를 치고 여유를 즐기는 시민으로 가득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대교 아래의 한강공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중심축이었다. 달빛광장과 세빛섬이 이 때 들어섰다.

부슬비가 내리던 6월 24일 오후 6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궂은 날씨에도 광장을 찾았다. 푸드 트럭 45대가 줄지어 있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리면서 방문객이 더 늘었다고 한다. 자녀의 손을 이끌고 온 부부, 커플티를 맞춰 입은 연인, 인증 사진을 찍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였다.

밤이 되면서 광장은 더 활기찼다. 특히 달빛무지개분수 앞이 북적였다. 이곳의 분수 쇼는 4월부터 10월까지 계속된다. 100여 가지 형상의 물줄기가 한강을 다채롭게 꾸며준다. 200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분수로 세계기네스협회에 등재됐다.

공원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캐나다 출신의 케이시 웡(Kacie Wong) 씨는 한국친구와 함께 왔다. 그들은 분수 앞 계단에 자리를 잡고 푸드 트럭에서 구입한 음식을 먹었다. 웡 씨는 “야시장과 달빛분수의 조명 덕분에 서울 야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빛섬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 달빛광장을 메운 밤도깨비 야시장

세빛섬은 공원입구에서 달빛광장을 따라 걷다 보면 보인다. 낮에는 햇볕을 받아 유리벽이 반짝이고, 밤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한강의 야경과 조화를 이룬다. 2015년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저스 2)’에 나오면서 더 유명해졌다.

시민의 발걸음이 세빛섬에 닿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1년 완공된 이후에도 우천 시 안전과 운영사 선정문제로 문을 열지 못했다. 공사비는 1300억 원을 넘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10월, 개장됐다.

세빛섬을 방문한 또 다른 외국인 관광객을 만났다. 지아청 가오(Jiacheng Gao)씨는 SNS에서 한강의 야경을 본 적이 있어 가족과 함께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사진에서처럼 야경이 아름다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외국인으로서 반포 한강공원을 이용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는지 물었다. 대부분 교통이 불편하다고 했다. 세빛섬까지 가는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기자가 이용하기에도 불편했다. 반포 한강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지하철9호선 고속터미널역이다. 세빛섬까지는 도보를 기준으로 1.3km 정도 떨어졌다.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 이 구간을 가장 빨리 가려면 걸어야 한다.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를 지나 한강공원으로 향하는 G4번 출구로 나왔다. 작은 이정표에 ‘반포 한강공원’이라고 새겨 놓았지만 ‘반포대로’ 표지판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았다. 또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걸려 있어 출구에서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가오 씨도 표지판을 찾기 어려워 스마트폰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웹사이트를 이용할 줄 모르는 관광객이라면 더욱 혼란스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면 지하도가 나온다. 입구가 음침해 보였다. 폐쇄회로(CC)TV와 조명이 설치됐지만 낮에도 어두웠다. 고속터미널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역 앞에서 143번이나 401번 버스를 타야 한다. 그러나 내린 후에도 1km 가량을 걸어야 세빛섬에 도착한다.

▲ 고속터미널역에서 세빛섬으로 가는 길의 안내 표지판

또 다른 문제는 세빛섬 안에 있다. 세빛섬은 가빛섬(컨벤션홀과 레스토랑), 채빛섬(문화행사 및 세미나 공간), 솔빛섬(수상문화 공간)의 세 가지 테마로 운영된다.

가빛섬의 음식점은 대부분 가격이 비싼 레스토랑이나 뷔페다. 채빛섬 1층에는 기념품 코너와 편의점이 있다. 관광객이 많이 접근하는 공간임에도 흥미를 끌 만한 요소나 즐길 거리가 충분하지 않다. 쉴 수 있는 의자가 없어서 되돌아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세빛섬은 내부보다 외부가 더 붐빈다. 오후 9시가 지나면 강변건물의 화려한 불빛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빛섬도 여러 색의 조명을 선보인다. 시민들은 세 섬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는다.

영국에서 왔다는 니마야 압하야라트네(Nimaya Abhayaratne) 씨도 돗자리를 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에 있는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반포 한강공원을 두 번째로 찾았다. 런던의 템스 강은 주로 관광객이 찾는다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강공원에서는 강가에 앉아 주변 경치를 즐기며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런던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야외무대를 지나면 세빛섬의 경치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푸드 코트와 야외 테라스가 있다. 싱가포르인 키아 토(Kia Toh) 씨는 공원에서의 재활용이 인상적이지만 쓰레기통이 부족하고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의 주민 김정은 씨(22)는 작년보다 더 많은 외국인이 공원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 외국인 관광객과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세빛섬의 세련된 외관에 걸맞은 편의시설과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의 주요 도시는 외국인 관광객이 겪는 어려움과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세빛섬과 달빛무지개 분수가 서울시 랜드마크로 발전하려면 방문객의 의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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