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웁스! 샐러드가 왜 달죠?“

미국인 영어교사 케이시(29)씨는 샐러드 맛에 깜짝 놀랐다. 야채를 감싼 요거트 드레싱이 너무 달았기 때문이다. 한국 식당에서 맛 본 요거트 샐러드는 그가 생전 처음 경험한 맛이었다. “함께 있던 한국인 동료에게 미안했지만 입에 넣은 샐러드를 바로 휴지 위에 뱉어야만 했어요. 다행인 건 그도 익숙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외국인 지인들과 밥을 먹을 땐 종종 연출되는 장면이라고요.” 그가 미국에서 즐겨 먹던 드레싱은 마요네즈와 버터밀크의 조합인 랜치 드레싱과 발사믹 식초 등 기름지거나 신 맛으로 유명한 제품들이었다. 한국에서 인기인 요거트 드레싱과 같은 ‘단 맛’이 낯선 이유였다.

2년 차 유학생 카일리(27) 씨도 ‘한국 음식’하면 ‘단 맛’을 떠올린다. “한국인들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엔 설탕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운을 뗀 그는, 가장 먼저 생크림 케이크를 언급했다. 그에겐 생크림 케이크 위에 올라간 방울토마토 장식이 크게 낯설게 느껴졌다. “동네 빵집에 갔다가 생크림 케이크를 보고 당황했어요. 토마토는 채소잖아요. 디저트로 달게 먹는 건 정말 이상해요.”

한국 음식을 경험한 외국인들은 일부 음식이 정말 이상하다(weird)고 말한다. 필요 이상으로 단맛을 첨가한 요리가 많기 때문이다. 드레싱을 비롯해 핫도그, 감자칩 등 외국에서 친숙한 음식도 한국에서 찾으면 낯설어 진다. 설탕 묻은 ‘코리아 스타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코리아 스타일 중 하나는 갈릭브레드다. 카일리 씨는 “설탕을 넣은 갈릭브레드는 한국에서 처음 맛봤다”며 “내겐 조금 이해가 가지 않던 음식“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갈릭브레드에 버터(또는 올리브 오일)와 마늘만 넣으면 충분했다. 마늘향을 즐기며 먹는 담백한 식전 빵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빵 종류는 디저트에 가까운 것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존(34)씨도 한국 빵이 유독 달다고 말했다. 그는 “피자에는 케첩과 머스터드 같은 소스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런 것들이 피자를 달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미국인 로렌(25)씨는 “미국에선 페퍼로니와 치즈, 야채 피자 등이 인기”라며 “한국처럼 마요네즈나 고구마 무스 같은 소스 종류가 많지 않다”고 했다. 소스와 토핑이 다양하게 올라가는 한국식 피자가 외국인들에게 달게 느껴지는 이유다.

꿀에 찍어먹는 고르곤졸라 피자도 한국식이다. 피자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먹는 고르곤졸라 피자는 씁쓸하고 강한 푸른곰팡이 치즈 본연의 맛을 자랑한다. 피자를 즐겨 먹는 다른 서양 국가들 역시 고소한 맛으로 치즈 피자를 즐긴다. 우루과이에서 온 아나(27)씨는 치즈 피자와 함께 나온 소스가 꿀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는 치즈 피자에 꿀을 묻히는 조합이 신기하다며 “왜 이런 음식까지 달게 먹어야 할까”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꿀에 찍어먹는 고르곤졸라 피자가 유행이다.

외국인들이 말한 '이상한 음식'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에선 주식(主食)이었지만 한국에 들어와 간식과의 경계가 모호해진 경우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서양은 과자나 케이크와 같은 디저트에나 설탕을 쓴다”며 “양식 조리사 실기 재료만 봐도 설탕은 거의 빠져 있다”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식도, 후식도, 간식도 단맛이라 문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단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설탕이 안 들어가면 맛이 없다고 느낀다”며 “그게 대부분의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본인의 저서 <미식예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주식까지 달게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으로 보듯, 한국의 음식 대다수는 ‘단 맛’에 익숙해져 있다. 황씨는 “설탕을 과다 섭취하며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입에 들어온 걸 계속해서 갈구하게 만들 뿐 쾌락을 주진 못한다”며 “이것만 봐도 한국인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생각하며 사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사회가 설탕중독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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