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드라새해복많이받어라오늘먹을겉슨살안찐다살찔겉가트면화장실가서똥시원하게싸버려라’

1947년생, 올해 71세의 박막례 할머니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이다. 엉성한 맞춤법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두 세 번은 읽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좋아요’ 수가 1만1000여 개, 팔로워가 15만 명에 이른다. ‘편’(팬)들은 할머니 글을 맞춤법에 맞게 수정해 댓글을 달았다.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의 주인공은 박 할머니다. 손녀 김유라 씨(29)는 기자와 주고받은 메일에서 인터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상에서 김 씨의 역할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촬영과 편집, 채널관리를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영상에서도 김 씨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유튜버는 카메라를 향해 혼잣말을 하지만, 할머니 채널에서는 손녀가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염병하네, 너는 네 방이나 치워! 드러워 죽겄어.”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말이다. 솔직한 대화는 친근함과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박진아 씨(25‧경남 진주)는 “두 사람의 영상은 손녀가 준비한 이벤트에 할머니가 재밌게 노는 것처럼 보인다. 떨어져 살아서 자주 뵙지 못하는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콘텐츠”라고 말했다.

▲ 박막례 할머니가 속옷을 입고 란제리 패션쇼 모델로 오른 모습. (출처: ‘박막례할머니 Korea Grandma’ 유튜브 채널)

인기비결은 할머니, 즉 노인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는 데 있다. 할머니는 작년 10월 22일 열린 속옷 브랜드 ‘비나제이’ 패션쇼에서 모델로 나섰다. 브래지어에 초커(짧은 목걸이)를 접목해 겉옷을 입어도 속옷 일부가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할머니가 입은 은색 원피스의 넥라인 위로 브래지어와 연결된 진주 모양 초커가 드러났다. 당당한 걸음에 관객은 환호했다.

할머니 모습을 김 씨는 가감 없이 영상에 담는다. 아이디 ‘sky**’는 댓글에서 “초커(짧은 목걸이) 디자인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막례쓰 착용한 거 보니까 넘나 고저스(gorgeous)하다”고 했다. 이 댓글은 ‘좋아요’ 940여 개를 받았다.
 
영국 로이터통신, AP통신, 미국 패션잡지 보그(VOGUE)도 할머니를 소개했다. 특히 AP통신은 작년 7월 ‘70세의 유튜브, 한국에서 아름다움을 재정의하다(70-year-old YouTube hit redefining beauty in South Korea)’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소개했다.

“박 씨의 인기는 한국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을 뒤집는 데서 나온다. 한국 대중매체는 노인을 가난에 시달리거나 보수적 가치를 위해 시위하는 화난 애국자의 모습으로 묘사한다.”

▲ AP통신이 작년 7월 보도한 박막례 할머니 기사. (출처: AP통신)

유튜브를 하기 전까지 할머니는 파스타 한번 먹지 못하고 식당 일만 하며 살았던 전형적인 노인이었다. 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차라리 비극에 가까웠던 당신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버텨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남편 없이 자식 셋을 키우다 의사에게 ‘치매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김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만든 영상이 유튜브 채널의 시작이었다.
 
김 씨는 힘들었던 할머니의 삶을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영상 중간에 드러나는 애환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도로공사에 식당 부지가 포함돼 영업을 못하게 되자 김 씨는 ‘43년 식당 은퇴식’을 열고 유튜브에 올렸다.

“할머니가 식당하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내가 세상에, 여거 용인 와서 방도 없이 식당해가지고….” 할머니는 우느라 말을 끝맺지 못했다. 평생을 바친 식당을 한참동안 떠나지 못하는 모습, 가게의 불을 마지막으로 끄는 모습이 영상에 나온다.

삶의 굴곡을 고스란히 간직한 할머니의 ‘인생론’에 젊은 세대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작년 11월 코스모폴리탄과의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했던 말이다.

할머니의 꿈은 세계일주다. 김 씨는 유튜브 수익으로 세계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벌써 호주, 일본, 스위스를 다녀왔다. 할머니는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했고, 호주에서 비키니를 입고 물놀이를 했다. 홍숙영 씨(25‧서울 강동구)는 “수익을 위해 광고영상을 끝까지 본다. 할머니가 꿈을 이루는 과정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또 다른 ‘할머니 유튜버’가 생겼다. 나이로 치면 최고령인 ‘영원씨tv’의 김영원 할머니(80). 역시 손녀가 만든 채널로, ‘할머니와의 추억을 남길 유튜브’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공대생 변승주’라는 변승주 씨(21)의 인기채널은 구독자가 128만 명이다. 그는 할머니와 부모까지 3대가 함께 운영하는 채널 ‘공대생네 가족’을 운영한다. ‘시니어 유튜브’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긴 셈이다.

이들의 유튜브는 ‘1인 크리에이터’라는,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직업군을 만드는 중이다. 소속사라고 할 수 있는 MCN(Multi Channel Network)도 늘었다. 실제로 박 할머니는 CJ E&M의 ‘다이아TV’, 변 씨는 ‘비디오빌리지’ 소속이다. 김 씨는 페이스북에서 “할머니에게 유튜브가 취미가 아닌 새로운 직업으로서의 가치를 느끼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이들이 만들 영상은 어떤 모습일까. 김 씨는 얼루어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재미있어 할 만한 것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현지 음식을 느끼해하는 할머니를 위해 김 씨는 한인마트에서 재료를 사와 김치찜을 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노트북으로 한국 주말드라마를 함께 봤다. 할머니의 속도와 방식에 맞춘 영상은 호텔방 안에서만 보낸 소소한 순간마저 특별한 콘텐츠로 만들었다.
 
박 할머니에게 유튜브는 소중한 내 편을 만든 소통창구이자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할머니는 2월 17일 올린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들이 식당 안 하면 심심해서 어쩔 거냐 했다. 나는 내 팬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할머니는 유튜브로 인생의 2막을 살아가는 중이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