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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우면 없어서 못 판다” 이색재테크 모여라!키덜트의 '레테크'부터 나무 재테크, 만화책 재테크까지 다양
배지현 기자 | 승인 2016.10.13 01:36

지난 8월 초, 회사원 유경준씨는 MBC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 피규어(모형 장난감)를 장식장에서 꺼냈다. 유재석·박명수·노홍철 등 출연진을 인형으로 만든 피규어는 지금까지 모두 4종이다. 역대 방영분 가운데 큰 인기를 끌었던 ‘자리배치 특집’, ‘무한상사’, ‘갱스 오브 뉴욕’, ‘프로레슬링’은 한정판으로 ‘희귀 아이템’이다. 그가 인터넷에 매물을 내놓자마자 피규어 수집 마니아들은 호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한 네티즌이 120만 원에 피규어 4종을 모두 사갔다. 유 씨는 애초 구입한 가격보다 50만 원 정도 차익을 남겼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각종 희귀·한정판 피규어와 레고(조립식 사각블록)를 사들인 뒤, 되파는 식으로 짭짤한 용돈벌이를 해왔다. “20여 년 전부터 취미로 피규어를 사 모았는데, 다시 파는 식으로 1천만 원 이상은 벌었던 것 같다. 취미 생활을 하는 동시에 고등학교 땐 용돈을 받아 쓴 적이 없을 만큼 소소한 수입원으로 괜찮았다.” 유씨의 이색재테크가 가능한 건 키덜트 덕분이다. 아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와 같은 감성이나 취향을 유지하는 성인을 의미한다. 그들은 이미 장난감 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공략대상으로 떠올랐다. 전략적으로 이들을 겨냥한 피규어, 프라모델 제품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키덜트의 이색 재테크 '레테크'

유씨처럼 취미 생활과 재테크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키덜트도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레고를 사고팔아 수익을 올리는 ‘레테크’다. 덴마크의 제조회사인 레고는 일부 캐릭터 제품을 출시한 뒤, 단종시키기도 한다. 레고 마니아들은 ‘희귀템’을 찾고, 이 과정에서 웃돈이 붙는다. 레테크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제품번호 ‘1만 번대’, 이른바 ‘모듈러(건축물) 시리즈’다. 모듈러 시리즈는 2007년 출시된 이후로 1년에 한 가지 제품만 생산된다. 그해 첫 모델이었던 ‘카페코너’는 발매 가격이 139달러(15만 5천 원)였다. 9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시세는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미국의 인기 극장영화 시리즈 <스타워즈>를 레고로 만든 제품도 적지 않은 수익을 남긴다. 지난 10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지진희가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전투기 ‘밀레니엄 팔콘’을 모형화한 레고를 중고로 160만 원에 구입해 300만 원에 되팔았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밀레니엄 팔콘의 출시가격은 30만 원 선이었다.

▲영화 <스타워즈>의 전투기 ‘밀레니엄 팔콘’ 레고. (사진=구글)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지난 15년 동안 레고 수익률이 금이나 주식보다 높았다고 발표했다. 범유럽지수인 FTSE100지수에서 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9.6%, 투자는 4.1%였지만 완벽하게 보관된 레고 절판 제품의 수익률은 무려 12%였다. "레고를 한 달에 5개씩 저축해서 5년 뒤에 적금을 탄다고 생각하면 주식이나 펀드보다 이익이 더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최악의 경우라도 구매가격은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레고’를 전문으로 다루는 인터넷 카페 '브릭나라'에서 아이디 '덩치'를 사용하는 회원은 레고가 주식이나 펀드보다 수익이 높을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일부 ‘레테커’(레테크를 하는 사람)가 알려주는 ‘레테크 요령’은 이렇다. 첫째, 현재 단종되지 않은 품목을 산다. 둘째, 모듈러는 최소한 정가로 사야 한다. 셋째, 단종되기 전까지는 절대 조립·판매하지 않는다. 물론, 레테크에도 위험요소가 있다. 레고 캐릭터 제품이 개당 10만 원을 훌쩍 넘는 만큼 초기 비용이 높은 편이다. “레고를 모으려면 창고가 있는 집으로 이사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보관도 적지 않은 골칫거리다. 최근에는 레고사에서 고가의 단종 예정 제품들을 재생산하거나, 물량을 늘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희귀템’들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환경과 수익을 동시에 잡는 '나무 재테크'

장난감을 되파는 성인이 있다면 지방에는 나무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전라북도에 사는 이용길(53)씨는 부업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엔 소규모였다. 나무에 대한 애정으로 5년을 보내면서 관리비, 임대료, 인건비를 포함한 수익이 10배 이상 올랐다. 5년에서 8년 단위로 땅을 임대했다. 다른 재테크에 비해 전전긍긍할 필요없이 나무 관리만 잘하면 밭떼기로 팔 수 있었다. 그는 “잘 키우면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결국, 나무로 본업을 옮긴 지 6년이 훌쩍 넘었다. 현재 기르고 있는 나무만 해도 중국단풍, 이팝나무, 산사 등 100가지가 넘는다.

▲이용길씨가 직접 기르는 이팝나무. (사진=이용길씨 제공)

식목일에만 나무를 심는 건 옛말이다. 이씨처럼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는 기쁨을 맛보는 동시에 금전적인 즐거움도 누릴 수 있는 재테크가 뜨고 있다. 바로 '나무 재테크'다. 나무 재테크는 말 그대로 나무를 키워 되파는 재테크를 말한다. 귀농 인구가 늘어나고 환경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며 전망이 밝은 재테크 중 하나로 꼽힌다. 좋은 나무를 재배하면 경기가 나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다. 천 원짜리 묘목을 심으면 10년 뒤에 평균 10만 원이 넘는 나무로 자란다. 그렇지만 긴 과정을 견뎌야 한다.

우선 나무를 기를 땅이 필요하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임대다. 수도권 토지는 ㎡당 1,500원에 임대할 수 있다. 발품을 팔아 저렴하고 좋은 땅을 마련했다면, 두 가지 방법과 마주하게 된다. 작은 묘목을 사거나 이미 자란 나무를 구입하는 방법이다. 보통 초보자는 묘목으로 시작한다. 나무를 고를 땐 당장 유행하는 수종보다는 키울 기간을 고려해 꾸준히 사랑받는 종류를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나무를 심고 나서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묘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잡초제거, 비료 주기, 가지치기 등 애정어린 관심이 요구된다. “식물도 주인 손이 왔다 갔는지 안다. 천 원짜리를 팔천 원에서 구천 원으로 되팔 거면 심고 놔둬도 되지만, 그 이상을 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손길이 필요하다.” 이씨는 나무재테크에선 꾸준한 관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나무가 죽거나 키운 노력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업으로 5년 정도는 체험해본 뒤 도전해야 한다”며 “나무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재테크”라고 강조했다. 또한, 처음에 막무가내로 시작하기보단 나무 학교나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뒤 참여하는 것이 좋다.

희소성이 생명인 만화책 재테크

나무만큼이나 색다른 '만화책 재테크'도 있다. 지난 8월, 미국 경매업체 헤리티지 옥션에 나온 '슈퍼맨' 만화책 초판이 10억 6000만 원에 낙찰됐다. 슈퍼맨 초판본은 1938년에 20만 권을 발행했으나 당시 약 7만 권을 폐기해 현재 남아있는 수량은 100부 미만이다. 당시 출시가격은 110원이었다.

▲최근 영화로도 생산되는 미국 만화책들. (사진=구글)

만화책 재테크는 희소성이 중요하다. 비슷한 사례로 1939년 10월에 출간된 미국의 마블 코믹스 1권은 당시에는 한 권당 약 10원 정도였지만, 현재 무려 10억 원이 넘는다. 국내의 경우 1940년대부터 60년대까지 발매된 작품이 가치가 높다. 당시 군사정권에서 만화책을 탄압하면서 만화책 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박기당 작가의 <파고다의 비밀>, 김용환 작가의 <토끼와 원숭이>, <흥부와 놀부> 등은 경매 시작가가 100만 원을 호가한다. 희귀본일수록 값은 더 올라간다. 김의환 작가의 <어린 예술가>와 <로빈손 크루소>는 최대 수천만 원의 가치를 가진다.

꼭 그 당시 만화책이 아니더라도 소장 목적으로 발매되는 애장판은 일부 물량만 판매하고 절판시키는 경우가 있어 재테크로 노려봄 직하다. 커뮤니티 사이트인 '엠엘비파크(MLB park)'에서 아이디 '림팬'을 사용하는 회원은 “국내 만화책은 재발매본이 있는 2000년대 초반 작품이 가치가 있다”며 “만화 갤러리에서 60만 원대에 거래되는 만화책도 있었다”고 말했다. 슬램덩크는 현재 프리미엄판으로 전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연재 당시 발매됐던 구판과 완전판도 있다. 이들이 절판되고 나자 한 만화 갤러리에서는 슬램덩크 한정판 중고가가 30만 원에 거래됐다.

값어치를 측정하기 위해선 희소성뿐 아니라 작품성도 따져봐야 한다. 만화팬들 사이에서 괜찮은 작품으로 입소문 난 <나의 지구를 지켜줘>, <메가톤맨> 등은 이미 구하기 힘든 작품이다. 만화책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선 보관이 중요하다. 책은 형광등에도 변색될 만큼 예민하다. 만화책 수집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지퍼백에 보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처럼 이색재테크가 꾸준히 관심을 받는 이유는 뭘까.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대로 주저앉은 지 1년이 넘었다. 은행에 돈을 넣어도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오히려 내 돈이 축나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은행에 돈을 넣고 이자를 챙기는 ‘전통적인 재테크’ 대신 색다른 일에 투자해 고수익을 남기려는 다양한 이색재테크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배지현 기자  creativebjh@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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